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꾸준히 해 본 사람은 안다. 우리 몸에서 코어 근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코어가 튼튼할수록 흔들리지 않게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고 몸이 단단해지는 것처럼 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코어 근육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 하지현 작가는 자신의 마음 코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코어가 강화되는 경험은 결국 책을 통해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과정이고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지식을 통해 이치를 깨달으면서 세상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다. 타인의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내 관점의 편협함이 깨진다.라고 작가는 독서의 이유를 말하고 있다. 충분히 공감되고 나 또한 그러한 이유로 꾸준한 독서를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마음의 중심을 잡고 평화로운 상태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로 바라는 생각일 것이다. 작가는 그러기 위해서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서재나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것도 정신과 의사의 서재라니... 과연 어떤 책들을 읽고 어떤 책들을 소장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공통되는 부분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읽는 내내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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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책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할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이 궁금해서 책과 관련된 책은 대체로 구입하는 편이다. 이 책은 오랜 세월 꾸준히 탄탄한 독서를 해 온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과 작가라는 직업이 더해져 보다 풍성한 시선의 책 읽기를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또한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된 독서를 하려고 노력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단순히 다독에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멋지게 글로 풀어내고 있어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치 심리 상담을 받으며 책을 처방받는 기분이랄까...

분야별 균형된 독서를 하는 작가라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예를 들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알짜 정보도 가득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마지막에는 하지현 작가가 읽은 책들 중 본문에 소개된 책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어서 그 점도 마음에 든다. 책 곳곳에 소개하는 책이 나올 때마다 줄을 긋고 메모를 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읽는 즐거움과 함께 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의 정보를 한 꾸러미 받은 그런 느낌이다. 독서의 행복이 모두에게 더 깊이 스며들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이젠 책장을 덮고 그가 추천하고 소개한 책들을 읽을 시간이다.


누구나 이런 책 한 권씩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생에 벼락같이 확 꽂힌 책, 아무리 낡아도 이것만은 놓거나 남에게 주고 싶지 않은 책 말이다. 이런 책은 인생의 나침반이자 이정표다.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갈림길에 섰을 때, 지치고 피곤할 때 꺼내서 읽고 싶어지고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스누피의 친구인 꼬마 라이너스는 언제나 담요를 갖고 다닌다. 없으면 불안하고 외롭다. 그런 면에서 내게 <슬램덩크>는 라이너스의 담요인지 모른다. 나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라이너스의 담요와 같은 책이 있으면 한다. 언뜻 떠오르는 게 없다면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다. 긴 인생에서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 P258

프랑스 말에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 있다. 해가 살짝 저물 때 저 멀리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안 되는 그런 경계를 말한다. 낮도 아니고 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시간.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이 바로 개와 늑대의 시간에 서서 이게 개인지 늑대인지 구별하려고 노력해가는 것이다. 질병을 평가하기가 어렵듯이 얼마나 호전되었는지 판단하기에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애매함을 안고 가는 것이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이다. - P23

무엇이든 숙성을 위해서는 시간이, 빠른 변화를 위해서는 충격의 통증이 필요한 것처럼, 내 책의 혹평을 읽는 아픔을 몸으로 겪어본 다음에야 낸 태도를 바꿀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타일러도 직접 아파보고 겪어보는 단계를 거쳐야 사람은 변하는 법이다. 정신과 의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 P35

오늘도 나는 책을 쌓아놓고 읽는다. 이건 끝이 나지 않는 달리기 같은 것이다. 시작점은 있지만 반환점도 없고 종착점도 없다. 그냥 가는 것이다. 꾸역꾸역 꾸준하게 읽어가고 새로운 것을 알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아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의 즐거움을 쌓아간다. 그것이 내게는 작은 행복이고 나의 하루를 완성해가는 자잘한 벽돌들이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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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사라진 날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01
신민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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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그림에 쉽게 읽힐 것 같은 그림책이었지만 막상 책장을 펼치고 보니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묵직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고 어쩌면 어른인 우리 또한 한때 거쳐왔던 시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무가 사라진 날>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초록색 머리를 한 나무는 집 앞 공원 숲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기운 넘치는 아이다. 에너지 넘치는 나무는 매일 친구들과 노느라 집에 늦게 돌아오는 일이 잦다. 이런 나무를 보고 엄마는 보자마자 잔소리부터 늘어놓기 시작한다. "왜 이리 늦었어", "숙제는 했어?", "공부하라니까" 등등

엄마의 꾸지람에 주눅이 든 나무는 방으로 들어가 하기도 싫은 숙제를 하고 억지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몸이 점점 굳어지면서 딱딱한 의자가 되어 버린다. 그런 줄도 모르는 엄마는 나무를 찾기 위해서 온 집을 뒤지다가 의자가 되어버린 나무를 발견하고 아이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무도 나무가 의자가 되어버린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다. 아무런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엄마는 나무가 좋아하는 공원 숲으로 의자를 안고 가고... 거기서 나무와 평소 놀던 아이들을 만난다. 아이들은 나무가 의자가 되었다는 말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의자와 함께 숲에서 놀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떠나고 의자와 엄마만 남게 된 어두운 밤에 이르러 엄마는 의자가 된 나무에게 "우리 같이 별을 바라본 게 너무 오랜만이다. 미안해"라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게 된다. 엄마의 진심이 전해지자 의자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며 딱딱했던 의자는 다시 나무로 돌아오게 된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부모 된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자식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려주지 못하는 엄마.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잔소리가 되어 나무에게 상처가 되어 박혔다.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엄마들은 한결같이 내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부해라~"를 입에 달고 산다. 돌이켜 보면 부모가 된 어른들도 어릴 적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랐고 그런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반항하기도 하고 상처 입기도 하며 컸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 자식에게 또 같은 말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 참 모순되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그런 잔소리들이 모두 애정에서 비롯되었음을 왜 모르겠는가.

가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현재의 행복보다는 미래를 위해 그 행복을 포기하고 미루는 경향이 큰 거 같다. 공부해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이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학원을 쉴 틈 없이 돌리고 "좋은 대학 가야지~"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며 미래의 행복을 위해 삶을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대학을 가면... 취업을 위해서 또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고... 취업을 하면 결혼을 위해, 결혼 후엔 자녀를 위해, 노후를 위해... 끝이 없다. 도대체 행복은 언제 누릴 수 있는 걸까.

아이들에게 "공부해라"고 강요해 본 적은 없다. 왜 지금의 행복을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가.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 행복하면 좋겠다는 주의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보다 행복하고 보다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대단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자기 앞가림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면 그만이다.

초등학생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학원을 다니느라 피곤에 절어 있고 코피를 쏟으며 공부의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옥상으로 올라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가끔 접할 때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잘 되라고 했던 말들이 수많은 상처가 되어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만든 건 아닐까. 조금만 쉴 틈을 주면 좋을 텐데...

<나무가 사라진 날>은 어쩌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읽어야 할 책이다. 내 아이에게 평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말을 쏟아내는지 점검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서로 마음을 터놓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소통이 되지 않으면 어디선가는 곪고 썩게 되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싶다.

지금도 상처로 힘들어할 나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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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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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할 만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책, 이게 뭐라고>. 그러게 말이다. 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고... 생각보다 꽤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었다.

읽고 쓰는 본업에 충실했던 그가 팟캐스트 진행을 맡게 된 과정과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느끼고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책의 중간중간에 장강명 작가가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나름 의미 있는 책들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의 전체적인 글에서 또 다른 재미요소를 더해주는 부분이다.





책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바로 <마오쩌둥의 다채로운 독서 생활과 곰팡이가 만드는 기하학적인 균사>인데 바로 책 표지 뒷면에 소개된 글귀인 "읽고 쓰는 것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아마도 꽤 인상적인 내용이라 책의 표지에도 이 본문을 소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었을 때 마지막 챕터의 말미 글에서 이보다 더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에피소드 1

아이들과 서점에 자주 간다. 지금은 아이들이 그다지 책을 많이 읽지 않지만 어릴 적에는 서점에 가면 꼭 자기들이 서점을 둘러보고 직접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곤 했다. 대부분 게임 만화책이나 학습 만화책 그리고 스티커북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대부분 골라 온다. 그렇게 책 한 권씩을 옆구리에 끼고 계산을 하러 가는 중에 한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아이는 학습 만화인지 게임 만화인지 우리 아이들이 들고 있는 책과 비슷한 책을 갖고 싶어 하자... 그 엄마는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은 읽으면 안 돼!"라고 말했다. 그 말이 어찌나 어른인 우리의 가슴에도 깊이 박히던지...

그렇게 아이는 갖고 싶었던 책 앞에서 강제로 손을 잡혀 어디론가 끌려갔다.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을 사주는 부모는 뭐지?'라는 질문 아닌 질문을 하며 계산대로 갔다.

에피소드 2

읽고 싶은 책은 원하는 대로 사주는 편이라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집에는 학습 만화와 메이플 스토리 같은 비슷한 책들이 많아졌다. 특히나 그 나이 때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수수께끼 책이라든지 공포 책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이제는 먼지만 쌓여갔다. 지들이 이젠 필요 없다고 다른 사람 주라고 하여 아직 어린아이가 있는 지인에게 책들을 일부러 챙겨서 가져갔더니 "이런 책 안 읽혀요~"라는 말에 주는 내가 뭔가 크게 잘못했구나... 싶게 무안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 두 상황들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는 내 자식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 싶고 나쁜 건 아예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려는 부모 된 마음. 책에 있어서도 양질의 도서? 만 읽게 하고픈 마음을 왜 이해하지 못하겠냐마는... 글쎄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좋은 책'은 취향의 문제를 넘어 가치관의 영역이고 내가 좋다고 무조건 남들도 다 좋다는 법은 없다. 기호와 취향은 왜 있겠나.

부모가 아이에게 평생 밥을 떠먹여줄 수 없듯... 아이에게 스스로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는 눈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자신만의 기호와 취향을 찾는 것! 그 눈을 키워주는 것에 비록 돈이 들고 부모의 성에 안 찰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왜 못할까.

근데 장강명 작가가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속 시원하게 책의 마지막에 내 등을 긁어주더라. 그래서 가장 인상적이고 공감하고 기억에 남는 내용이 마지막 글이었다.

작가의 글을 옮겨보자면...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개별적인 길을 걷는다. 아니,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간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발견하고, 동시에 쌓아올린다.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일이다.

말하자면 독서 그 자체만큼이나 독서의 전 단계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나는 무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도록 해줘야 한다. 표지가 예쁜 책과 유명인이 쓴 책과 줄거리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 사이에 갈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숙고 끝에 내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경험이,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고전을 읽고 얻는 고만고만한 교훈보다 훨씬 귀중하다. 세상에 그렇게 안전한 실패도 드물 것이다. 기껏 해봐야 약간의 시간 낭비 정도다.

책값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다. 방학 때 읽을 책을 다섯 권 사다 주기보다, 같이 도서관에 가서 자녀가 직접 책을 고르도록 하는 게 어떨까. 그렇게 골라온 책이 아무리 마음 내키지 않아도 간섭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말이다.

나는 질리도록 오락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식화된 전형典型에 물려 변형을 찾아나갈 때 아이의 내부에 개성과 깊이가 조금씩 생겨서 굳어진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책에 관한 책이다 보니 작가가 읽었던 책 중에 소개하는 책, 그리고 팟캐스트에서 대화를 나누며 언급하였던 책들.. 읽다 보면 호기심에 '어? 나도 이거 읽어보고 싶네~'하는 책들이 더러 있다. 일부는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접하지 못한 책들이 많아서 더 궁금증을 유발했다.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는 책을 즐겨 읽는 이라면 다들 공감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 덕분에, 장강명 작가 덕분에 새롭게 읽을 책들을 많이 발견했다. 그가 끝내주는 책으로 소개한 <블랙 달리아>는 '내가 왜 아직도 이 책을 몰랐지?'할 만큼 기대가 되는 책이기도 하고 제임스 엘로이 작가의 다른 책들은 읽어놓고 정작 <블랙 달리아>는 안 읽었다니... 바보스럽기도 했다. <내 어둠의 근원>과 <블랙 달리아>가 그렇게 연결되는, 의미가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블랙 달리아>를 읽고 난 후 다시 <내 어둠의 근원>을 읽으면 예전에 읽었던 그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감동이 올 거라 생각된다.

<블랙 달리아>를 비롯해 숙제 같은 책 <사랑의 역사>, 그녀가 추천한 <좋았던 7년>, 요조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다던 <아무튼, 떡볶이>등은 메모 후 결국 장바구니에 담아졌다. 그리고 요조의 노래 중에 좋아한다는 <불륜>곡도 찾아서 들어봤다. 어느새 작가 장강명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100% 다 공감할 순 없지만 꽤 설득당한 부분도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전자책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는 책은 종이책을 선호하는 입장인데 읽다 보니 '어? 그러네~'하며 수긍하게 되고... 전자책에 대한 부정적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흥미로웠던 내용들이 많아서 하고픈 말은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주절주절 내뱉기만 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든 <책, 이게 뭐라고>에 대해 말하자면...

흥미롭다.

재미있다.

때론 설득당한다.

크게 공감한다.

보석 캐기처럼 작가의 이야기 중 쏙쏙 빼 먹을 것들이 제법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롭게 즐겁게 읽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책을 평소에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이나 책은 읽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싶은 이라면 팟캐스터부터 들어보면 좋을 거 같다.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며 느낀 것을 생각하고 나누다 보면 책이라는 나무에서 다양한 곁가지들이 나오게 된다. 그것이 내 삶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내면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주변의 이야기일 수도 있듯... 무궁무진하게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 책이란 매개를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을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너무 나갔나... ㅋ)

어쨌든 책! 이게 참~~ 거시기 하다.



‘이거 진짜 재미없음. 완전 구림‘이라는 한 줄짜리 감상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어떤 사람이 그런 한 줄 감상이라도 많이 올리면 그의 취향이 드러나고, 그렇게 되면 그의 한 줄 감상은 취향이 겹치는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참고사항이 된다. 취향이 정반대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유용한 지침이다. - P180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개별적인 길을 걷는다. 아니,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간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발견하고, 동시에 쌓아올린다.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일이다.

말하자면 독서 그 자체만큼이나 독서의 전 단계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나는 무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도록 해줘야 한다. 표지가 예쁜 책과 유명인이 쓴 책과 줄거리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 사이에 갈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숙고 끝에 내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경험이,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고전을 읽고 얻는 고만고만한 교훈보다 훨씬 귀중하다. 세상에 그렇게 안전한 실패도 드물 것이다. 기껏 해봐야 약간의 시간 낭비 정도다.

책값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다. 방학 때 읽을 책을 다섯 권 사다 주기보다, 같이 도서관에 가서 자녀가 직접 책을 고르도록 하는 게 어떨까. 그렇게 골라온 책이 아무리 마음 내키지 않아도 간섭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말이다.

나는 질리도록 오락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양식화된 전형典型에 물려 변형을 찾아나갈 때 아이의 내부에 개성과 깊이가 조금씩 생겨서 굳어진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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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골짜기의 모험 2 무민 골짜기의 모험 2
토베 얀손 지음, 천미나 옮김 / 온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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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시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캐릭터들이 있다. 이들은 책, 영화,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세대를 거쳐 우리 곁을 함께 해 왔다. 대표적인 캐릭터들이 바로 무민과 미키마우스, 스누피 등이다. 핀란드 국민 화가인 토베 얀손이 만든 캐릭터 무민은 동글동글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보고 있으면 따뜻한 느낌이 절로 든다. 하마를 닮은 무민은 북유럽 설화에 나오는 트롤이 원형인데 위키백과에서는 하마를 닮은 이 무민이 사실은 당나귀라고 소개하고 있다. 처음 안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당나귀 같기도 하고... ^^

무민 탄생 75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동화 시리즈로 나온 <무민 골짜기의 모험>은 1편에 이어 무민 원작 소설 스토리를 반영하여 애니메이션 이미지 100여 컷으로 구성하여 만든 동화책이다.



무민을 좋아하지만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좋아했지 스토리는 제대로 접하지 못했었다. 올 컬러로 판형도 큰 그림책은 퀄리티가 너무 좋은데 가격은 14,800원으로 착한 편이다. 요즘 책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정말 출판사에서 착한 가격에 출간을 한 거 같다. 이러면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도 우선은 기분이 좋아진다. 핀란드의 하얀 설경을 연상케 하는 표지가 너무도 인상적이다. 무민 골짜기의 모험을 읽은 후 내가 소장하고 있는 무민들을 찾아보았다. 찾아보면 어디 더 있을 테지만 생각나는 것들만 모아서 함께 찍어봤다. 무민은 다 무민인 줄 알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각기 다른 이름과 함께 나오는 캐릭터들의 이름도 알게 되었다.



책 이야기에 앞서 이왕 무민 이야기를 한 김에 이것저것 보태자면 몇 해 전에 일본 후쿠오카 여행을 갔을 때 캐널시티에서 숙박을 했었다. 그 캐널시티 내에 무민 레스토랑이 있었다. 난 여기가 너무 가고 싶었는데 아무도 무민을 나처럼 좋아하지 않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서 차마 가자고 말하지 못했다. 왜냐~ 가격이 좀 비쌌던 걸로 기억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서라도 가는 건데... 하는 후회가 남는다. 음식도 그렇고 음료도 너무 이색적으로 나오는데다 창문 너머 보이는 레스토랑 안의 분위기는 완전 무민과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무민은 나만 좋아하기에... ㅠㅠ 이렇게 창문 너머 바라보면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발길을 돌렸었다. 무민과 함께 앉아서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는 건데 말이다. 여행 중에 후회되는 일을 몇 번 겪고 난 이후부터는 생각을 달리 먹는다.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하고 싶거나 먹고 싶거나 가고 싶거나 사고 싶은 마음이 약간이라도 생겨서 망설일 상황이라면 그냥 하고 보기로. 그래야 후회가 없으니까. 다음은 없으니까.

무민 카페도 그랬다. 코로나가 터지고 보니 이젠 더 절망적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자. 캐릭터만 사랑했지 무민에 대해 1도 몰랐던 무식쟁이는 책을 펼치자마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표현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에피소드들은 너무도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 동화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철학적이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주면 엄마와 아이가 모두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책이다. 에피소드로 보자면 아빠가 아이에게 읽어주면 더 좋겠단 생각이 든다.




무민 골짜기에 사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따스함,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등 다양한 마음을 배우게 된다. <무민마마의 가사도우미>에서 이미 살짝 느꼈지만 은근히 재치와 유머적 요소도 곳곳에 있는데 <필리용크 아주머니 실종 사건>에서 범인을 찾는 경찰관에게 말하는 무민파파의 대사는 순간 빵 터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래, 나! 내 모든 추리력을 동원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이들을 싹 제외시켰더니, 남은 건 오직 나뿐이다. 물론 내가 범죄를 저지른 기억은 없다만.



이 엉뚱한 말에 결국 무민파파에 이어 무민마마까지 체포당해 감옥으로 끌려가지만 결말은 해피엔딩~. 이렇듯 사랑과 우정이 가득하고 재미와 지혜가 넘치는 이야기는 아이도, 어른도 모두 만족할 것이다. 특히 무민을 좋아한다면 꼭~ 만나보시길... ^^





덧붙여 핀란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여행지지만 북유럽 여행을 한다면, 꼭 한 군데를 선택하라면 핀란드에 가고 싶다. 핀란드의 겨울 풍경을 꼭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만약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무민의 나라 핀란드에서 더 많은 무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너무 좋다.






"아까 놀래켜서 정말 미안해. 난 그냥 너한테 용감하게 보이고 싶었어."
"넌 원래 용감해! 폭풍우가 치는데 친구를 구하러 나갔잖아!"
스노크메이든이 이만 자러 간다며 다정하게 인사했어요.
"잘 자, 나의 용감한 무민." - P37

"친절을 베푸는 건 언제나 가치 있는 일이지. 너도 언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지 모르잖아. 어서 출발하자!"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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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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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밤에는 추리소설, 스릴러 소설이나 영화가 제격이다. 비 오는 날이면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파전에 막걸리'의 조합을 자연스레 떠올리는 것처럼 여름이면 심장 쫄짓하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책장을 펴면 도저히 덮을 수없이 빨려 들어가는 몰입감이 여름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게 자연스럽게 스릴러물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평소 스릴러와 심리소설, 추리물을 좋아하지만 여름이면 더 심혈을 기울여 여름에 읽을 책들을 구비해 두는 편이다. 이번 여름에도 이와 관련된 책들을 구입해서 어떤 책부터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더 체인>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킹스맨>, <엑스맨>의 제인 골드먼 각본으로 영화화 확정이 되었다고 하니 더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책 겉표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 <더 체인>의 핵심 줄거리이다. 범죄의 순환고리인 "체인"의 올가미에 걸린 주인공 레이철은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지옥 같은 일이 현실이 되고 그녀는 자신의 딸을 지켜내기 위해 지금껏 살며 지켜왔던 모든 윤리와 도덕적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딸을 지켜내기 위해 끔찍한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레이철의 입장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져 더 빠져들며 읽었다. 내 딸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남의 자식을 납치해 감금하고 협박하고... 자신이 겪은 고통을 고스란히 타인에게 전해주는 행위가 도덕적, 윤리적으로 보자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정작 내가 레이철의 입장이라면 과연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 앞에서 우리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 체인>은 흥미롭고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도 체인의 덫에 걸려들어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자식을 되찾기 위해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그 고통은 계속 연결이 되어 이어지는 지옥 같은 현실. 참혹하고 잔인하다 싶을 만큼 지독한 소설이다. 다른 누군가의 자식을 유괴하여 체인을 이어가면 자신의 아이를 되찾고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나는 것 같지만 결국 체인의 고통 안에 갇혀 평생 고통스러워야 하는 삶을 보며 윤리적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극, 인간의 본성,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 등을 고민하게 되는 책이다.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현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고 지독하다.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섬뜩한 공포를 안겨주는 책이다. 누구나 레이철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 덫에 걸려들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니 기대감이 크다.

여름, 지독한 덫에 빠져 결코 일어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한번 상상해 보시라~

평범하고 지루한 당신의 일상에 감사를 하고 싶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대체 왜 그녀를 골랐는지 레이철은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그녀에게서 어떤 면을 보았기에 유괴 같은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한 걸까? 레이철은 지금껏 성실하게 살아왔다. 헌터칼리지 고등학교 시절에는 전 과목 A를 받았고, 대학 입학시험에서도 고득점을 받고 하버드 면접에도 붙었다. 과속도 절대 하지 않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그 어디에도 지각하는 법이 없다. 주차 위반 딱지라도 받으면 몹시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제 한 가족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약의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 P76

체인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감정인 사랑을 이용해서, 사랑의 힘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끔찍한 수단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형제자매간의 사랑, 또는 연인의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는 먹히지 않을 수단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전혀 없거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만이 체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 P463

죽음은 인생 최악의 일이 아니다. 인생 최악의 일은 자식에게 변고가 생기는 것이다. 자식이 생기면 계속해서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 부조리란, 의미를 열망하지만 이 세상에서 의미를 못 찾아내면서 생기는 존재론적 모순이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는 누릴 수 없는 사치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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