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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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할 만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책, 이게 뭐라고>. 그러게 말이다. 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고... 생각보다 꽤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었다.

읽고 쓰는 본업에 충실했던 그가 팟캐스트 진행을 맡게 된 과정과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느끼고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책의 중간중간에 장강명 작가가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나름 의미 있는 책들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의 전체적인 글에서 또 다른 재미요소를 더해주는 부분이다.





책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바로 <마오쩌둥의 다채로운 독서 생활과 곰팡이가 만드는 기하학적인 균사>인데 바로 책 표지 뒷면에 소개된 글귀인 "읽고 쓰는 것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아마도 꽤 인상적인 내용이라 책의 표지에도 이 본문을 소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었을 때 마지막 챕터의 말미 글에서 이보다 더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에피소드 1

아이들과 서점에 자주 간다. 지금은 아이들이 그다지 책을 많이 읽지 않지만 어릴 적에는 서점에 가면 꼭 자기들이 서점을 둘러보고 직접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곤 했다. 대부분 게임 만화책이나 학습 만화책 그리고 스티커북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대부분 골라 온다. 그렇게 책 한 권씩을 옆구리에 끼고 계산을 하러 가는 중에 한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아이는 학습 만화인지 게임 만화인지 우리 아이들이 들고 있는 책과 비슷한 책을 갖고 싶어 하자... 그 엄마는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은 읽으면 안 돼!"라고 말했다. 그 말이 어찌나 어른인 우리의 가슴에도 깊이 박히던지...

그렇게 아이는 갖고 싶었던 책 앞에서 강제로 손을 잡혀 어디론가 끌려갔다.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을 사주는 부모는 뭐지?'라는 질문 아닌 질문을 하며 계산대로 갔다.

에피소드 2

읽고 싶은 책은 원하는 대로 사주는 편이라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집에는 학습 만화와 메이플 스토리 같은 비슷한 책들이 많아졌다. 특히나 그 나이 때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수수께끼 책이라든지 공포 책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이제는 먼지만 쌓여갔다. 지들이 이젠 필요 없다고 다른 사람 주라고 하여 아직 어린아이가 있는 지인에게 책들을 일부러 챙겨서 가져갔더니 "이런 책 안 읽혀요~"라는 말에 주는 내가 뭔가 크게 잘못했구나... 싶게 무안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 두 상황들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는 내 자식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 싶고 나쁜 건 아예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려는 부모 된 마음. 책에 있어서도 양질의 도서? 만 읽게 하고픈 마음을 왜 이해하지 못하겠냐마는... 글쎄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좋은 책'은 취향의 문제를 넘어 가치관의 영역이고 내가 좋다고 무조건 남들도 다 좋다는 법은 없다. 기호와 취향은 왜 있겠나.

부모가 아이에게 평생 밥을 떠먹여줄 수 없듯... 아이에게 스스로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눈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자신만의 기호와 취향을 찾는 것! 그 눈을 키워주는 것에 비록 돈이 들고 부모의 성에 안 찰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왜 못할까.

근데 장강명 작가가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속 시원하게 책의 마지막에 내 등을 긁어주더라. 그래서 가장 인상적이고 공감하고 기억에 남는 내용이 마지막 글이었다.

작가의 글을 옮겨보자면...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개별적인 길을 걷는다. 아니,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간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발견하고, 동시에 쌓아올린다.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일이다.

말하자면 독서 그 자체만큼이나 독서의 전 단계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나는 무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도록 해줘야 한다. 표지가 예쁜 책과 유명인이 쓴 책과 줄거리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 사이에 갈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숙고 끝에 내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경험이,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고전을 읽고 얻는 고만고만한 교훈보다 훨씬 귀중하다. 세상에 그렇게 안전한 실패도 드물 것이다. 기껏 해봐야 약간의 시간 낭비 정도다.

책값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다. 방학 때 읽을 책을 다섯 권 사다 주기보다, 같이 도서관에 가서 자녀가 직접 책을 고르도록 하는 게 어떨까. 그렇게 골라온 책이 아무리 마음 내키지 않아도 간섭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말이다.

나는 질리도록 오락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식화된 전형典型에 물려 변형을 찾아나갈 때 아이의 내부에 개성과 깊이가 조금씩 생겨서 굳어진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책에 관한 책이다 보니 작가가 읽었던 책 중에 소개하는 책, 그리고 팟캐스트에서 대화를 나누며 언급하였던 책들.. 읽다 보면 호기심에 '어? 나도 이거 읽어보고 싶네~'하는 책들이 더러 있다. 일부는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접하지 못한 책들이 많아서 더 궁금증을 유발했다.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는 책을 즐겨 읽는 이라면 다들 공감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 덕분에, 장강명 작가 덕분에 새롭게 읽을 책들을 많이 발견했다. 그가 끝내주는 책으로 소개한 <블랙 달리아>는 '내가 왜 아직도 이 책을 몰랐지?'할 만큼 기대가 되는 책이기도 하고 제임스 엘로이 작가의 다른 책들은 읽어놓고 정작 <블랙 달리아>는 안 읽었다니... 바보스럽기도 했다. <내 어둠의 근원>과 <블랙 달리아>가 그렇게 연결되는, 의미가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블랙 달리아>를 읽고 난 후 다시 <내 어둠의 근원>을 읽으면 예전에 읽었던 그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감동이 올 거라 생각된다.

<블랙 달리아>를 비롯해 숙제 같은 책 <사랑의 역사>, 그녀가 추천한 <좋았던 7년>, 요조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다던 <아무튼, 떡볶이>등은 메모 후 결국 장바구니에 담아졌다. 그리고 요조의 노래 중에 좋아한다는 <불륜>곡도 찾아서 들어봤다. 어느새 작가 장강명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100% 다 공감할 순 없지만 꽤 설득당한 부분도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전자책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는 책은 종이책을 선호하는 입장인데 읽다 보니 '어? 그러네~'하며 수긍하게 되고... 전자책에 대한 부정적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흥미로웠던 내용들이 많아서 하고픈 말은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주절주절 내뱉기만 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든 <책, 이게 뭐라고>에 대해 말하자면...

흥미롭다.

재미있다.

때론 설득당한다.

크게 공감한다.

보석 캐기처럼 작가의 이야기 중 쏙쏙 빼 먹을 것들이 제법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롭게 즐겁게 읽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책을 평소에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이나 책은 읽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싶은 이라면 팟캐스터부터 들어보면 좋을 거 같다.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며 느낀 것을 생각하고 나누다 보면 책이라는 나무에서 다양한 곁가지들이 나오게 된다. 그것이 내 삶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내면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주변의 이야기일 수도 있듯... 무궁무진하게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 책이란 매개를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을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너무 나갔나... ㅋ)

어쨌든 책! 이게 참~~ 거시기 하다.



‘이거 진짜 재미없음. 완전 구림‘이라는 한 줄짜리 감상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어떤 사람이 그런 한 줄 감상이라도 많이 올리면 그의 취향이 드러나고, 그렇게 되면 그의 한 줄 감상은 취향이 겹치는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참고사항이 된다. 취향이 정반대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유용한 지침이다. - P180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개별적인 길을 걷는다. 아니,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간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발견하고, 동시에 쌓아올린다.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일이다.

말하자면 독서 그 자체만큼이나 독서의 전 단계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나는 무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도록 해줘야 한다. 표지가 예쁜 책과 유명인이 쓴 책과 줄거리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 사이에 갈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숙고 끝에 내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경험이,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고전을 읽고 얻는 고만고만한 교훈보다 훨씬 귀중하다. 세상에 그렇게 안전한 실패도 드물 것이다. 기껏 해봐야 약간의 시간 낭비 정도다.

책값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다. 방학 때 읽을 책을 다섯 권 사다 주기보다, 같이 도서관에 가서 자녀가 직접 책을 고르도록 하는 게 어떨까. 그렇게 골라온 책이 아무리 마음 내키지 않아도 간섭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말이다.

나는 질리도록 오락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식화된 전형典型에 물려 변형을 찾아나갈 때 아이의 내부에 개성과 깊이가 조금씩 생겨서 굳어진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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