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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19년 7월
평점 :

책의 제목이 참 특이하다. 대충 봐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감이 딱 올정도로 눈에 들어온다. 노란색 표지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색깔, 그런데 서로 등을 대고 살며시 쳐다보는 표지의 그림이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쉽게 잊고 살아가는건 아닐까
오늘 누구와 함께 밥을 먹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제목과 표지금을 보고 중간에 들어있는글을 보니 이제 이해가 간다.
우리는 보통 다음에 누군가와 만나고 싶다면 꼭 하는말이 바로 "언제 밥한번 먹자~~" 이다. 실제로 이말은 그냥 밥먹으면서 얼굴한번 보자는 뜻과 같은 말인셈이다.
이책은 바로 그러한 관점에서 음식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서 놓은 책이다. 과연 두가지의 관계가 어떤 이야기로 펼쳐질지 매우 궁금하다.
사실 우리나라사람은 특히 밥과 밀접한 관계로 맺어져 있어서 여기에 다른사람들과의 관계또한 우리의 삶의 모습에서 뗄레야 뗄수 없는 아주 사이가 되어있다. 즉 밥한번 먹자는 이야긴 결국 너의 얼굴이 보고 싶으니 얼굴한번 보자는 이야기와 똑같은것이고, 시레조 밥을 먹으며 만나게 되면 정말 반가운 얼굴들이 더 있기도 하다. 나도 결국 보고 싶은 대상에게 밥한번 먹자고 진심을 담아서 이ㅑ기하니.. 이책을 읽기도 전에 누군가를 만나서 맛있는 밥이 먹고 싶어진다.

자주 보지 못한 친구의 얼굴이 그리울때
"언제 밥 한번 먹자."
헤어지기 아쉬워서 또 보고 싶을때
"조만간 또 밥 한번 먹자."
애정표현 서툰 아빠가 나를 부를때
"밥한번 먹으러 와라."
어색한 우리 사이가 한걸음 가까워지고 싶을때
"밥은 먹었어요?"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 시킬때
"어떤 음식 좋아해요?"
재수 없는 사람들에게
"밥맛 떨어진다.'"
걱정이 많아 혼자 있고 싶을때에
"밥맛 없어."
오늘도 출근해서 욕먹는 이유는
"밥 벌어 먹고살기 위해서."
그러고도 아등바등 버텨내는 이유는
"밥줄 끊기기 싫어서."
책을 읽기 시작하고 프롤로그의 내용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온다. 너무 딱 맞는 이야길 제대로 적어놨다. 그러고보니 정말로 모든상황이 밥과 연관되어 있는게 아주 신기하고 놀라웠다. 밥...이게 뭔데 이리도 모든 관계에서 연결이 가능할까.. 참 신기한 상황이다.

사실 지나온 나의 삶을 돌아보면 술과 담배를 피지 않아서 외부에서 그렇게 밥을 자주 사먹은 경험은 별로 없다.
먼저 고교시절에는 봉고차를 타고다니면서 통학을 했기에, 함께 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과 운동도 하고 같이 분식을 사먹긴 했었지만 별도로 따로 외부에서 만나서 밥을 사먹진 않은것 같다.
그리고 대학시절에는 늘 강의시간이 빡빡해서 여유가 없었고, 중간에 휴강이라도 하면 학교 매점에서 함께 밥을 먹은 경우도 있엇고, 아니면 볼링을 치거나 당구를 치고나서 같이 밥을 사먹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만났을때도 항상 같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커피숍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패턴은 지금도 동일하다. 그 사람이 바로 나의 아내가 되어있기에 그때의 그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교대근무시절에는 정말 욕도 무진장 먹으며 스트레스도 엄청 받으며 살았는데 그때마다 한숨을 내쉬며.. 진짜 밥벌어먹기 쉽지 않음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이후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니 똑같은 어려움이 와도 이제는 아이들때문에라도 견디고 이겨내려는 내용만 달라졌지 사실 쉽지 않은 직장생활인건 마찬가지다.
지난 삶을 쭈욱 돌아보니 정말 저자의 이야기처럼 밥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져왔다. 지금도 나에게 왜 열심히 일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나의 대답은 " 우리집 삼남매와 아내에게 맛있는것을 사주기 위해서..열심히 일한다" 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밥,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면 그냥 행복해 보이기때문이다.
이런 에세이책들은 사실 편하게 읽다가도 어느순간 작가의 말이 확 와닿는경우가 많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은 그동안 다 맛있었다. 단한번도 맛없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을정도다. 왜냐하면 그냥 엄마가 해준게 이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내입맛에 딱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함께 여름휴가를 가서는 처음으로 내가 준비한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어서 어머니가 드셨다. 내가보기엔 평소보다 맛이 덜했는데 우리 어머닌 엄청 맛있게 드셔주셨다. 그모습을 보면서 우리엄마도 역시 아들을 그냥 사랑하는 바보시구요.. ^*^ 싫은 내색안하시며 맛있게 드시는 그 모습은 내가 부모가 되어도 아직 따라가려면 멀었다..
그외에도 많은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저자는 음식과 연결되는 삶의 이야기들을 가득 전해주고 있다.
사실 읽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거나 했을법한 상황들이어서 참 신기하게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엇보다 그렇게 많은 상황속에서도 음식과 연결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같이 한다는게 놀랍기도 했다.
아무쪼록 이책은 다양한 음식과 또 우리의 삶의 모습과 관계된 책속의 내용들은 읽는내내 나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주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