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소녀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려 하는... 그래서 철저히 혼자가 되려고 하는 한 소녀가.

뉴욕의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보다 더 시린 마음이 되어버린 이 소녀의 마음은 상처와 눈물로 얼룩져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모두가 떠나버린 학교 기숙사에 홀로 남겨진 마린의 현실이 마린이 처한 상황과 마음과 꼭 닮아 있다. 아빠는 모르고 3살에 엄마를 잃고 할아버지와 살아온 마린은 사랑 보다 외로움을 먼저 배운 아이다. 그나마 서로 의지가 되어왔던 할아버지마저 잃게 되면서 마린은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상처받기 쉽고 여린 10대의 나이인 마린이 감당하기엔 참으로 버거운 슬픔들. 혼자서 외로움과 슬픔을 감당하며 철저히 혼자가 된 상태에서 자신의 외로움과 삶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어릴 적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할아버지에게 표현하지도 못하고... 행여 엄마 이야기가 할아버지에게 상처가 되어 할아버지마저 멀어져 버리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참고 살아야 했던 세월. 서로의 의지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할아버지와도 사실은 겉도는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자신의 상처와 아픔이 병이 되어 외로움이 만들어낸 허상 속에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린은 충격과 배신의 마음마저 들게 된다.

작가는 상처받기 쉬운 십대의 그 여린 감성과 복잡한 심경, 심연 깊은 곳에 있는 마린의 고통을 너무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읽는 내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혼자서 짊어지기엔 너무나 무거운 아픔과 삶의 무게이므로.

 

 

먼 곳에서 날아온 사랑하는, 소중한 친구인 메이블에게마저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고 밀어내기만 하지만 메이블의 존재 자체가 그녀에겐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혹독한 뉴욕의 겨울을 느끼면서도 함께여서 그 추위를 견딜 수 있었던 것처럼... 혼자가 아니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견딜 힘이 되는 것이다. 매서운 뉴욕의 겨울을 표현하면서 눈이 내리는 장면이 나올 때면 그래도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은 포근하고 따뜻한 이미지인 것처럼 찬서리 내린 마린의 마음에 포근한 눈과 같이 감싸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메이블이라는 사실을.

 

 

고통의 시간 속에 자신을 마주하고 자신의 외로움의 근원과 마주하면서 마린은 성장하게 된다. 슬프고 안타깝기만 했던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가 마지막에 가서는 희망을 보게 되고 기쁨을 가져다준다. 책을 읽으면서 마린을 다독이고 싶었고 수없이 "괜찮아~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속 응원이 통한 것처럼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삶이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고 슬플지라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슬픔의 바닥까지 갔다면 다시금 박차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마린은 메이블을 비롯해 주변의 마린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문득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한 사람의 일생이 상처나 고통 없이 어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슬픔의 늪에서, 터널을 지나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고 성숙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거다.

흔히 쓰는 "괜찮아요~"라는 말은 어쩌면 "사실은 나 괜찮지 않아요~"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괜찮아요"라고 말함으로 자신을 다독이며 괜찮아지겠지... 하는 주문 같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섬세한 문장으로 마린의 감정을 책을 통해 오롯이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그 절망 끝에는 괜찮아지게 하는 사랑과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복잡한 감정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십 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책이다.

2018년 미국도서관협회에서 한 해 가장 훌륭한 청소년 소설에 주는 <프린츠상>을 수상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또한 상처와 고통 속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책이라 생각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시인의 말처럼 수없이 흔들리고 혼란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기에 이 책이 마린과 같은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