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주제 사라마구 지음, 박정훈 옮김 / 해냄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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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월초가 지나가고 있다.

날씨는 겨울의 추위가 아쉬운듯 꽃샘추위로 인해서 며칠동안 추운 날씨였지만 오늘은 반대로 매우 따뜻한 봄날씨를 보여주듯 항상 우리에겐 지나간 계절만큼 때로는 지나버린 시간이 너무 아쉬울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추억을 떠올리면 "그땐 그랬지" 하는 표현들을 하면서 추억에 잠기곤 할것이다.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려본다. 시골에서 자랐기에 겨울이 되면 늘 기다리던것이 바로 눈이었다. 함박눈이 한번 내리고 나면 공터에서 비료포대에 짚을 넣어 만든 눈썰매를 실컷 탈수 있었기에 매년 겨울마다 눈이 펑펑 내려주길 소원했었다. 겨울이라서 날씨가 추워 동네를 지나가는 중간에 있는 개울가가 얼면서 얼음 빙판이 만들어지면 앉아서 탈수 있는 스케이트를 재밌게 타기도 했고, 그위에 눈이 내리면 다양한 형태로 눈을 치우고 집을 짓고, 길을 만들며 동네 아이들과 열심히 스케이트를 타던 그때 그시절이 참으로 그립다.

아마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라난 이야기를 글로 적어낸다면 엄청난 양의 이야기가 나올듯 싶어서 오늘 소개할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어린시절 이야기에 매우 공감이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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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었던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책을 펴낸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의 책을 또한번 만나볼 기회가 생겼다. 그는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그의 전성기를 열어준 작품은 1982년에 출간한 <수도원의 비망록>이라는 작품으로 그는 이작품을 통해서 유럽최고의 작가로 떠오르기도했다. 이후 1998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할만큼 전세계인에게 사랑받은 작가가 되었다.

<작은 기억들>이라는 책은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작가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다. 특히 한사람의 에세이라고 하기엔 어린시절부터 성장한 청년의 모습 이후의 삶의 이야기가 아니라 4세부터 15세까지의 유년기 시절의 기어들을 퍼즐 조각을 맞추어 가듯 하나씩 글을 써서 그의 유년기 시절을 통해서 당시의 포르투갈의 시대상도 함께 읽어볼수 있는 에세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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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기와 소년기의 신비롭고도 은근히 성가시던 올리브 밭이 차지 했던곳, 뒤틀리고 이끼로 뒤덮이고 곳곳에 구멍이 난채로 도마뱀의 은신처가 되어주던 줄기들이 서있던곳~~

p.15

분명 어른이 되고나서 어린시절 자신이 살아온 곳을 기억하며 표현하는 글들이 정말 너무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글을 보면서도 매우 놀라웠다. 섬세한 그의 표현들은 정말 마치가 내가 그의 고향땅에 함께 머무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의 기억속에는 어린시절의 느낌이 마냥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삶의 문제들로 인해서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만의 긍정적인 생각들로 인해서 한참이 지나서 떠올리는 추억임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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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나는 태주 강어귀에서 주제 디니스와 사이좋게, 그날은 유독 평화롭게 낚시를 하고 있었다.

p.121

사실 어른이 되고나서 지나간 어린시절을 떠올리면 잘 기억이 나지 않을텐데 작가는 누구와 어디에서 어떤일을 했는지등을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구와 사이좋게 평화로운 강가에서 낚시를 하면서 느꼇던 감정을 그대로 적어내니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절로 내뱉게 만들어준다.

나의 어린시절에도 동네에서 한참을 걸어들어가면 금강이 흐르고 있었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그곳으로 수영을 하러 가기도 했고, 강건너편에 있는 수박과 참외 밭에 서리를 하기 위해서 위험하지만 강을 건너가기도 했었다. 또 강가에는 큰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온가족이 야유회나 나들이를 가서 고기를 구워먹고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준 강이 너무 심하게 오염이 되었고 길이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강폭도 좁아져서 이제는 옛날의 기억만큼 강물에서 헤엄을 치거나 야유회를 갈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나하나 보면서 느끼는 점은 시간이 한참 지났어도 어린 시절의 관계를 맺어왔던 다양한 사람들의 특징을 너무 잘 기억하고 있고, 그들과의 에피소드들이 고스란히 기억되어 기록된채로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억지로 만들어진 사연들이 아니라 그냥 작가 스스로가 어린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느꼈던 그때 그시절의 많은 감정들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놀라운 마음을 갖게 해주어서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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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작은 기억들>을 읽으면서 나도 옛날 생각을 많이 떠올렸다. 친구들과 산으로 강가로 놀러나갔던 기억부터 방학이면 동네어귀에 모여서 함께 매일 아침 무엇을 하고 놀까 고민하던 기억, 개울가에서 고기를 잡고, 보름이면 쥐불놀이 깡통을 만들어 밤늦도록 불을 피워 쥐불놀이를 즐기던 그때 그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랫만에 현재의 문제들을 모두 잊어버린채 무엇을 해도 즐겁고 재밌고 신나던 나의 어린시절을 기억할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는 <틀린 기억은 없다고 말한다> 그냥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통해서 행복하고 즐거웠던 그시절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는 정말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이글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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