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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똥 맞은 날 - 생활문 1, 소년한국일보 글쓰기상 수상작 모음집 01
소년한국일보 엮음, 김병규.이창건.김은희 편집위원 / 효리원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새똥 맞은 날]은 책 제목서 부터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년한국일보에서 1984년부터 주최한 어린이 글짓기 대회 수상작 중
우수한 작품을 골라 엮은 책으로서 단순히 글솜씨가 빼어난 것 뿐만이
아니라 소재 또한 다양하고 어른과는 다른 어린이들의 시각과 순수함을
느낄 수있어 참 유익했어요.
게다가 소년한국일보는 내가 어린시절 학교에서 받아보던 어린이 신문이어서
감회가 더욱 새롭웠고 읽으면서 그 시절 같은 교실에 앉아있었을 아이들의
글을 접하니 그 때의 향수가 밀려들어 가슴이 찡하기도 하네요.
아침에 늦잠을 자서 엄마한테 혼이나면서 학교에 가다가 모자에 새똥을
맞고 마치 엄마가 새가되어 나타나 잔소리대신 새똥을 싼 것같다고 쓴
아이의 글을 읽고선 어찌보면 참 짜증스런 상황이었을 것을 오히려 재미있게
승화시킨 걸 보면 참 어린아이 다운 천진함이 느껴졌습니다.
어른들이라면 절대 이런 상황에서 웃음이 안나올텐데 말이죠.
또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기념으로 한달동안 열심히 신문배달을 하면서
스스로 일하는 즐거움과 돈을 버는 일이 이렇게 힘들구나 하는 것을 느꼈던
6학년 오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시절의 의젓한 어린이의 모습이 떠올랐죠.
그렇게 한달을 일하고 받은 돈이 2만원이란 말을 듣고 우리 아이는 눈이 똥그레져서
"겨우 2만원?" 합니다. 사실 1984년에 2만원이면 그리 작은 돈은 아니지요.
스키장에서 차례를 지내는 부모님을 보며 자기는 저러지 말아야겠다고 되내이는 아이,
건강에 좋다고 억지로 권하시는 어머니때문에 사슴의 피를 먹고 죄책감을 느낀 어린이,
부모가 이혼한 아이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보면서 제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혼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아이의 글을 읽으면서는 "너희들의 생각이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들 "얘들이 뭘 알아?"하며 창피한 짓을 저지르는 어른들은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 아이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의식에 가슴이 뜨끔할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잘 쓴글은 순수하고 진실된 어린이의 글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잘 짜여진 형식이나 미사여구로 포장되지 않았어도 여기에 실린 아이들의 글은
모두 보석같은 글들이었어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생활속에 일어났던 일들을 진실되게 글 속에 담아냈기 때문이예요.
나중에 우리아이도 이런 글을 쓰면 좋겠다고 바래봅니다.
정형화된 틀에 짜여진 논술 모범답안 같은 글 말고 투박하지만 감동을 줄수 있는 그런 글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