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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평점 :
<용의 귀를 너에게>에서는 <데프 보이스>로부터 2년 뒤에 주인공 아라이가 맞닥뜨리는 세 가지 사건이 연작 형식으로 펼쳐진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저자는 농인과 수화의 세계를 상세히 묘사할 뿐 아니라 특수교육, 발달장애, 싱글맘 등 폭 넓은 주제를 다루며 사회 속에서 다양한 소수자들이 처한 현실을 세심하게 조명했다.
저자 : 마루야마 마사키
1961년 도쿄 출생.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연극과 졸업. 광고 대행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프리랜스 시나리오 라이터로서 기업 및 공보청의 광고 비디오, 영화, 오리지널 비디오, TV 드라마, 다큐멘터리, 무대 등의 각본을 담당했다. 제18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 최종 후보에 오른 『데프 보이스』로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 외 작품으로는 『표류하는 아이』가 있다.
역자 : 최은지
대학에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다양한 분야를 거쳐 오랜 꿈인 번역가가 되었다. 저자의 목소리를 독자에게 온전히 전하고자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였으며 현재 외서 기 획과 번역가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역서로 『부자는 왜 필사적으로 교양을 배우는가』, 『데프 보이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행복을 연기하지 말아요』 등이 있다.
주인공 아라이 나오토(45세)는 농인 부모밑에서 자란 청인이다. '청인'이란 말하고 듣는것을 할수 있는 비장애인을 말하는것이다. 비록 장애인을 부모로 두었다하더라도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지는 않는다는말과 같은것이다. 책속에서 나오토의 형이 말못하는 농인으로 태어난 반면, 나오토는 비장애인 즉 정상인으로 태어난것이다.
그들에겐 무슨 일이든 부모님의 핑계를 댄다. 부모가 어릴 때 상처를 줘서 혹은 부모가 충분히 애정을 주지 않아서 자신이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는 데 참 안타까운 내용이다. 그런 반항은 청소년기에서 함께 없어져야 할것인데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데 실제로 요즘세상에서 부모의 애정으로 아이들의 발달장애를 개선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올바른 육아법에 대해 말하고 심지어는 이를 법으로 제정하려고 정치권이 움직인다면 어떠할까 생각해본다.
농인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정상적인 청력을 가진 코다라 일컬어지는 아라이가 수화로 청인과 농인 사이에서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재판에서 농인의 입이 되어 활약을 펼쳤던 데프 보이스의 후속작인 용의 귀를 너에게 에서는 농인의 이야기는 물론 발달장애아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농인인 하야시베는 강도죄로 재판에 회부되고, 아라이가 그의 법정 통역을 맡게 된다.
검찰에 기소된 공소장 내용에 의하면 하야시베가 피해자에게 "조용히 해, 돈 내놔."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하야시베는 청각구화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자신은 말을 할 수 없다며 법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린다.
강도죄로 재판을 받게 된 하야시베는 농인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과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 '말하는 것'이 같은 것인지 묻는다. 그러면서 재판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을 통해서 정말 여러가지를 느낄수 있었다. 그중 내가 그동안 오랫동안 살아오면서도 농인들의 이야기나 발달장애아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우리가 얼마나 장애인에 대해 너무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을 그저 정상인이 아니라는 색안경을 끼고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그들과의 삶을 선을 긋고 살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만약 말을 못 하거나 혹은 귀가 안 들리거나 아니면 행동이 약간 느려도 그건 병의 증세일 뿐이지 그건 우리와 조금 다른 상황일뿐인데..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건 그들의 지능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건 뭐 다른 이상이 있는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지능에 문제가 있는것처럼 바보 취급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해준다..
특히 이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건 바로 농인을 뜻하는 농이 용의 귀를 뜻하는 한자어를 쓴다는 것이었는데 에이치가 수화를 통해 자신도 용의 귀를 가졌으니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그래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다. 우리와 다르다 해서 그들을 그냥 동정의 눈으로만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볼게 아니라는 점이다. .
한편으로 정상적인 청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농인의 세계도 청인의 세계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아라이를 통해 코다들이 가지는 혼란과 깊은 외로움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이책은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도 많은 깨우침을 주었고, 그들과 우리는 조금 다른것뿐이지 누가 맞고 틀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종을 쳐주는 책이었다. 이런 다양한 부분에서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는 "용의 귀를 너에게"는 마루야아 마사키 저자의 전작인 "데프 보이스"만큼이나 나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이글을 해당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