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까미노 - 스물아홉, 인생의 느낌표를 찾아 떠난 산티아고순례길
김강은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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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하루 8시간 열심히 일하고, 출퇴근 2시간 걸리고, 삼남매와 육아실천하기 2시간 이상, 함께 저녁먹고 이것저것 뭘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저녁 시간 1시간을 적어보니 아침 7시부터 시작된 나의 하루 일상이 13시간이 넘어가버린다. 결국 밤10시가 되어서야 이제 애들을 하나둘 아니 동시에 잠자러 들어가면 이후에는 온전히 나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아빠의 책읽기 도전, 그리고 서평쓰기, 카페활동놀이, 블로그 글쓰기등을 조금씩 하다보면 어느새 밤12시 알람이 울린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그렇게 나의 치열한 하루가 마무리되는걸 보니 어쩌면 여행이란것이 이렇게 꽉짜여진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사치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하루 연차를 내고 아이들과 캠핑이나 놀러갈데는 정말 좋다. 가기전부터 어디를 갈것인지 정하고 무엇을 먹을건지 검색하고, 어떤것을 하고 놀건지 찾아보다보면 가지전부터 기대감으로 인해 에너지가 마구마구 솟아나는 나의 생활이다.

얼마전 아내가 보던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 <스페인 하숙> 이전에 만재도라는 외딴 섬속에서 생활하며 너무 두사람의 케미가 잘어울리면서 무엇이든지 척척만들어내는 유해진과 무슨 음식이든지 뚝딱 만들어내는 차승원의 모습이 익숙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번엔 저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스페인의 어느 지역, 그것도 나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어느곳에서 하숙집을 차린다는 알고보니 나영석PD의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이었다. 그때 처음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아마도 이방송의 영향으로 나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사람중 많은분들이 더 알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걷는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등산이나 트랙킹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걸어서 하는 여행은 굳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상황인데..오늘 읽어본 이책을 통해서 걸으며 여행을 한다는것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갖게 만들어주었다.

[아홉수 까미노]는 이미 한차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봤던 저자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다시 29살의 나이에 이번엔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절친과 함께 두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지냈던 여행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 어릴적 화가가 되길 소망했는데 그길로 가지 않고 평범하게 살다가 결국은 순례길을 걸으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활용해서 그곳에서 만나는 많은이들에게 그림엽서를 선물해주기도 하고, 또 실제로 책중간중간 사진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놓은 다양한 수채화의 그림들을 보면서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첫번째 순례길의 여행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마음으로 걸었었고, 두번째는 온전히 자신을 다시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친구와 함께 걷게된 여해이야기.. 그러나 첫번째 코스와 두번째 코스가 다른곳이란다. 첫번째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북쪽길을 걸었었는데 이 순례자의 길은 시작하는 지점이 어디냐에 따라서 종류가 다른 여러개의 코스가 있다고 한다. 결국 두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보통 시작점으로 하는 프랑스길(생장)에서 출발을 하여 두번을 걸어도 완전 다른 느낌으로 여행을 하게되었다.

 

이책의 모든 과정은 두사람이 여행을 준비하는것부터 시작해서 하루하루 산티아고 순계일을 걸으며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중간중간에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활용해서 만화로 짤막하게 안내해준 그림들은 매우 재밌는 표현들이 많이 있어서 보는 내내 지루할틈이 없었다. 특히나 드넓은 평원을 거닐거나 또 각 나라들의 국경이 달라지면서 보여지는 지붕의 모양과 색깔들이 걸으면서도 다른나라에 왔구나 하는걸 알수 있을만큼 특색있는 모습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담겨진 사진들을 어느것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냥 작품사진이라고 이야기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정말 사진과 그배경들이 너무 아름답다 못해 찬란하다. 그냥 책을 읽는 나에게도 그곳으로 당장 비행기를 타고 달려가고 싶을 충동을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분명 작가는 무려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하루에 최소 20km에서 그 이상을 오로지 걷기만으로 시작해서 다른지역에 도착할때까지 할수 있는게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들을 아주 세세하게 기록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일들이 있었고 누구를 만났고 새로운곳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정말 상세하게 기록하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진, 그림 등을 통해서 추억하며 남겨놓은것이 오늘 이렇게 내가 보고 있는 책의 즐거움을 대신전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길위에서 누구는 승용차를 타고 가거나, 누구는 기차를 타거나, 또 누구는 버스를 타고서 달려가거나, 아니면 저자처럼 오로지 나의 두발로만 걸어가듯이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할것이다. 때로는 조금 다른 사람보다 느리게 천천히 간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된길이 아닐것이다. 단지 조금 늦게 갈뿐이다. 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고 하면서도 나는 어쩌면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내가 돌아봐야할 주변을 챙기지 못하는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든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피고 나의 아내와 삼남매와 함께 즐겁게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싶다. 저자가 29살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삶을 다시 알아보기 위해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깨달음처럼 나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

 

 

이책은 자신의 삶을 한번 돌아보길 원하거나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여행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굉장히 유익한 책이 될것이다. 길을 걷는 과정, 그 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많은것들이야 말로 정말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린 저자의 시간처럼... 우리도 열심히 감사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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