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이야기~~
p.15
우리 이렇게 하나의 세계에 담겨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른 생각에 잠기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슬픔을 가늠해보며, 닿을듯 닿지 않고, 떨어질듯 떨어질수 없는 사이사이..
p.18
어쩌면 우리가 느낄수 있는것은 떨림, 그 자체가 아니라 떨림이 지나간후의 여운일지도 모르겠다.
p.32
내 마음 깊은곳 어딘가에 돌이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 딱딱하고 고집스러운 구석이 자리 잡고 있다는것을 느꼇다.
=> 나는 가끔 내가 원하지 않는것을 하면서 불평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쩔수 없기에 억지로 하면서 그냥 현실과 타협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실제론 즐겁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사실 어차피 해야할것이라면 그냥 편안하게 생각해도 될일인데...나의 이런 고집스러움이 굳이 편안하게 생각하지 못한다. 왜그럴까... 가끔은 현실에 타협하는 나를 인정해주고 싶다. 늘 피곤하게 부딪히지 말고 말이다..
p.51
문신을 새기는 사람이 말했다. 무엇이든 오래 지속되는것을 갖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러나 나에게는 오랜 시간을 바쳐 오래 간직하고 싶은 무엇이 없었다.
p.56
"소리를 알아주는것" 누군가가 내는 소리를 알아차린다는것이 얼마나 귀한일인가..
=>요즘 삼남매의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동시다발적으로 세아이가 요구사항을 한번에 이야기하면 짜증이 확 올라와서 큰소리로 마무리지어버린다. 더이상 이야기 하지말라고... 그러면 아이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듯이 눈치를 잔뜩 보고 있다. 아빠의 목소리가 차분해지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굳이 한명씩 이야기 하지 않아도 나는 세아이의 목소리를 너무 잘알고 있기에 별로 상관없는일인데 예민하게 반응한다. 왜그럴까? 내가 피곤하고 지쳐서 그럴수도 있지만..가끔은 들어주기 힘들어서일까.. 아니다. 내가 관심이 덜해서인게 분명하다. 아마도 우리아이들은 자기의 목소리를 듣고 아빠가 반응해주길 바라서는 마음이 앞서서 순서상관없이 이야기한것일텐데..그걸 내가 한번에 꺽어버리니..마음에 상처가 될듯하다는 생각을 하니..참으로 미안해진다.
나도 아빠로서 아이들을 대할때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귀를 기울이고 목소리를 들어주는 아빠가 되고싶다. 그렇게 받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간절하게..
p.74
날이 갈수록 말수가 적어지는 애인과 헤어져, 너는 집으로 돌아온다.
p.90
당신을 만나려고 작정했던날, 길이 어긋나고 마음이 어긋나서 눈시울이 슬쩍 붉어졌어도, 기억나는 노래가 있다면 소풍이야...그래도 집으로 돌아갈수 있을것 같다는 기분이 들면 소풍이야..
=>어린시절.. 소풍을 갔던 그때가 생각난다. 집근처에서 걸어가는 유원지였는데.. 지금 가보면 거리가 제법 꽤 먼곳이었는데도 그시절에는 그곳에 소풍을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그 거리가 그렇게 가깝게 느껴졌던 소풍날.. 누군가를 만난다는 설레임도 바로 이러할것이다.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즐겁게 떠나는 소풍날이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이 된것처럼 지금은 나의 아내와 아이들과 만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이다. 하루를 피곤하게 일하고 퇴근하며 돌아오는 집에 대한 나의 느낌이 바로 이렇게 소풍을 갈때처럼 기대가 되는 마음이다.
p.117~118
육체의 기억은 사소하다. 육체의 기억은 이기적이다. 육체의 기억은 힘이 세다.
p.125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랑을 믿고 있느냐고 누가 물었다. 그럼요..그럼요. 당연하지요 하고 나는 대답했다. 처음의 '그럼요' 이전에 5초정도의 포즈가 있었고, 두번째의 '그럼요' 이전에 3초정도의 덜컥거림이 있었다.
p.147
내 꿈에 나타난 사람이 너라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p.187
한때 가까웠던 사람이 멀어진다. 나란하던 삶의 어깨가 조금씩 떨어지더니 어느새 다른길을 걷고 있다.
p.265
너의 꿈은 어리석다. 그런 너를 둘러싸고 세계가 내린다. 함박눈이 내리고 가는비가 내리고 찬서리가 내린다.
p.274 우리는 기다림속에 있다. (정흥수 문학평론가)
모두 71편의 짧은 글들이 모여있는 이책을 무어라고 불러야하나, 때로는 삶이라는 이미지 전체를 마주 세우고 때로는 살아가는 일의 사소함과 동행하는 짧은 단상들, 뜻으로 묶인 익숙한 글자를 풀고 만져 세상을 낯설게 보는 길을 열고, 툭 던져진 말에서 번지고 스미는 사유의 여로를 이끈다.
황경신의 글은 말들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단어를 두고 이렇게 다양한 표현을 할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 참으로 놀랍다. 단어가 그냥 생각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긴 문장의 이야기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또 짧게 스쳐가는 생각의 중심이기도 하다. 저자의 표현력이 참으로 그래서 더 놀랍고 특별한점이다.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는 '짓다'편인데 우리의 삶은 기다림속에 있다. 그 기다림이 행복한 선물을 가져다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이글의 마지막 기록을 '짓다'편에 나오는 글로 마무리해본다.
매일 아침 해가 떠오르듯 기다림이 떠오르고 세계는 부드럽게 몸을 뒤척인다. 지구의 리듬에 순응하며, 사람들은 짓는다. 마주보는 이야기를, 공존하는 이야기를, 그리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그 모든것들은 기다림의 시간안에서만 가능하다.
<이글은 해당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솔직하게 작성한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