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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이는 마음은 그냥 거기에 두기로 했다
권진희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엔 그냥 저자의 긴여행이야기가 담겨있는 여행에세이 일것이라 생각했는데.. 설명을 보니 아니다. 단순한 여행정보나 여행이야기만 담겨있는 책이 아니라 저자가 긴시간동안 여행하면서 만나고 헤어지고 했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이야기가 가득담겨있는 책이다.
<찰랑이는 마음은 그냥 거기에 두기로 했다>의 저자 권진희님은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설계사무실에서 일해왔으나 그냥 이렇게 일하며 살아가다가는 10년, 20년이 지나도 결코 행복해지지 않을것 같아서 퇴사를 결심하고, 장장 9개월이라는 긴시간동안 세계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여행중에 있었던 다양한 관계들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 책이다.

흔한 여행책에서 보여지는 컬러풀한 사진들이 가득하지 않고, 오래된 느낌처럼 흑백사진들이 곳곳에 실려있어서 어쩌면 이책은 여행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고 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피로감과 기대감, 또는 어려움들을 작가의 다양한 시선과 감정으로 담아낸 책이다. 페이지마다 작가가 느껴온 감정들을 담담하게 그냥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편안하게 쏟아내어서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사실 지금 나는 20년이 다되도록 직장생활을 해나가면서도 아직도 사람들과의 관계에대해서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냥 다른 사람이 싫거나 맘에 안들어서도 아니고 또 내가 너무 못나서도 아닌데..그냥 불편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나를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이유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나온 나의 삶이 항상 그래왔던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힘좀 쓸줄 아는 친구와 연결고리가 없으면 그들을 피하고 싶었었고, 또 반대로 나랑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과는 정말 서스럼없이 지내왔다. 하지만 나랑 잘 안맞는 친구들을 그냥 모른척하며 같은반 같은공간에서 생활을 1년동안 하면서도 그냥 다른 사람인것처럼 관계에 있어서 극과극을 달려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군대에 가보니 이건 정말 중대에서 가장 막내인 내가 선택할수 있는 옵션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고참들이 시키는것에 가장 빠른 속도로 대답하고 반응하는것만이 유일한 길이었던 시절... 누가 좋다 싫다를 생각조차 할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던 이등병의 기억이 지나고 이제는 나도 선임병이 되었을적에는 그런 빡빡함이 싫어서 그냥 이전의 전통과 다르게 아주 편안하고 부드럽게 후임병들을 대해주며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나쁜 습관들은 되물림되지 않도록 끊어버렸던 그때 그시절... 그래도 가끔은 나도 사람인지라 후임병이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크게 혼을 내고 뭐라고 할때는 정말 눈물찔끔 나도록 따끔하게 나무라던 시절이 지나고 이제는 제대를 며칠 앞둔 어느날에.. 한명의 후임병이 내게 이야기 하며 고백했다.
"이병장님은 말로 사람을 너무 힘들게 한다고 말이다"
아~~ 그때서야 내가 진정으로 편하게 해준다고 하면서도 알게모르게 사람을 너무 힘들게 했었구나 하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그것이 분명히 잘못된줄알았고 의식하며 지내다가 대학생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을때는 자꾸 그때의 나의 잘못을 떠올리며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게 사람들과의 관계인건 왜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웃어 넘길일도 충분한데 너무 신경쓰고 의식하며 살온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냥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른것일뿐이고, 그들 나름대로의 성격과 기질을 가지고 있으니 그걸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강요하지 않은 삶, 그것이 내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다른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좋은 방법이 될것 같다.
친절하고 착한 사람도 좋지만 그냥 정이 넘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 나의 바램을 담아서 이책을 마무리해본다.
저자의 바램처럼 관계는 여전히 어렵지만 다정한 누군가로 기억되고 있다면 그것이 분명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