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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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할 만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책, 이게 뭐라고>. 그러게 말이다. 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고... 생각보다 꽤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었다.

읽고 쓰는 본업에 충실했던 그가 팟캐스트 진행을 맡게 된 과정과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느끼고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책의 중간중간에 장강명 작가가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나름 의미 있는 책들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의 전체적인 글에서 또 다른 재미요소를 더해주는 부분이다.





책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바로 <마오쩌둥의 다채로운 독서 생활과 곰팡이가 만드는 기하학적인 균사>인데 바로 책 표지 뒷면에 소개된 글귀인 "읽고 쓰는 것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아마도 꽤 인상적인 내용이라 책의 표지에도 이 본문을 소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었을 때 마지막 챕터의 말미 글에서 이보다 더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에피소드 1

아이들과 서점에 자주 간다. 지금은 아이들이 그다지 책을 많이 읽지 않지만 어릴 적에는 서점에 가면 꼭 자기들이 서점을 둘러보고 직접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곤 했다. 대부분 게임 만화책이나 학습 만화책 그리고 스티커북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대부분 골라 온다. 그렇게 책 한 권씩을 옆구리에 끼고 계산을 하러 가는 중에 한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아이는 학습 만화인지 게임 만화인지 우리 아이들이 들고 있는 책과 비슷한 책을 갖고 싶어 하자... 그 엄마는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은 읽으면 안 돼!"라고 말했다. 그 말이 어찌나 어른인 우리의 가슴에도 깊이 박히던지...

그렇게 아이는 갖고 싶었던 책 앞에서 강제로 손을 잡혀 어디론가 끌려갔다.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을 사주는 부모는 뭐지?'라는 질문 아닌 질문을 하며 계산대로 갔다.

에피소드 2

읽고 싶은 책은 원하는 대로 사주는 편이라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집에는 학습 만화와 메이플 스토리 같은 비슷한 책들이 많아졌다. 특히나 그 나이 때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수수께끼 책이라든지 공포 책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이제는 먼지만 쌓여갔다. 지들이 이젠 필요 없다고 다른 사람 주라고 하여 아직 어린아이가 있는 지인에게 책들을 일부러 챙겨서 가져갔더니 "이런 책 안 읽혀요~"라는 말에 주는 내가 뭔가 크게 잘못했구나... 싶게 무안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 두 상황들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는 내 자식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 싶고 나쁜 건 아예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려는 부모 된 마음. 책에 있어서도 양질의 도서? 만 읽게 하고픈 마음을 왜 이해하지 못하겠냐마는... 글쎄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좋은 책'은 취향의 문제를 넘어 가치관의 영역이고 내가 좋다고 무조건 남들도 다 좋다는 법은 없다. 기호와 취향은 왜 있겠나.

부모가 아이에게 평생 밥을 떠먹여줄 수 없듯... 아이에게 스스로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눈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자신만의 기호와 취향을 찾는 것! 그 눈을 키워주는 것에 비록 돈이 들고 부모의 성에 안 찰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왜 못할까.

근데 장강명 작가가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속 시원하게 책의 마지막에 내 등을 긁어주더라. 그래서 가장 인상적이고 공감하고 기억에 남는 내용이 마지막 글이었다.

작가의 글을 옮겨보자면...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개별적인 길을 걷는다. 아니,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간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발견하고, 동시에 쌓아올린다.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일이다.

말하자면 독서 그 자체만큼이나 독서의 전 단계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나는 무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도록 해줘야 한다. 표지가 예쁜 책과 유명인이 쓴 책과 줄거리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 사이에 갈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숙고 끝에 내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경험이,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고전을 읽고 얻는 고만고만한 교훈보다 훨씬 귀중하다. 세상에 그렇게 안전한 실패도 드물 것이다. 기껏 해봐야 약간의 시간 낭비 정도다.

책값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다. 방학 때 읽을 책을 다섯 권 사다 주기보다, 같이 도서관에 가서 자녀가 직접 책을 고르도록 하는 게 어떨까. 그렇게 골라온 책이 아무리 마음 내키지 않아도 간섭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말이다.

나는 질리도록 오락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식화된 전형典型에 물려 변형을 찾아나갈 때 아이의 내부에 개성과 깊이가 조금씩 생겨서 굳어진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책에 관한 책이다 보니 작가가 읽었던 책 중에 소개하는 책, 그리고 팟캐스트에서 대화를 나누며 언급하였던 책들.. 읽다 보면 호기심에 '어? 나도 이거 읽어보고 싶네~'하는 책들이 더러 있다. 일부는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접하지 못한 책들이 많아서 더 궁금증을 유발했다.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는 책을 즐겨 읽는 이라면 다들 공감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 덕분에, 장강명 작가 덕분에 새롭게 읽을 책들을 많이 발견했다. 그가 끝내주는 책으로 소개한 <블랙 달리아>는 '내가 왜 아직도 이 책을 몰랐지?'할 만큼 기대가 되는 책이기도 하고 제임스 엘로이 작가의 다른 책들은 읽어놓고 정작 <블랙 달리아>는 안 읽었다니... 바보스럽기도 했다. <내 어둠의 근원>과 <블랙 달리아>가 그렇게 연결되는, 의미가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블랙 달리아>를 읽고 난 후 다시 <내 어둠의 근원>을 읽으면 예전에 읽었던 그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감동이 올 거라 생각된다.

<블랙 달리아>를 비롯해 숙제 같은 책 <사랑의 역사>, 그녀가 추천한 <좋았던 7년>, 요조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다던 <아무튼, 떡볶이>등은 메모 후 결국 장바구니에 담아졌다. 그리고 요조의 노래 중에 좋아한다는 <불륜>곡도 찾아서 들어봤다. 어느새 작가 장강명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100% 다 공감할 순 없지만 꽤 설득당한 부분도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전자책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는 책은 종이책을 선호하는 입장인데 읽다 보니 '어? 그러네~'하며 수긍하게 되고... 전자책에 대한 부정적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흥미로웠던 내용들이 많아서 하고픈 말은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주절주절 내뱉기만 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든 <책, 이게 뭐라고>에 대해 말하자면...

흥미롭다.

재미있다.

때론 설득당한다.

크게 공감한다.

보석 캐기처럼 작가의 이야기 중 쏙쏙 빼 먹을 것들이 제법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롭게 즐겁게 읽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책을 평소에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이나 책은 읽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싶은 이라면 팟캐스터부터 들어보면 좋을 거 같다.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며 느낀 것을 생각하고 나누다 보면 책이라는 나무에서 다양한 곁가지들이 나오게 된다. 그것이 내 삶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내면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주변의 이야기일 수도 있듯... 무궁무진하게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 책이란 매개를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을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너무 나갔나... ㅋ)

어쨌든 책! 이게 참~~ 거시기 하다.



‘이거 진짜 재미없음. 완전 구림‘이라는 한 줄짜리 감상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어떤 사람이 그런 한 줄 감상이라도 많이 올리면 그의 취향이 드러나고, 그렇게 되면 그의 한 줄 감상은 취향이 겹치는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참고사항이 된다. 취향이 정반대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유용한 지침이다. - P180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개별적인 길을 걷는다. 아니,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간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발견하고, 동시에 쌓아올린다.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일이다.

말하자면 독서 그 자체만큼이나 독서의 전 단계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나는 무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도록 해줘야 한다. 표지가 예쁜 책과 유명인이 쓴 책과 줄거리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 사이에 갈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숙고 끝에 내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경험이,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고전을 읽고 얻는 고만고만한 교훈보다 훨씬 귀중하다. 세상에 그렇게 안전한 실패도 드물 것이다. 기껏 해봐야 약간의 시간 낭비 정도다.

책값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다. 방학 때 읽을 책을 다섯 권 사다 주기보다, 같이 도서관에 가서 자녀가 직접 책을 고르도록 하는 게 어떨까. 그렇게 골라온 책이 아무리 마음 내키지 않아도 간섭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말이다.

나는 질리도록 오락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식화된 전형典型에 물려 변형을 찾아나갈 때 아이의 내부에 개성과 깊이가 조금씩 생겨서 굳어진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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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골짜기의 모험 2 무민 골짜기의 모험 2
토베 얀손 지음, 천미나 옮김 / 온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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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시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캐릭터들이 있다. 이들은 책, 영화,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세대를 거쳐 우리 곁을 함께 해 왔다. 대표적인 캐릭터들이 바로 무민과 미키마우스, 스누피 등이다. 핀란드 국민 화가인 토베 얀손이 만든 캐릭터 무민은 동글동글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보고 있으면 따뜻한 느낌이 절로 든다. 하마를 닮은 무민은 북유럽 설화에 나오는 트롤이 원형인데 위키백과에서는 하마를 닮은 이 무민이 사실은 당나귀라고 소개하고 있다. 처음 안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당나귀 같기도 하고... ^^

무민 탄생 75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동화 시리즈로 나온 <무민 골짜기의 모험>은 1편에 이어 무민 원작 소설 스토리를 반영하여 애니메이션 이미지 100여 컷으로 구성하여 만든 동화책이다.



무민을 좋아하지만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좋아했지 스토리는 제대로 접하지 못했었다. 올 컬러로 판형도 큰 그림책은 퀄리티가 너무 좋은데 가격은 14,800원으로 착한 편이다. 요즘 책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정말 출판사에서 착한 가격에 출간을 한 거 같다. 이러면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도 우선은 기분이 좋아진다. 핀란드의 하얀 설경을 연상케 하는 표지가 너무도 인상적이다. 무민 골짜기의 모험을 읽은 후 내가 소장하고 있는 무민들을 찾아보았다. 찾아보면 어디 더 있을 테지만 생각나는 것들만 모아서 함께 찍어봤다. 무민은 다 무민인 줄 알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각기 다른 이름과 함께 나오는 캐릭터들의 이름도 알게 되었다.



책 이야기에 앞서 이왕 무민 이야기를 한 김에 이것저것 보태자면 몇 해 전에 일본 후쿠오카 여행을 갔을 때 캐널시티에서 숙박을 했었다. 그 캐널시티 내에 무민 레스토랑이 있었다. 난 여기가 너무 가고 싶었는데 아무도 무민을 나처럼 좋아하지 않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서 차마 가자고 말하지 못했다. 왜냐~ 가격이 좀 비쌌던 걸로 기억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서라도 가는 건데... 하는 후회가 남는다. 음식도 그렇고 음료도 너무 이색적으로 나오는데다 창문 너머 보이는 레스토랑 안의 분위기는 완전 무민과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무민은 나만 좋아하기에... ㅠㅠ 이렇게 창문 너머 바라보면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발길을 돌렸었다. 무민과 함께 앉아서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는 건데 말이다. 여행 중에 후회되는 일을 몇 번 겪고 난 이후부터는 생각을 달리 먹는다.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하고 싶거나 먹고 싶거나 가고 싶거나 사고 싶은 마음이 약간이라도 생겨서 망설일 상황이라면 그냥 하고 보기로. 그래야 후회가 없으니까. 다음은 없으니까.

무민 카페도 그랬다. 코로나가 터지고 보니 이젠 더 절망적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자. 캐릭터만 사랑했지 무민에 대해 1도 몰랐던 무식쟁이는 책을 펼치자마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표현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에피소드들은 너무도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 동화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철학적이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주면 엄마와 아이가 모두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책이다. 에피소드로 보자면 아빠가 아이에게 읽어주면 더 좋겠단 생각이 든다.




무민 골짜기에 사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따스함,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등 다양한 마음을 배우게 된다. <무민마마의 가사도우미>에서 이미 살짝 느꼈지만 은근히 재치와 유머적 요소도 곳곳에 있는데 <필리용크 아주머니 실종 사건>에서 범인을 찾는 경찰관에게 말하는 무민파파의 대사는 순간 빵 터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래, 나! 내 모든 추리력을 동원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이들을 싹 제외시켰더니, 남은 건 오직 나뿐이다. 물론 내가 범죄를 저지른 기억은 없다만.



이 엉뚱한 말에 결국 무민파파에 이어 무민마마까지 체포당해 감옥으로 끌려가지만 결말은 해피엔딩~. 이렇듯 사랑과 우정이 가득하고 재미와 지혜가 넘치는 이야기는 아이도, 어른도 모두 만족할 것이다. 특히 무민을 좋아한다면 꼭~ 만나보시길... ^^





덧붙여 핀란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여행지지만 북유럽 여행을 한다면, 꼭 한 군데를 선택하라면 핀란드에 가고 싶다. 핀란드의 겨울 풍경을 꼭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만약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무민의 나라 핀란드에서 더 많은 무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너무 좋다.






"아까 놀래켜서 정말 미안해. 난 그냥 너한테 용감하게 보이고 싶었어."
"넌 원래 용감해! 폭풍우가 치는데 친구를 구하러 나갔잖아!"
스노크메이든이 이만 자러 간다며 다정하게 인사했어요.
"잘 자, 나의 용감한 무민." - P37

"친절을 베푸는 건 언제나 가치 있는 일이지. 너도 언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지 모르잖아. 어서 출발하자!"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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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 아르테 오리지널 12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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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밤에는 추리소설, 스릴러 소설이나 영화가 제격이다. 비 오는 날이면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파전에 막걸리'의 조합을 자연스레 떠올리는 것처럼 여름이면 심장 쫄짓하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책장을 펴면 도저히 덮을 수없이 빨려 들어가는 몰입감이 여름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게 자연스럽게 스릴러물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평소 스릴러와 심리소설, 추리물을 좋아하지만 여름이면 더 심혈을 기울여 여름에 읽을 책들을 구비해 두는 편이다. 이번 여름에도 이와 관련된 책들을 구입해서 어떤 책부터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더 체인>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킹스맨>, <엑스맨>의 제인 골드먼 각본으로 영화화 확정이 되었다고 하니 더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책 겉표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 <더 체인>의 핵심 줄거리이다. 범죄의 순환고리인 "체인"의 올가미에 걸린 주인공 레이철은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지옥 같은 일이 현실이 되고 그녀는 자신의 딸을 지켜내기 위해 지금껏 살며 지켜왔던 모든 윤리와 도덕적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딸을 지켜내기 위해 끔찍한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레이철의 입장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져 더 빠져들며 읽었다. 내 딸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남의 자식을 납치해 감금하고 협박하고... 자신이 겪은 고통을 고스란히 타인에게 전해주는 행위가 도덕적, 윤리적으로 보자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정작 내가 레이철의 입장이라면 과연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 앞에서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 체인>은 흥미롭고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도 체인의 덫에 걸려들어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자식을 되찾기 위해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그 고통은 계속 연결이 되어 이어지는 지옥 같은 현실. 참혹하고 잔인하다 싶을 만큼 지독한 소설이다. 다른 누군가의 자식을 유괴하여 체인을 이어가면 자신의 아이를 되찾고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나는 것 같지만 결국 체인의 고통 안에 갇혀 평생 고통스러워야 하는 삶을 보며 윤리적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극, 인간의 본성,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 등을 고민하게 되는 책이다.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현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고 지독하다.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섬뜩한 공포를 안겨주는 책이다. 누구나 레이철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 덫에 걸려들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니 기대감이 크다.

여름, 지독한 덫에 빠져 결코 일어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한번 상상해 보시라~

평범하고 지루한 당신의 일상에 감사를 하고 싶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대체 왜 그녀를 골랐는지 레이철은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그녀에게서 어떤 면을 보았기에 유괴 같은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한 걸까? 레이철은 지금껏 성실하게 살아왔다. 헌터칼리지 고등학교 시절에는 전 과목 A를 받았고, 대학 입학시험에서도 고득점을 받고 하버드 면접에도 붙었다. 과속도 절대 하지 않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그 어디에도 지각하는 법이 없다. 주차 위반 딱지라도 받으면 몹시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제 한 가족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약의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 P76

체인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감정인 사랑을 이용해서, 사랑의 힘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끔찍한 수단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형제자매간의 사랑, 또는 연인의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는 먹히지 않을 수단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 없거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만이 체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 P463

죽음은 인생 최악의 일이 아니다. 인생 최악의 일은 자식에게 변고가 생기는 것이다. 자식이 생기면 계속해서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 부조리란, 의미를 열망하지만 이 세상에서 의미를 못 찾아내면서 생기는 존재론적 모순이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는 누릴 수 없는 사치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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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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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죽음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리고 아름다운 노년에 대해서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삶을 누리며 살아간다는 것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당연히 따르는 법. 그 죽음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한번 태어난 인생은 언젠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삶을 멋지게 잘 살고 싶은 만큼 죽음 또한 잘 마무리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최근 몇 년간 뼈저리게 느꼈다.



요양원에서 일어난 사고 이후의 엄마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참 많은 것을 느꼈고 배웠던 시간이었다. 죽음을 선택할 순 없지만 스스로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느꼈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보다는 양질의 삶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느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노년의 삶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 늘 숙제같이 느껴졌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충분히 정리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웰다잉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래전 오송에서 열렸던 국제바이오산업 엑스포에 갔던 적이 있다. 생명 연장의 시대다~ 120세 시대가 펼쳐진다는 둥 그런 문구와 함께 동물복제와 인간복제 등 미래산업에 대해 전시를 하면서 영화 속 미래가 현실로 펼쳐지며 앞으로 더 나은 행복한 미래가 펼쳐진다고 소개하는 것을 보며 불편함을 느꼈었다. 생명 연장이 인간의 큰 희망일지는 모르지만 무조건적인 생명 연장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단순히 숨만 붙여놓은 그 삶을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쓰러지고 돌아가시기까지 몇 년간의 고통스러웠던 엄마의 삶을 지켜보면서 지금껏 살아왔던 것보다도 어쩌면 남은 노년의 삶을 위해서 더 애쓰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는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지켜보고 여러 사례들을 겪으면서 직접 느꼈던 상황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는지, 예전 같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도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노화를 인한 자연사는 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고 편안하게 여생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드물게 되었다. 대부분 병원에서 링거와 수많은 줄들을 주렁주렁 달고 임종을 맞는 것이 예사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버금가게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중환자실의 실태와 죽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 또 다른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연명의료결정법과 법률적 문제 등 의사로서 환자들을 봐오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죽음에 관한 조언을 하고 있다.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 노년의 삶에 대한 안내서와 같다면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그런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실용서와도 같다.

누구나 죽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나처럼 책 속의 현실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공감하며 읽고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일 것이며 죽음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미리 공부한다 생각하고 읽어보면 크게 도움이 될 책이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현실의 문제이므로.





자연은 싸워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다. 우리 삶의 어떤 순간에도 죽음은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죽음을 배우는 시간>의 가장 첫 메시지다. - P6

사회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는지,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점점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되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막연하게 "이러다가 나빠지면 병원에 모시고 가면 방법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을 한다. 의사들의 사망진단서에는 더이상 노환이 사망 원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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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7
안토니스 파파테오도울로우 지음, 이리스 사마르치 그림, 성초림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마음 설레는 일이다.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는다는 것도 설렘 가득한 일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소소한 것까지 마음을 나누며 뭔가를 끄적이며 서로를 이해하고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먼 곳에 있는 그리운 이를 향해 깊은 밤을 지새워가며 편지를 쓰기도 했던 그 시절. 나는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곤 한다. 누군가는 내가 느끼는 그 기분을 공감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지금도 가끔 손 편지를 쓰고 있다.

요즘은 무엇이든 편리하고 빠른 세상이 되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를 걸고 우표를 사서 편지를 부치던 시절은 이미 잊힌지 오래다. 지금은 메일과 핸드폰과 문자와 톡이 대신하는 세상이 되었다. 편리해진 만큼 감동은 줄었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 다 좋을 순 없다.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이 책의 첫 문장부터가 마음 설레게 했다.

전화도 이메일도 없던 시절 우체부 아저씨가 편지를 배달하는 섬마을의 이야기다. 그림과 문장에서 문득 영화 "일 포스티노"가 절로 연상되었다. 그림책을 넘기면서 나는 작은 섬 칼라 디소토와 그 섬을 돌며 우편배달을 하는 마리오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림책은 우편배달부 코스타스 씨의 마지막 출근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편배달 일을 하며 그는 자신의 지나온 우편배달부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모든 우편물을 다 배달하였다고 생각하였을 즈음 우편 가방 안에 편지 한 통이 남아 있었다. 주소만 덜렁 있는 그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해변으로 향했고... 그 마지막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슴 찡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마음 따뜻한 이야기에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림책은 어린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다. 아이들 어릴 적에 읽어 주었던 책이 아직도 책장에 꽂혀 있다. 가끔 꺼내서 읽어보기도 하고 그림이 좋아서 보는 책들도 있다. 이 책의 그림은 꼴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림도 내용도 예쁜 그림책이다. 국제 콤포스텔라 그림책 수상작이기도 한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는 "고마움"이란 단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내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게 만든다. 시대는 변하고 세상은 달라졌지만 나는 여전히 편지를 쓸 것이고... 내 아이들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편지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때론 말로 하는 표현보다 글로 전하는 마음이 더 크게 와닿을 때가 있기 때문에.

책장을 덮고 나면 내 주변의 고마운 이들이 떠오를 것이고 고마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다.


반가운 소식들은 아주 가벼워서 코스타스 씨는 한 번에 백 개라도 들고 갈 수 있었어요.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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