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쓸모 - 마케터의 영감노트
이승희 지음 / 북스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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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쓰기"를 좋아했다. 다이어리 쓰기, 편지 쓰기, 소설 쓰기, 필사하기 등...

요즘은 e-북이 나오고 스마트폰 하나로 스케줄 관리나 메모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은 점점 편리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난 아날로그 방식이 더 좋고 그것을 고집해 오고 있는 편이다. 손으로 직접 쓰는 일이 익숙하고 편해서 어쩌면 핸드폰도 펜이 있는 갤럭시 노트를 고집해 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쓰는 것은 내 삶에 늘 익숙한 일이었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나의 기억력도 신뢰성이 떨어져가기 때문에 더 메모하고 기록하는 일에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기록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진 것은 엄마의 알츠하이머 진단이 컸던 거 같다. 여행 블로거지만 독서에 대한 기록을 하고 있는 것도 '분명 흥미롭게 읽었는데 어느 순간 그 책의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 계기가 되어 훗날 읽었던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자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기록의 쓸모>는 기록에 대한 약간의 집착이 있는 내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제목이었다. 제목에서부터 공감할 수 있었고 작가가 말하는 기록의 쓸모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었다. 마케터로 활동하는 작가의 입장에서 기록의 쓸모는 어떤 것일까... 책장을 펼쳐보니 그녀의 기록의 시작은 "일을 잘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나는 외출을 할 때 가방에 항상 책 한 권과 수첩을 챙겨 다닌다. 간혹 메모할 노트가 없는 경우에는 폰을 이용해서 순간 스치는 생각이나 아이디어, 정보 등을 메모해 두는 편이다. 찰나에 스치는 생각, 흔히 말하는 영감이 떠오를 때 그것을 기록해 두지 않으면 나중은 없더라는 걸 아니까 말이다. 작가 역시 소소하고 작은 기록들이 남들에게는 쓸데없어 보일지라도 자신에게는 감동을 주기도 하고 언젠가는 그것이 필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을 알기에 꾸준히 기록을 해나간다고 한다.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는 하루하루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고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록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가끔 그날의 감정, 날씨에 대한 이야기, 문득 감상적이 되어 끄적이는 낙서들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들쳐봤을 때 '아... 이 땐 이런 감정이었구나...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하고 새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 작은 이유만으로도 기록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조차 이런 기록들이 나라는 인간을 돌아보고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데 하물며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작가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록을 수집하는 작가답게 책을 읽다 보면 기억해 두고 싶은 문장들이 보인다. 그리고 작가가 영감을 받고 기록해 두고 싶어서 메모해 두었던 문장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대체로 모두 흥미로운 내용이고 공감되는 부분이라 메모도 하고 밑줄도 긋고 인덱스 스티커를 붙이며 읽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을 꼽자면 바로 <나만의 자목련> 글이었다. 삶에서 자목련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작가는 책에서 받은 위로와 문장을 소개하기도 하고 페이스북이나 영화, 강연 등 일상 곳곳에서 느끼고 영감을 받았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내용들을 읽으면서 나는 어땠는가... 문득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했다. 작가는 또 기록자답게 어디에 쓸 것인지, 어떤 도구로 쓸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다. 꼭 종이에 쓰는 것만이 기록이 아니라 음성메모라든지 핸드폰이나 아이패드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메모 역시 기록이기에 자신이 쓰고 활용하기 좋은 것으로 기록하길 권하고 있다.

 

 

기록을 즐겨 하는 입장에서는 함께 공감하며 더 열심히 기록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던 책이었다면 기록의 습관이 없고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이라면 이 책은 무엇이든 기록해 보라고 권유하는 책이자 안내서 같은 책일 것이다. 작가의 마지막 말에도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어떤 기록이라도 꼭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촘촘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단한 내용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기록의 쓸모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나의 쓸모'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기록에 나름의 쓸모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각자의 쓸모가 있을 테니까요."

그 쓸모를 위해 오늘도 기록한다.

나를 성장시키는 자산이 될 것이므로...

모든 기록은 나름의 쓸모가 있다. 내가 찍은 사진, 나의 감정,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무언가를 자유롭게 만들 용기를 북돋는 것 또한 어엿한 기록의 쓸모일 테니.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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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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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려 하는... 그래서 철저히 혼자가 되려고 하는 한 소녀가.

뉴욕의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보다 더 시린 마음이 되어버린 이 소녀의 마음은 상처와 눈물로 얼룩져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모두가 떠나버린 학교 기숙사에 홀로 남겨진 마린의 현실이 마린이 처한 상황과 마음과 꼭 닮아 있다. 아빠는 모르고 3살에 엄마를 잃고 할아버지와 살아온 마린은 사랑 보다 외로움을 먼저 배운 아이다. 그나마 서로 의지가 되어왔던 할아버지마저 잃게 되면서 마린은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상처받기 쉽고 여린 10대의 나이인 마린이 감당하기엔 참으로 버거운 슬픔들. 혼자서 외로움과 슬픔을 감당하며 철저히 혼자가 된 상태에서 자신의 외로움과 삶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어릴 적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할아버지에게 표현하지도 못하고... 행여 엄마 이야기가 할아버지에게 상처가 되어 할아버지마저 멀어져 버리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참고 살아야 했던 세월. 서로의 의지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할아버지와도 사실은 겉도는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자신의 상처와 아픔이 병이 되어 외로움이 만들어낸 허상 속에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린은 충격과 배신의 마음마저 들게 된다.

작가는 상처받기 쉬운 십대의 그 여린 감성과 복잡한 심경, 심연 깊은 곳에 있는 마린의 고통을 너무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읽는 내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혼자서 짊어지기엔 너무나 무거운 아픔과 삶의 무게이므로.

 

 

먼 곳에서 날아온 사랑하는, 소중한 친구인 메이블에게마저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고 밀어내기만 하지만 메이블의 존재 자체가 그녀에겐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혹독한 뉴욕의 겨울을 느끼면서도 함께여서 그 추위를 견딜 수 있었던 것처럼... 혼자가 아니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견딜 힘이 되는 것이다. 매서운 뉴욕의 겨울을 표현하면서 눈이 내리는 장면이 나올 때면 그래도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은 포근하고 따뜻한 이미지인 것처럼 찬서리 내린 마린의 마음에 포근한 눈과 같이 감싸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메이블이라는 사실을.

 

 

고통의 시간 속에 자신을 마주하고 자신의 외로움의 근원과 마주하면서 마린은 성장하게 된다. 슬프고 안타깝기만 했던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가 마지막에 가서는 희망을 보게 되고 기쁨을 가져다준다. 책을 읽으면서 마린을 다독이고 싶었고 수없이 "괜찮아~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속 응원이 통한 것처럼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삶이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고 슬플지라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슬픔의 바닥까지 갔다면 다시금 박차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마린은 메이블을 비롯해 주변의 마린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문득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한 사람의 일생이 상처나 고통 없이 어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슬픔의 늪에서, 터널을 지나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고 성숙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거다.

흔히 쓰는 "괜찮아요~"라는 말은 어쩌면 "사실은 나 괜찮지 않아요~"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괜찮아요"라고 말함으로 자신을 다독이며 괜찮아지겠지... 하는 주문 같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섬세한 문장으로 마린의 감정을 책을 통해 오롯이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그 절망 끝에는 괜찮아지게 하는 사랑과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복잡한 감정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십 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책이다.

2018년 미국도서관협회에서 한 해 가장 훌륭한 청소년 소설에 주는 <프린츠상>을 수상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또한 상처와 고통 속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책이라 생각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시인의 말처럼 수없이 흔들리고 혼란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기에 이 책이 마린과 같은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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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고양이를 믿을래 - 인간의 구멍난 마음을 채워주는 고양이라는 기적
째올누나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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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관련 책이 나올 때면 언제나 반갑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고양이 이야기가 뭐 그리 궁금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은... 고양이 집사들에게 물어보라! 어디 내 고양이만 예쁘고 귀엽더냐고. 세상의 모든 고양이는 다 예쁘고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고 누구나 말할 것이다. 그래서 남의 집이건 길에서 만나는 처음 보는 고양이건 그저 반갑고 궁금할 뿐이다.





<차라리 고양이를 믿을래> 작가는 책의 첫 머리에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를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그런데 휴가로 떠났던 치악산에서 만난 고양이와 묘연이 닿아 생각지도 않은 집사의 길을 걷게 된다. 치악산 고양이 체다와 둘째로 들인 올리까지 두 마리의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가 되었다.

돌아보니 나도 어느새 11년 차 고양이 집사다. 내가 고양이 집사의 길을 가리라고 생각도 못 했었고 그것도 6마리의 우다다 패거리를 거느리는 인간이 되리라고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묘연은 그렇다. 내가 억지로 만든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더라는 것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겨보니 충분히 알게 되더라.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그만큼 다채롭다는 것이다. 고양이의 일상을 보면 참 단조롭고 단순한 삶이라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단조로운 삶 속에서 참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하고 배우게 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늘상 집을 비우고 밖으로 나다니는 불량 집사인 내가 코로나로 인해 강제 칩거 생활에 들어가면서 고양이들과 더 오래 함께 지내다 보니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과 아이들도 얼마나 더 오래 함께 있길 원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보다 훨씬 짧기에 어쩌면 더 애틋하고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나와 고양이들의 일상은 행복하다. 때론 예기치 않은 사건과 사고를 불러일으키기에 마냥 평화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냥이들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삶이 소중하듯 또 다른 누군가의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의 이야기는 궁금하고 반가울 수밖에 없다. 체다와 올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두 아이들을 향한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서 절로 함께 행복해지는 것을 느낀다. 묘종이 어떻든 생긴 것이 어떻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한 생명이 내게 와서 일생을 함께 한다는 자체가 기적이고 놀라운 일이다. 보드랍고 따스한 작은 생명이 전해주는 마음의 위로와 따스함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고양이 집사들이 읽으면 더 공감하고 행복해지는 책이다. 누군가의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롭고 재밌고 가슴 아픈 이야기마저 함께 공감하고 아파할 수 있기에.



'인간의 구멍난 마음을 채워주는 고양이라는 기적'이란 말처럼 이 작은 생명체가 전하는 위로와 따스함은 생각보다 크다.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 사람에게서 상처받은 마음까지도 치유하는 힘이 그들에겐 있다는 사실. 체다와 올리 그리고 무수히 거쳐간 임보 아가들의 이야기가 고양이 집사들은 물론이고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따스한 위로와 행복을 전해줄 것이다.


책을 구입하면 선물로 주는 고양이 가랜드. 체다와 올리의 얼굴로 만든 냥랜드는 센스 넘치는 선물이다. 고양이 많은 집에서 남의 고양이 얼굴을 따다가 냥랜드 걸어두면 뭐 하겠냐 생각하겠지만 세상의 모든 고양이는 사랑스럽고 친구다. 예쁘게 가위로 오려서 공중 식물 있는 곳에 걸어두었더니 웃기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고... 남의 고양이 얼굴 보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 우다다 패거리들의 얼굴도 이렇게 만들어서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고 공감했고 체다와 올리와 함께하는 삶에 응원을 보태게 된다.

고양이 집사라면 당연 추천하고 고양이가 없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 동안이라도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간접적으로 누려보며 따스함에 위로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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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1
이수정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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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매체는 관심 없습니다.

여성이나 아동 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죄 영화를 다룬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네 명의 여성들이 의기투합하여 오디오 방송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방송을 접하진 않았지만 이 방송은 3만 명의 팔로워와 공감하며 네이버 오디오클립 전체 순위 1위를 기록하였고 그 내용들을 정리하여 담은 것이 바로 이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책이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는 기대감을 가지고 바로 주문을 했었다. 평소 이수정 박사를 좋아하기도 했고 이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번 책은 더 관심이 갔었다. 무엇보다도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 범죄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범죄 영화를 분석하고 영화 속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그간 수많은 영화들이 주제로 삼아온 범죄 영화 중에서도 여성과 아이들이 피해자로 등장하는 영화들을 살펴보면서 영화적 내용과 함께 현시대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내용이다. 범죄 영화 속에서 여성이, 아이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어떻게 피해를 보고 있는지... 영화 속은 물론이고 현실에서도 이루어지는 폭력성과 불평등 등 수많은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미 봤던 영화라 할지라도 새롭게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에서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의 유래가 된 1938년 연극 <가스등>을 영화화 한 <가스등 Gas Light>과 <적과의 동침>, <곡성>, <미저리>, <살인의 추억>, <기생충>,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등 아주 오래된 영화에서부터 최근 상영작까지 총 16편의 범죄 영화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영화를 중심으로 곁가지들을 뻗어내며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방법의 폭력과 피해 사례들을 살펴보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몇 달 전에 민음북클럽 활동으로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이란 책을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었다.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담담한 기록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고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점과 현실이 안타깝고 화가 났었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에서도 성매매와 성 착취 등을 다루고 있기에 이 책의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 저자는 처음에 이른바 2차라고 불리는 성매매를 나가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이 분야의 산업 구조가 어떻게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지를 보여 줍니다. 믿음직하게 뭔가 도와줄 것처럼 접근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결국 저자로 하여금 성매매를 하게 만드는 일종의 작업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어딘가로 계속 팔려 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p. 382

 

그리고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이 책을 읽기 전 먼저 구입한 책이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였다. 가장 먼저 구입했지만 아직도 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을 읽고 나니 읽을 자신이 생겼다. 책에서도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바로 책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의 내용을 다큐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내용을 읽고 나서 바로 넷플릭스에 검색하여 8부작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보았다. 가장 안타깝고 불편하고 화가 났던 부분은 바로 강간을 당한 마리가 계속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피해 상황을 반복해서 진술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강간을 당한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데 그것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진술을 한 번도 아니고 반복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정말 잔인해도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통념과 잣대로 2차 3차 가해를 하게 되는 현실. 피해자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일이 벌어졌겠지... 하는 시선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캐런 듀발과 그레이스 라스무센 같은 형사들이 우리 현실에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마지막에 범인을 잡고 재판이 이뤄지고 연쇄 강간범은 327년 6개월의 형량을 선고받게 된다. 그나마 답답했던 속이 후련해지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이런 형량이 나올 수 있냐고? 그것은 각각의 범행에 대한 형량을 합한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 명이 열 번을 강간해도 하나로 퉁친다는 사실. 가중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우리나라는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한 거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이야기해 보자. 평소 심리추리소설, 범죄소설 등을 좋아하다 보니 가스라이팅 소설도 많이 접하는 편이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의심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은 그간 읽었던 수많은 소설 속에서, 영화 속에서 많이 봐 왔다. 가스라이팅을 통해 지배를 하게 되면 결국엔 폭력으로 이어지게 되는 과정들을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적과의 동침>을 통해 가정 폭력에 대해 더 깊이 다루고 있는데 가정 폭력범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째 가부장적인 사고에 함몰되어 자신의 행동을 가정 폭력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 정도 폭력은 가장의 권위라고 잘못 배운 경우다. 이런 유형은 상담을 통해 사고방식을 고쳐주면 어느 정도 변화 가능하다고 한다. 두 번째 유형은 애착 장애, 경계성 성격 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여자에게 족쇄를 채우고 의처증을 보이거나 스토킹을 저지르기도 한다. 세 번째는 사이코패스들. 밖에 나가서도 포악하고 안에서도 포악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1부에서는 가정폭력을, 2부에서는 오컬티즘을 통해 억압당하고 세뇌로 인한 피해를, 3부에서는 성범죄를 4부에서는 계층 문제를 마지막 5부에서는 아동 성 착취 등 미성년자 성범죄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n번방 사건이 터졌다고 한다. 책에서 다룬 수많은 불평등과 폭력 그리고 고통당하는 이들은 여전히 지금도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가 변하고 인식이 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가...

최근 터진 n번방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성범죄와 미성년자 성범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 안전한 나라, 인권이 바로 서는 세상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조금씩 나아진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겠는가.

어디선가 고통당하고 있는 누군가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우리는 함께 연대하고 함께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시선으로 본 우리 사회의 모습이 얼마나 부끄럽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가 많은지 새삼 느꼈다.

이 땅에 여성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남자들도 필히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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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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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인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사전 서평단 모집을 보고는 얼른 신청을 했다. 고양이 집사인 네게는 고양이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흥미롭고 반가운 소식이니 말이다. 가제본으로 받은 "고양이 해결사 깜냥"은 비가 오는 날 비를 피해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아파트 경비실을 찾은 것을 계기로 잠시 경비원 할아버지의 조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나에게는 제법 많은 고양이들이 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아이들은 묘연으로 나와 함께 동거를 시작하였고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 초보 집사였던 나도 집사 11년 차에 이르렀고 아이들은 어느새 노묘들이 되었다. 묘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해서 일부러, 억지로 만든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님을 고양이 집사들은 알 것이다. 주택에 살고 있다 보니 집 밖에도 고양이들이 수시로 찾아오고... 급기야 아예 눌러 앉은 녀석들도 있어 집 안에도 고양이, 집 밖에도 고양이다. 주택에 산다는 점과 주변 사람들의 고마운 무관심 덕분에 고양이들 사료를 주고 챙기는 것에 눈치 보는 일은 없지만 아파트의 상황은 다름을 종종 듣게 된다. 특히 대도시 주택 밀집 지역의 경우 길냥이들 밥 주는 일도 반대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파트에서는 길냥이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보다는 더럽다고 여기고 혐오하는 시선이 더 많음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길고양이들이 얼마나 어렵게, 힘들게 살아가는지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의 이야기에서도 보면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 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 경비원을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안타깝고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라면 하나 끓여서 편하게 먹을 수 없는 현실. 주민들의 눈에 거슬려 혹시 잘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뭐라 말도 못 하고 묵묵히 주민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깜냥은 할아버지의 조수가 되어 어엿한 경비원 역할을 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마음 따뜻하게 만든다. 동화책에 나오는 주민들처럼... 깜냥이처럼... 서로 도와주고 마음을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도심에서 길냥이들과 사람들의 관계는 책에서만큼 그리 따뜻하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함께 공존하며 서로가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는 배려와 따뜻함이 넘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길냥이들에 대한 시선이 보다 따스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

고양이 집사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또한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도 함께 읽으면 마음 따뜻해질 책이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의 활약이 앞으로 쭉~~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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