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을 꾸준히 해 본 사람은 안다. 우리 몸에서 코어 근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코어가 튼튼할수록 흔들리지 않게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고 몸이 단단해지는 것처럼 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코어 근육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 하지현 작가는 자신의 마음 코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코어가 강화되는 경험은 결국 책을 통해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과정이고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지식을 통해 이치를 깨달으면서 세상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다. 타인의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내 관점의 편협함이 깨진다.라고 작가는 독서의 이유를 말하고 있다. 충분히 공감되고 나 또한 그러한 이유로 꾸준한 독서를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마음의 중심을 잡고 평화로운 상태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로 바라는 생각일 것이다. 작가는 그러기 위해서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서재나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것도 정신과 의사의 서재라니... 과연 어떤 책들을 읽고 어떤 책들을 소장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공통되는 부분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읽는 내내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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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책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할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이 궁금해서 책과 관련된 책은 대체로 구입하는 편이다. 이 책은 오랜 세월 꾸준히 탄탄한 독서를 해 온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과 작가라는 직업이 더해져 보다 풍성한 시선의 책 읽기를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또한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된 독서를 하려고 노력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단순히 다독에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멋지게 글로 풀어내고 있어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치 심리 상담을 받으며 책을 처방받는 기분이랄까...
분야별 균형된 독서를 하는 작가라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예를 들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알짜 정보도 가득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마지막에는 하지현 작가가 읽은 책들 중 본문에 소개된 책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어서 그 점도 마음에 든다. 책 곳곳에 소개하는 책이 나올 때마다 줄을 긋고 메모를 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읽는 즐거움과 함께 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의 정보를 한 꾸러미 받은 그런 느낌이다. 독서의 행복이 모두에게 더 깊이 스며들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이젠 책장을 덮고 그가 추천하고 소개한 책들을 읽을 시간이다.
누구나 이런 책 한 권씩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생에 벼락같이 확 꽂힌 책, 아무리 낡아도 이것만은 놓거나 남에게 주고 싶지 않은 책 말이다. 이런 책은 인생의 나침반이자 이정표다.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갈림길에 섰을 때, 지치고 피곤할 때 꺼내서 읽고 싶어지고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스누피의 친구인 꼬마 라이너스는 언제나 담요를 갖고 다닌다. 없으면 불안하고 외롭다. 그런 면에서 내게 <슬램덩크>는 라이너스의 담요인지 모른다. 나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라이너스의 담요와 같은 책이 있으면 한다. 언뜻 떠오르는 게 없다면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다. 긴 인생에서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 P258
프랑스 말에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 있다. 해가 살짝 저물 때 저 멀리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안 되는 그런 경계를 말한다. 낮도 아니고 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시간.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이 바로 개와 늑대의 시간에 서서 이게 개인지 늑대인지 구별하려고 노력해가는 것이다. 질병을 평가하기가 어렵듯이 얼마나 호전되었는지 판단하기에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애매함을 안고 가는 것이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이다. - P23
무엇이든 숙성을 위해서는 시간이, 빠른 변화를 위해서는 충격의 통증이 필요한 것처럼, 내 책의 혹평을 읽는 아픔을 몸으로 겪어본 다음에야 낸 태도를 바꿀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타일러도 직접 아파보고 겪어보는 단계를 거쳐야 사람은 변하는 법이다. 정신과 의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 P35
오늘도 나는 책을 쌓아놓고 읽는다. 이건 끝이 나지 않는 달리기 같은 것이다. 시작점은 있지만 반환점도 없고 종착점도 없다. 그냥 가는 것이다. 꾸역꾸역 꾸준하게 읽어가고 새로운 것을 알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아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의 즐거움을 쌓아간다. 그것이 내게는 작은 행복이고 나의 하루를 완성해가는 자잘한 벽돌들이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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