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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 ㅣ 아르테 오리지널 12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평점 :

무더운 여름밤에는 추리소설, 스릴러 소설이나 영화가 제격이다. 비 오는 날이면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파전에 막걸리'의 조합을 자연스레 떠올리는 것처럼 여름이면 심장 쫄짓하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책장을 펴면 도저히 덮을 수없이 빨려 들어가는 몰입감이 여름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게 자연스럽게 스릴러물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평소 스릴러와 심리소설, 추리물을 좋아하지만 여름이면 더 심혈을 기울여 여름에 읽을 책들을 구비해 두는 편이다. 이번 여름에도 이와 관련된 책들을 구입해서 어떤 책부터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더 체인>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킹스맨>, <엑스맨>의 제인 골드먼 각본으로 영화화 확정이 되었다고 하니 더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책 겉표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 <더 체인>의 핵심 줄거리이다. 범죄의 순환고리인 "체인"의 올가미에 걸린 주인공 레이철은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지옥 같은 일이 현실이 되고 그녀는 자신의 딸을 지켜내기 위해 지금껏 살며 지켜왔던 모든 윤리와 도덕적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딸을 지켜내기 위해 끔찍한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레이철의 입장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져 더 빠져들며 읽었다. 내 딸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남의 자식을 납치해 감금하고 협박하고... 자신이 겪은 고통을 고스란히 타인에게 전해주는 행위가 도덕적, 윤리적으로 보자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정작 내가 레이철의 입장이라면 과연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 앞에서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 체인>은 흥미롭고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도 체인의 덫에 걸려들어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자식을 되찾기 위해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그 고통은 계속 연결이 되어 이어지는 지옥 같은 현실. 참혹하고 잔인하다 싶을 만큼 지독한 소설이다. 다른 누군가의 자식을 유괴하여 체인을 이어가면 자신의 아이를 되찾고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나는 것 같지만 결국 체인의 고통 안에 갇혀 평생 고통스러워야 하는 삶을 보며 윤리적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극, 인간의 본성,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 등을 고민하게 되는 책이다.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현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고 지독하다.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섬뜩한 공포를 안겨주는 책이다. 누구나 레이철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 덫에 걸려들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니 기대감이 크다.
여름, 지독한 덫에 빠져 결코 일어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한번 상상해 보시라~
평범하고 지루한 당신의 일상에 감사를 하고 싶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대체 왜 그녀를 골랐는지 레이철은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그녀에게서 어떤 면을 보았기에 유괴 같은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한 걸까? 레이철은 지금껏 성실하게 살아왔다. 헌터칼리지 고등학교 시절에는 전 과목 A를 받았고, 대학 입학시험에서도 고득점을 받고 하버드 면접에도 붙었다. 과속도 절대 하지 않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그 어디에도 지각하는 법이 없다. 주차 위반 딱지라도 받으면 몹시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제 한 가족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약의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 P76
체인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감정인 사랑을 이용해서, 사랑의 힘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끔찍한 수단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형제자매간의 사랑, 또는 연인의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는 먹히지 않을 수단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 없거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만이 체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 P463
죽음은 인생 최악의 일이 아니다. 인생 최악의 일은 자식에게 변고가 생기는 것이다. 자식이 생기면 계속해서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 부조리란, 의미를 열망하지만 이 세상에서 의미를 못 찾아내면서 생기는 존재론적 모순이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는 누릴 수 없는 사치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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