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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주소록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해냄 / 2019년 10월
평점 :

작은 다이어리처럼 보통의 책보다 크기는 작다. 그리고 겉표지에는 아주 앙증맞고 귀여운 고양이 두마리가 날아가는 벌을 향해 뛰어오르듯이 알록달록 수채화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 책...

이책은 "카모메 식당"의 무레 요코가 그려낸 책이며, 이미 50만부 이상 판매된 전설의 동물에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더 조금 특이해보이긴 한다.
사실 나는 고양이를 매우 무서워 한다. 아니 고양이 뿐만 아니라 개도 무서워하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털달린 모든 동물을 무서워한다. 그이유는 분명히 나에게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아주 어릴적 초등학교 시절 내가 살던 고향에 친구네집에 놀러갔다가 입구에서 바라보던 개가 끈이 풀려 있는걸 모르고 들어갔다가 순간 나를 쫒아오기에 엄청나게 도망을 쳤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심하게 물렸던 적이 있다. 그래서 너무 무서워서 그날 이후로 모든 동물을 다 무서워하기 시작했고..오랜시간이 지나도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이책의 내용이 동물에세이라고 하고 읽기에도 살짝 겁이 났던건 사실이다.
하지만...나의 걱정과 다르게 이책은 내용이 아주 흥미롭다.
의외로 책을 읽다보면 제목처럼 고양이만 등장하는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수도 있고 또 잘 알고 있는 많은 동물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준다.
고양이는 물론이고, 강아쥐, 생쥐, 벌, 원숭이, 새, 거북이 등 어린시절 우리가 자주 접해볼수 있는 다양한 동물들의 관점에서 서로 서로 얽히어 있는 이야기가 아주 재미나다.
책의 시작은 아주 특별한 시선에서 시작이 된다.

이중묘격~~
p.9
나는 이사를 가면 반드시 이웃에 사는 고양이를 체크한다. 다세대주택에서는 동물을 키우는것이 금지되어서 다른 집 고양이하고라도 친목을 도모하려는 심산이다. 다행히 동네는 오래된 주택지로 정원이 있는집도 많아서 고양이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조금만 걸어가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대여섯마리는 쉽게 만났다.
이렇게 주인공인 고양이의 이사후 이야기부터 시작되어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찌보면 아주 평범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작은 일상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우리 인간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듯 보여서 더 공감이 되기도 한다. 비록 작가는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서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동물들의 삶의 이야기나 사람들의 이야기나 별반 다를게 없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아니 오히려 이것저것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치밀하게 계산하고 내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갈것 같으면 오히려 멀리하게되는 재미없는 세상에 더 큰 메아리로 외치는듯 싶다.

p.123
"근데 개중에도 특이한 애들이 있대"
친구 어머니의 친구집 몰티즈도 모르는 사람이 오면 짖어서 식구들에게 당연하게 알렸다.
어느날 이집에 빈집털이범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웃에서 개가 짖는 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인이 집에 돌아오자 장롱속 물건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집에는 개가 있었는데.. 생각하면서 부인이 문득 욕실 탈의장을 보니 평소에는 영리했던 개가 바들 바들 떨면서 밀대옆에 찰싹 달라부터엇 하얀 밀대 걸레에 동화되어 있었다고한다.
그런데 그날은 자기 혼자밖에 없어서 그저 무서운 마음에 밀대 걸레인척 하려고 했나봐...
참 우리의 모습이 바로 이러한듯하다. 강한듯 보이지만 한없이 여리고 무서움을 탈수밖에 없는 사람의 모습이 말못하는 개라 할지라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것 같아서 문득 우리아이들이 혼자 집에 있으면 무섭다는 이야기를 할때 겁나게 뭐라했던적이 있다... 뭐가 무섭냐고..불다 켜져있고 조금뒤에 엄마랑 아빠랑 집으로 돌아올텐데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감정은 그냥 무조건 내기준에서 볼게 아니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야겠다고 말이다.

p.174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얘기하다보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전에는 고양이 싫어했어요"
라고 한다. 나도 싫어하는 편이었다. 고양이는 교활하고 대책없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양이는 원래 우리가 동물 좋아한다는걸 간과 했는지 저녁때가 되면 쪽문에 오도카니 앉아서 먹이를 주길 기다렸다.
참으로 고양이의 모습인데..인간적인 느낌이 드는 구절이었다. 어쩌면 이 고양이도 그냥 먹을것만 기다린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의 마음이 더 간절했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옆에서 큰아들이 중요한 콘서트를 함께 참여할 생각은 안하고 편하게 아무생각없이 자는 모습을 보면서 속상했었다. 그런데 정작 아들은 자세가 불편했었다며 허리가 아프다고 이야기는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화를 내려던걸 참으며 그냥 아들은 나와 시선이 다르구나 하면서 넘기려는데.. 어찌보면 내가 좋아하는게 나의 아이들이 모두 좋아할거란 착각속에서 살아온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고양이의 시선속에서 바라보며 만나게 되는 많은 동물들과의 이야기들이 어찌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세상의 아니 나의 삶의 모습과도 너무나도 닮아있어서 처음엔 그냥 편하게 읽어나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돌아보게 하고 또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그만큼 독특하기도 하고, 상황을 표현하는 단어들의 느낌이 정말 재미있다.
몰입하며 읽을수 있는 재미난 책, 그리고 나의 시선이 아닌 예쁜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한 책으로 기억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