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친구가 될 순 없나요? 달을 담은 책그릇 1
프랑크 비주 지음, 윤정임 옮김, 이혜진 그림 / 책그릇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집은 삼대가 함께사는 집입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있기에 그렇습니다.

맞벌이부부라서 제가 직장에 나가고 없는 동안 할머니께서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도 챙겨주시고 학원에도 데려다 주시곤 합니다.

주변에 직장맘인 엄마들은 은근히 부러워하죠.  저도 제가 집에 없지만 사실 크게 아이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참 맘이 놓이구요.

근데 사실 아이와 할머니가 함께 있는 시간은 많지만 실제로 대화를 하거나 함께 놀이를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할머니가 집에 계시다는 것뿐이지 아이는 아이대로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각자 자기 방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이거든요.

그래서 전 이 책을 한번 아이에게 읽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궁금했지요. 과연 할머니와 아이가 친구가 될수있을까 ? 하고요.

 

책을 펼치자 큼직큼직한 글자들과 프랑스 잡지책 삽화같은 그림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전 그림을 외국사람이 그린 것인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그린 것이라 약간 놀랐어요.

아마 책의 내용과 비슷한 느낌을 주려고 한 것같은데 정말 잘 어울렸던것 같아요.

 

리즈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엄마와는 달리 외모를 꾸미거나 여자답게 행동하는것엔 별로 관심이

없는 소녀입니다. 엄마는 늘 그것이 못마땅하고 또래아이들보다 키가 10센치나 작은 리즈가 걱정

스럽기도 합니다.

리타는 78세 된 할머니예요.리타는 키가크고 깡말랐고 두 아들집을 왔다갔다하며 지내고 있어요.

양로원같은 곳에는 절대 가지않겠다고 선언했거든요.

자식들은 리타할머니를 까다로운 할머니로 여겼어요. 자주 아픈 할머니를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했죠.

리즈와 리타는 병원앞에서 만났어요. 둘은 서로가 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고

친구가 되었어요.  가족들은 고집불통에다 성가시고 문제가 많다고 투덜대지만 둘은 서로에게서

장점을 찾아 칭찬해주고 서로를 이해해줍니다. 더이상 이들사이에 나이는 문제가 아닌거죠.

그러나 리즈의 엄마는 리즈가 할머니와 만나는 것을 탐탁지않게 여기고 리즈를 모델학원기숙사로

보내버립니다. 리타의 가족은 리타를 양로원으로 보내구요.

헤어진 두사람은 그날부터 지옥같은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다가 문득 눈을 들어 창밖을 보니 마주

보고 있는 서로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기숙사와 양로원은 희한하게도 마주보는 건물이었거든요.

다시 만난 두사람은 감격의 재회를 하고 우여곡절끝에 기숙사와 양로원 정원의 담장을 허물어

할머니와 어린소녀들은 서로를 친구처럼, 부모처럼 사랑하면서 살게된다는 이야기예요.

 

주로 아이들은 할머니를 좋아하죠. 내리사랑이라고 할머니는 손주들을 너무예뻐하시니까요.

근데 사실 리즈엄마처럼 어른들은 노인들을 공손하게 대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가까이 하려고는

하지않아요. 왠지 불편하다고 느껴지니까요. 친구처럼 지낸다는 것은 하물며 어림없죠.

하지만 아이와 할머니는 가까움을 느끼는 것같아요.왜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고 하잖아요.

아이와 할머니가 좀 서먹하고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생각될때 한번 두사람이 함께 있을 자리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어요. 우리 아이는 저한테 혼나면 할머니한테 가서 위로를 받고 금방

풀려요. 할머니는 상처를 치유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것같아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데는 나이가 문제가 아닐거예요.언젠가 나도 나이를 먹을것이고

할머니가 될테지만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는 방법을 잊어버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책을 읽고나서 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도 늙어서 할머니돼?"  "그럼, 엄마도 늙으면 할머니되지."

그랬더니 눈물을 글썽글썽하면서 "엄마, 늙더라도 꿈을 잃지는 마." 하더군요.

아마 늙으면 무기력해지고 꿈도 없이 하루하루 힘들게 살까봐 걱정되었나봐요.

"엄마 꿈은 우리 지윤이 예쁘고 착하게 키우는 건데 그 꿈을 어떻게 잃겠니?네가 곁에 있으면

절대 안 잃어버려." 했답니다.  

항상 친구같은 엄마가 되려 노력하지만 자꾸 호랑이 엄마가 되어버려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할머니가 되면 친구처럼 될수있으려나? 아이의 부족함도 사랑으로 다 덮을만큼 넉넉한 마음을

가질수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정말 아이말대로 꿈을 잃지않고 몸은 늙어도 정신만큼은 젊게 살수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