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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ㅣ 오늘의 젊은 작가 33
김희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평점 :

광산업이 쇠한 후 황폐해진 마을
화성을 닮은 곳
영화 <배틀 온 마스> 촬영지
전동드릴로 머리를 뚫어 자살한 노인
신생에너지 발전소
바이오 회사 설립
이 모든 것이 극동리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33번째 작품인 김희선 작가의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는 제목부터가 기묘하다.
요즘 한국 문학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젊은 작가들이 아닌가 싶다. 이미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작가들도 있지만 아직은 생소하고 낯선 작가들의 작품들도 읽어보면 기대 이상인 작품들이 많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문학계의 보석들이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통해 하나씩 그 진가를 드러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김희선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초록색 배경 위에 사람들이 서로 손에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의 표지는 어딘가 기묘하다. 손은 잡고 있으나 시선은 모두 제각각이며 서로 마주하지 않는다는 점이 제목만큼이나 불안과 괴리감이 들게 만든다.
소설은 2월 16일 화요일 밤을 시작으로 하여 2월 23일 화요일 아침으로 끝난다. 순차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은 아니고 중간에는 시간과 날짜가 뒤섞이기도 한다.
광산업이 쇠퇴하면서 자연스럽게 황폐해지고만 마을.
붉은 토양으로 인해 더욱 화성을 닮은 마을은 영화 촬영지로 선정이 된다.
모두가 보는 광장에서 전동 드릴로 머리에 구멍을 뚫어 자살한 노인.
하지만 그의 사인은 음독자살로 기록된다.
노인 외에도 머리가 뚫려 죽은 시신은 셋. 과거에도 이와 같은 시신이 있었다는 사실.
자신의 할머니가 이상하다는 마을의 유일한 어린이인 경오.
머리가 뚫려 죽은 세구의 시신은 어디로 갔나?
심마니 2명이 새벽에 산에 약초를 캐러 갔다가 머리가 뚫린 시신들을 발견.
이장은 시신을 발견한 심마니 2명을 누군가의 명을 받고 처리한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는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온갖 떡밥들이 가득하다.
처음에 SF 소설인 줄 알았던 터라 조금 걱정스러운 면이 있었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장르가 SF와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책을 펼쳐고 읽기 시작했을 땐 화성으로 날아간 우주선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최.
하지만 몇 장 넘기고 나면 이 내용이 영화의 한 장면인 것을 깨닫게 된다. "컷" 소리와 함께.
바로 극동리를 배경으로 촬영되고 있는 영화 <배틀 온 마스>의 부분인 것이다. 이렇듯 영화의 장면과 소설 속 극동리 마을의 현실이 기묘하게 닮은 듯 영화와 소설 속 이야기로 왔다 갔다 한다.
이 소설은 SF 물이 아닌, SF적 요소를 배경으로 미스터리 사건을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소설의 구성이나 내용조차 뭔가 기묘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광장에서 머리에 구멍을 내고 죽은 노인의 죽음은 섬뜩하면서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 죽음의 광경을 목격한 김영주 기자와 최, 우광일은 마을의 미심쩍은 사건과 과거를 파헤치는 인물로 나온다. 노인의 죽음 외의 또 다른 죽음과 과거에도 이와 같이 머리가 뚫린 죽음이 이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진실을 파헤치려는 세 인물과는 달리 마을 사람들은 어딘가 의심스럽고 웃는 얼굴 뒤에 감춘 무언가가 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하나의 사건에 접근을 하면 또 다른 사건이 나타나고...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마을과 마을 사람들은 더 수상하고 이상하기만 하다. 그렇기에 더 몰입하면서 읽게 되고 이 수많은 떡밥을 깔아놓은 작가는 나중에 수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결말을 향해 달렸다.

SF 적이면서 대단한 상상과 음모론이 가득한 소설.
읽으면 읽을수록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기묘한 소설이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를 읽으면서 드는 그 기묘함과 괴리감은 오래전 바이오산업 엑스포에 갔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다. 흔히들 100세 시대를 말하지만 그 당시 열린 행사장에는 120세 150세를 바라보는 이야기들이 난무했다. 인간의 수명 연장이 결코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내세우며 온갖 것들을 보여주는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은 바로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였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펼쳐지는 것만 같은 그런 곳에서 느낀 신기함은 잠시, 낯섦과 불편함이 엄습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희선 작가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다각도로 탐구해 왔고 그만의 유일한 장르가 된 지 오래라고 출판사 소개 글에서 말한 것을 보면 이번 작품 역시 욕망이라는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인가 보다.
내가 그때 느꼈던 그 감정이 이 소설을 통해 다시금 밀려왔다.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우리와 함께 하나가 되자. 다 함께 똑같이..."라는 말이 섬뜩함으로 다가왔다. '영화 속 주인공이 최인데 왜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 또한 동명인 최일까... 헷갈리게~'라고 생각했던 것이 마지막에 가서야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김희선 작가의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는 영화와 소설이 묘하게 섞여있다. 또한 소설과 현실이 닮아 있는 가운데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기에 더 섬뜩한 공포를 안겨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