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동화중에서 가장 환상적이며 차가움과 뜨거움을 동시에 느낄수있는 동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나이엔 이해가 잘 되지않았던 [사랑의 힘]을 지금와서 읽어보니 가슴에 와닿네요. 가장 친한 친구였던 카이가 눈의 여왕에게 납치된 후 혼자 남은 게르다는 카이를 찾기위해 온갖 시련과 고난을 이기며 북극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눈의 여왕과 함께 있는 카이는 이미 심장까지 꽁꽁 얼어붙어 차갑기 그지 없었습니다. 게르다는 그런 카이를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 눈물은 바로 사랑하는 카이를 보고 흘리는 안타까움과 슬픔의 눈물이지요. 그 뜨거운 눈물이 얼어붙은 카이의 심장과 심장에 박힌 악마의 거울조각을 녹여 버립니다. 그와 함께 카이가 맞추고 있던 글자조각인 [영원] 이 맞춰지게 되죠. 아마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지난번 안데르센 전시회에서 세계 어린이들의 친구이며 동화의 할아버지인 안데르센이 실제로는 첫사랑에 실패하고 평생을 혼자로 살아온 외로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 외로움을 '인어공주'나 '눈의여왕' 같은 작품을 통해 사랑의 완성으로 승화시켜나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함께 읽던 아이에게 "만일 네 친구가 눈의 여왕에게 잡혀간다면 너도 게르다처럼 찾으러 갈수있겠니?"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너무 추워서 못갈것같은데 " 하면서 웃어버립니다. 정말 게르다처럼 자신의 모든것을 희생하면서 친구 카이를 찾아갈 용기가 나 자신에게도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네요. 하지만 힘들고 고달픈 여행속에서도 착한 게르다는 도와주는 손길들이 있었습니다. 산적의 딸, 공주와 왕자, 핀란드여인, 순록, 그리고 마지막엔 천사들 . 게르다는 시련을 통해 좋은사람들을 만나고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선은 악을 반드시 물리친다는 교훈을 남겨줍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머나먼 북유럽의 풍경속에 차가운 미소를 띤 눈의여왕과 얼음성을 배경으로 뜨거운 사랑을 품은 게르다와 카이의 이야기는 결국 얼어붙은 마음도 사랑앞에서는 녹아버린다는 진리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고 날씨도 추워지는데 혹시나 얼어붙은 마음으로 냉랭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