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보이는 것만 믿니?
벤 라이스 지음, 원지인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 딸아이가 어릴 적에 늘상 이야기하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우리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속 친구' 였다.

이름은 '정희영' 이고 머리가 긴 생머리였다가 파마머리였다가

5살 아이였다가 20살 언니이기도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도 말끝엔 항상 '우리 정희영은 그런거

다 할줄알아.', '우리 정희영이 그러는데 ...' 라고 했고

우리는 그런 아이가 너무 우습고 귀여워서 같이 장단을 맞춰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우리 아이의 친구로, 언니로,동생으로 함께 하던 '정희영'은

아이가 7살이 되면서 부터 서서히 멀어져 가더니 이젠 추억속에만 남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맨 먼저 그때 우리 아이의 '정희영'이 떠올랐고

'그런 보이지 않는 친구를 가진 어린이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캘리언은 이런 보이지 않는 친구 포비와 딩언과 함께 살고 먹고 대화하고

숨쉬었다.

캘리언은 포비와 딩언이 마치 실제로 눈에 보이는 듯 행동한다.

(사실 실제로 캘리언의 눈에는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포비는 다리를 절고 딩언은 배꼽에 오팔을 달고 있고 그들은 바이올렛 크럼블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오빠인 애슈몰의 눈에는 이런 동생의 행동이 '바보스럽고 어린애 같은 짓'

으로만 보였고 아빠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않고 상상속의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는 캘리언이 걱정스럽다.

 

어느날 아빠는 캘리언에게 아빠가 오팔을 찾고있는 오팔광산으로 포비와 딩언을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올땐 그만 그들을 잊고 말았다.

아빠의 눈엔 보이지 않는 존재였으니 잊는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캘리언은 그들이 없음을 알게되고 충격을 받는다.

결국 다시 광산으로 찾으러 갔지만 포비와 딩언은 찾지못하고 아빠만 엉뚱한 오해를

사고 폭력사건에 연루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캘리언은 포비와 딩언이 사라지자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게된다.

이정도 상황이 되면 누구나 캘리언에게 바보같은 짓 그만두라고 소리지를만 하다.

아빠까지 도둑으로 몰린 마당에 상상속의 친구가 죽었건 살았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윽박지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슈몰은 동생을 낫게 하기위해 그리고 아빠가 도둑이 아니며 포비와 딩언을

찾기위해 그랬다는 것을 알리기위해서 일일이 마을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포비와 딩언을

찾아주기를 부탁한다.

의심의 시선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내는 애슈몰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이런 진심이 통했을까.

마을사람들이 포비와 딩언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 중엔 정말로 진짜라고 믿는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동정심으로 찾는 시늉만

해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모습을 보며 우리는 아주 어릴적 또는 지금도 가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곁에 있어 힘이 되어주고 응답해주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애슈몰도 포비와 딩언을 찾기위해 광산동굴로 다시 갔을때 이미 마음속으로

그들의 존재를 믿게되었고 그 결과 그들을 찾을수있었다.

포비와 딩언이 동굴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읽었을때 나 또한 캘리언만큼 슬펐다.

캘리언이 더 이상 그들과 함께 할수없다는 게 너무 공허하고 허탈했다.

포비와 딩언의 장례식에 그렇게 많은 마을사람들이 참석해주었을때는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

우리 아이는 캘리언이 끝내 죽었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

하지만 어쩌면 포비와 딩언,캘리언은 함께 있을 수있어 오히려 행복할지도 모른다.

 

책을 처음 읽기시작했을때는 포비와 딩언을 캘리언의 상상력의 산물 정도로만 여겼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친한 친구하나를 잃어버린 허전한 느낌이 되었다.

눈에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더 중요하고 보이지 않는 것도 믿어줄수있는 순수한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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