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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청설모 까치 ㅣ 작은거인 13
장주식 지음, 원혜영 그림 / 국민서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얼마전 네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본 프로그램이 생각났어요.
긴급구조 동물 119라는 프로그램인데 미국이나 호주 등은 워낙 땅이 넓어서인지 주택이 넓직하고
정원이나 잔디가 많아 야생동물이 숲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가끔은 아예
사람이 사는 집에 자기 보금자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가봅니다.
집에 들어와 새끼까지 낳고 사는 너구리를 구하기위해 야생동물 구조대가 와서 최대한 너구리가
놀라지않게 배려하여 잡아서 야생숲으로 돌려보내는 장면이 제겐 참 이상하게 보였지요.
그냥 잡아서 대충 동물원에 보내거나 쫓아버리면 될것인데 신경을 그리 쓰는지 의아했어요.
그런데 그 나라에서는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가 철저한가 보더라구요. 절대 야생동물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토끼, 청설모가 처음엔 사람과 참 친근하게 잘 지내다가 그 동물들이 사람의 영역에
침범하게 되자 사람들이 돌변하여 그들을 잡아서 죽이게 되는 장면이 전개됩니다.
이것은 요즘 자주 뉴스에서 접하는 야생멧돼지, 사슴, 너구리 등이 먹이가 떨어지자 민가에
내려와 밭을 망가뜨리고 심지어 도심에까지 출현하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들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이 있는 곳까지 침범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그들이
자기 영역에서만 살도록 할 방법을 연구하기 보다는 그저 일단 사냥꾼이나 덫을 놓는
방법으로 그들을 쫓아버리고 잡아서 죽이는 미봉책만을 쓰는게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심리상태의 변화가 진짜 동물과 인간이
함께 할수없는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처음엔 사람들 눈에 예쁘게 보이고 귀엽게 보였던 동물들이 감히 사람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받아들일수가 없고 화가 치미는 것입니다.
'요것들이 예뻐해주었더니 기어오르는 구나.' 하는 심리도 생기고 대충 쫓으면 알아서 물러나야하는데
그러질 않으니 분노를 느끼는 것이지요.
이러한 분노는 없애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결국 인간의 손에 잡혀죽게되는 운명에
처합니다.
다복이 아빠가 청설모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우연히 한마리를 죽게 만들었을때 손과 다리가
떨렸고 죄책감을 느꼈지만 청설모를 잡는것을 그만두지 않은것도 사실은 내면에 이런심리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절대 동물에게 내 영역을 침범당하고 빼앗길수는 없다는 그런 심리 말입니다.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사실 저라도 그리되었을지도 모르기에 이해가 가고 결국 이런 상황을 막고
인간과 동물이 함께 자연을 공유하려면 일종의 완충지대가 있어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로 울타리를 두고 사는 것이 아니라 약간은 떨어져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
살수있도록 인간이 좀 양보해주어야 할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자꾸 동물들에게서 빼앗고 있으니까요. 산도 개발해서 밭을 만들고 물도 가두어서
양식장을 만들고 말입니다.
그들의 터전을 빼앗을때는 허락도 받지않고 해놓고 그들이 침범하니 화를 내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요.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동물들에게 이젠 너그러운 마음으로 좀 내어주고
양보하며 자연을 함께 공유해 나가면 좋겠다는 말을 했어요.
물론 책에서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그저 다만 까치를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듯이 다른 동물들도 미워하지 않을방법을 생각해보는 장면으로 끝이나지요.
결론은 책을 읽는 각자가 내릴 몫인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