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숙의 나라
안휘 지음 / 상상마당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안휘 작가의 장편역사소설 《애숙의 나라》는 병자호란 이후 1650년(효종孝宗 1년)에 공주를 보내라는 청나라의 강력한 요구에 숙안공주(淑安公主)를 대신하여 청나라 장수 도르곤의 첩으로 시집간 이애숙(李愛淑)이라는 소녀의 기구한 일생 이야기다. 나라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한 그녀는 의순(義順)이라는 이름의 허울뿐인 공주로 책봉되어 청나라로 간다. 그러나 청나라에서 머지않아 신랑인 도르곤은 죽어 버리고, 만고역적의 첩으로 신분이 전락한다. 이어서 본의 아닌 재가(再嫁)를 강요당해 다른 남자 보로에게로 가는데, 두 번째 신랑마저 오래 살지 못하고 병사하는 등 파란만장을 겪으며 참혹하게 살아간다.

 

 

이책의 작가는 경기도 의정부 금오동의 초라한 묘를 보게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바로 의순공주와 그의 친부 이개윤의 무덤 또한 그 곁에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이 초라한 무덤을 보고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평소에 역사를 엄청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정말 애숙이란 이름도 처음이요, 의순공주님도 처음으로 들어보았다. 그래서 표지만 보면 도대체 애숙이란 이름을 가진 조선의 의순공주님께서 무슨 일을 당하셨기에, 제목이 그러할까 고민이 되었다. .

그리고 '야만의 역사에 짓밟힌 한 소녀의 처절한 일대기' 라는 강렬한 표현을 하였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만들었다.

 

이책의 주인공인 애숙은 원래 공주는 아니고, 그저 왕실 종친의 자손이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그녀의 아버지가 임금에 대한 충성스러움이 얼마나 지나친지, 기생이나 사노를 데려다가 공주로 둔갑시켜 청나라에 보내도 될 것을, 정말 어리석게도 자신의 친 딸을 보내버리고 만다.

솔직히 이부분을 보면서 같은 남자로서 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로서 무지 화가나고 안타까웠다. 물론 옛날 조선시대의 모습에서는 어찌보면 당연스런 일일수도 있지만 참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 아버지의 마음이었고, 그녀는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더욱더 안타까웠던 사실은 애숙을 진심으로 사모하는 김담이라는 남정네도 있었지만 그도 아무것도 실천하지 못하고 만다. 그냥 속시원하게 그남정네와 빨리 혼인을 하였다면 이렇게 억울하게 청나라로 팔려가는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다. 그녀의 운명적인 모습을 읽고있자니 너무 화가나고 안타깝고 딱하기만 하다. 그리고 자신의 딸을 그냥 임금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보내버린 그녀의 아버지가 너무나 나쁘고 못됐고 그냥 무진장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버지의 충성심에 따라 청나라로 팔려간 애숙은 청나라로 시집을 가자마자 일곱달만에 그녀의 남편인 섭정왕이 죽고, 다시 재가를 하였지만 또 그 남편이 죽고, 또 재가를 하게 되었다.

아~~ 이얼마나 안타까운 그녀의 삶이던가.. 정말 온전히 그녀를 지켜주는 남편조차 1명 없다는 사실이..너무나 가슴아프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힘들고 어려운 삶을 얼마나 안타까워 했을까... 이 얼마나 모진 세월일까. 자신이 태어난 조국에서 이억만리 멀리 떨어져 팔려간 머나먼 타국에서 온갖 고초를 다 겪어가며 힘겨운 삶을 홀로 살아가며 버티는 그여인 의 마음이... 그녀 혼자 지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을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평소에 무지 아끼던 시녀 마저 팔려가 버리고, 조선에서 같이 온 몸종 부슬이만이 오직 그녀 곁을 지켜주었을뿐이다. 이얼마나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던가.. 정말 안되도 너무 안되었다..

​사실 이책의 작가는 그토록 안타깝고 비극적인 삶을 아름다운 여인 애숙을 단순히 고통스런 그녀의 삶으로만 그린것이 아니라... 그녀를 참을 수 없는 고통의 귀퉁이로 몰아 넣고 결국엔 그녀를 내버리다시피 청나라로 팔려보냈던 그녀의 고향인 조선땅으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그렇게 억울하게 조선땅을 떠났던 그녀지만 우역곡절끝에 다시 돌아온 조선땅에는 여섯 해 동안 그녀의 가짜 무덤이 만들어져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잃어버린 그녀의 태아는 청나라에 무덤이 되어 있고말이다. 어렵게 조선으로 돌아온 그녀에게는 정말 이전의 삶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고통의 경험이 계속된다.

그녀는 조선으로 환향 후에 정상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가족의 냉대와 무관심한 저주는 아버지의 파직과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그녀의 학대로 확대되어버린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잘못되었다..

 

이책은 몇백 년을 뛰어 넘어, 그시대의 시대상황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참으로 가슴아프게 만들었다. 오로지 임금에 대한 충성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고통이 시작되어, 결국 그것을 견뎌내야만 하는 한여인의 안타까운 운명의 모습이 조선시대의 우리네 어머니요, 누이들의 삶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비록 애숙이라는 한 여성이 기이한 운명으로 그려냈지만 그시대의 모든 여인네들이 이렇게 억울하고 힘들게 살아왔을것이다.

 

결국 숱한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었던 애숙은 마음 고생이 심하여 병을 얻게 된다. 그녀는 고통스럽게 죽어가면서 조선은 아버지에게 어떤 나라입니까? 질문에 답하기를, 조선은 나에게 버릴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숙명이다.

애숙은 제게 나라는 … 조선은 없었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나라였기에 차마 버릴 수가 없었을 따름이었지요. 그래도 돌아보면 아버지의 딸로 행복한 날이 더 많았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아버지의 딸.......... 그토록 그녀를 힘들게 했던 원인제공을 한 아버지를 원망하기 보다 그 아버지의 딸로 행복한날이 더 많았다고 고백하듯 마무리 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슬펐다. 어찌 이럴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책의 제목처럼 애숙의 나라는 진정으로 없는것인가 그녀가 낳고 자란 그녀의 나라 조선은 정말 없다는 이야긴가..

 

그냥 그녀의 아버지의 나라였다는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지난 시절 우리나라가 힘이 없어서 겪었던 일부의 이야기일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할것이며 세계속에서 번영하고 강대한 우리나라가 되기를 소망해보며 이책의 주인공 애숙의 모습이 환하게 웃음짓는 상상을 해보면 마무리 해본다.

 

 

<이글은 해당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