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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잖아요
심명옥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필집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시처럼 술술 읽히는 수필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수필집..
책의 제목이 마치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난뒤 오후 업무를 시작하면서 나른해지는 2시 넘어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오늘이 금요일이 아니고 다른 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마치 금요일 오후의 편안함속에 앉아서 보는 상상을 해본다.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니 시작부터 편안한 느낌을 마구 안겨준다. 무언가 꾸며지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저자의 마음이 드러나는듯 하기도 하고, 그냥 글밥이 많은 동화를 읽듯 술술 읽혀나가기도 한다. 왜일까? 사실 작가님의 책을 처음 보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적어내어서 그런지 읽는 이로 하여금 부담없이 차한잔을 마시며 편안하게 읽을수 있도록 배려해주는것 같다.
한번에 모두 다 읽어버리기 아까워서 그냥 며칠에 나누어 천천히 읽어보았다. 수필집답게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지만, 어느집에서나 있을법한 일들도 존재하고, 그녀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생각으로 그려놓은 글들도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또다른 나에게 이야기 하듯 말이다.
<방사선 치료까지 끝내고, 망가진 체력과 비어머린 머리를 일으켜 세우는데 꼬박 5년이 걸렸다. 그사이 수많은 꽃이 피고지고, 계절이 많이 바뀌었지만. 내 시간은 알마가 더디 자란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렀다. 힘든 시간이 아니었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작가님은 암투병을 무려 5년이나 하면서 힘들고 지친 투병생활로 인해서 몸부림치고 그것을 견뎌내었다. 많은 환자들이 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나도 많이 봐왔기에 스스로가 그것을 견뎌내고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참으로 놀랐다. 어쩌면 그녀에게도 암이라는 큰 질병은 정말 일생에 있어서 큰 삶의 전환점이 되었을법도 하지만, 그녀는 현실에 다가온 질병앞에 투정부리거나 비관하며 살아가질 않았다. 그러한 모습은 어쪄면 그녀가 질병을 물리치는데 큰 역할을 한것 같다.
그녀에게 지난 5년간의 투병생활이 가져다준 깨달음이다. 그렇게 힘든 시간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그 질문앞에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가족들의 투병으로 인해서 큰 이별을 겪어야했기에 사실 힘든 질병을 이겨낸 그녀가 얼마나 대단하고 놀라운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암이라는 질병이 매우 무섭고 두렵다. 아직 건강한데도 말이다.
아버지와의 일화는 나의 삶을 한번더 되볼아보게 해준다. 그녀의 아버지는 구두쇠로 불릴만큼 돈앞에서는 인색하였기에 그녀가 지냈던 학창시절은 매우 어렵고 힘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게 모아온 돈으로 결국 자신의 장례비를 모아오셨다는것이다. 그것이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마지막을 준비하려는 배려였던것이다. 대부분의 우리의 아버지들이 무뚝뚝하고 오직 살아가는데만 익숙해진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정말 오해일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더 그리워지는 법을 배우고 만다... 살아계실때 더 잘할하며 후회를 하면서 말이다.
수필집답게 이책은 읽는 내내 어려운 단어나 문장이 없다. 작가 스스로가 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사실들을 묘사해서 그런지 무언가 큰 감동은 없는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괜히 읽었나 하는 실망감또한 없다. 그냥 은은하게 어디선가 피어나는 향기처럼 편안함을 가진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심명옥... 그녀의 글은 읽는내내 따뜻한 마음을 가질수 있도록 해주어서 참으로 좋다.
<이글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