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감이여 - 충청도 할매들의 한평생 손맛 이야기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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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있어 늦음이란 없는 법!

75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까지 살면서 국민 화가로 이름을 떨쳤던 모지스 할머니의 생애를 보면서 나는 느꼈다. 인생에 있어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걸 말이다. 창비에서 나온 <요리는 감이여>이 책에서는 무려 51명의 충청도 할매들의 열정을 만나게 된다. 어려운 시절, 배움을 열망하였지만 환경적 탓에 한글을 깨치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 충청도 할머니들이 충청남도 교육청 평생교육원에서 만학도의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 할머니들은 한글을 깨치고 배움의 즐거움을 터득하며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을 느끼며 기쁨을 누리게 된다. 이 할머니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 할머니들이 또박또박 써 내려간, <요리는 감이여>는 나만의 레시피를 가장한 할머니들의 인생을 담은 조금은 특별한 책이다.



한글을 배우신 할머니들이 한 자 한 자 쓰면서 자신만의 요리 비법을 공개하였고 고등학생과 자원봉사자가 재능 기부로 그림과 채록에 함께 참여를 하였다. 학생들은 요리 과정을 그림으로 그리고 할머니의 모습을 캐리커처로 담아내고. 봉사자들은 할머니들의 육성을 그대로 사투리까지 생생하게 살려 기록하고 있다. 3세대가 함께 어우러진 공동 작품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면서도 특별한 책인 것이다.

나는 이 책보다 먼저 이와 비슷한 책 한 권을 만났었다. 장생포 문화지원 센테에서 장생포 주민들을 위해 여러 사업들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책이 바로 <며늘아 세월을 십 년만 멈추게 해다오>였다. 이 책은 <요리는 감이여>와 마찬가지로 환경적인 요인과 어려웠던 옛 시절 탓에 한글을 깨치지 못한 장생포 어르신들을 위해 한글을 가르쳐 드리고 나아가 그림도 그리고 편지도 쓰고 시도 쓸 수 있도록 지원한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나온 책이었다. 장생포 어르신들도 시를 짓고 편지를 쓰고 자화상을 그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삶의 기쁨을 찾는 것을 보아왔던 터라 <요리는 감이여>이 책이 더욱 반갑기도 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할매들의 삶의 이야기와 정확한 레시피가 아니라 "요리는 감이여~"라고 말하는 할머니들의 정서가 무엇보다도 푸근하게 느껴졌기에 꼭 한번 이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었다.




책에는 각 할매들의 간략한 자기소개와 더불어 요리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이어 할머니들이 직접 쓴 레시피와 함께 그림으로 요리의 순서를 표현하고 있다. 구수한 할매들의 충청도 사투리가 본문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도 이 책의 묘미. "동동구르무"같은 세월을 느끼게 하는 단어와 할매들만의 사투리 표현들이 그대로 담겨 재미를 더해주고 이해를 더하기 위해 본문 하단에 별도로 각주까지 달아두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쪽으로 넘어가면 할머니들이 알려주는 사계절 제철 재료들도 소개하고 요리에 사용되는 할머니들의 요리어를 별도의 사전처럼 만들어 둔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추천사를 쓴 박찬일 요리사는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삶이 녹아든 음식 레시피만 보자면 그리 특별날 것도 없어 보인다. 충청도 할머니들의 요리 비법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쩜 실망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본문에서 말하듯 할머니들은 "비법이랄 것도 읎어. 요리는 감으로 하는 것이여."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이 마음을 붙잡고 문득 울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할매들의 이야기에서 나의 엄마와 할머니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들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때론 포기하고 헌신해야 했던 우리들의 어머니. 특별함이 없더라도 자식들이 잘 먹어주면 그저 행복하고 절로 배가 부르는 우리의 엄마들. 그렇기 때문에 읽다가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특별하지 않아도 엄마만의 손맛으로 만들어진 요리와 음식들은 세상 그 어떤 음식과도 비교될 수 없을 것이다. 내겐 무른 반죽으로 몽글몽글 떠서 끓인 수제비 한 그릇, 밥을 다 먹고 나면 딱 맞춰 따끈하고 꼬독꼬독하게 끓여서 가져다주는 누룽지 후식 같은 것이 엄마표 대표 음식이었다. 그리운 맛이고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비슷하게 만들어도 엄마가 만들어주던 그 맛이 제대로 나지 않아 속상하고 더 생각나게 하는 음식. 그래서 이 책은 전혀 울 타이밍이 없는 책임이도 불구하고 읽다가 울컥울컥하는 마음에 더 이상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덮었다가 다시 읽고야 마는 책이었다.


일평생 헌신하며 살아오신 할머니들이 앞으로는 자신의 삶을 누리며 남은 여생 하고 싶은 일들 마음껏 즐기면서 살아가셨으면... 한다.



비법이랄 것도 읎어. 요리는 감으로 하는 것이여.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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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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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번 사준 선배에겐

고마워~

                   

매일 밥해주는 엄마에겐

물이나 줘~

여자친구 생일엔

축하해~

부모님 생신엔

엄마 생일이었어?

오분 기다려준 동료에겐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평생을 기다려준 부모에겐

왜 나왔어?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언젠가 보았던 공익광고의 장면이 떠올랐다. 밖에 나가서는, 타인에게는 친절하고 배려 깊고 상냥하지만 정작 가족에게는 편하고 함께한다는 이유로 늘 뒷전으로 미뤄지고 감정대로 행해지는 행동들을 보게 된다. 아마도 이것은 나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고 행동하는, 알면서도 저지르는 잘못된 부분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캄빌리와 자자 남매의 가정에는 가부장적이고 바리새인들처럼 편협한 신앙의 모습으로 율법의 테두리 안에 갇혀 폭력과 학대를 일삼는 아버지 유진이 있다. 밖에서는 인정받고 돈도 잘 벌어오며 주변 사람들은 그를 존경한다. 심지어 가정이 있는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딸을 가진 주변 부모들은 자기 딸을 임신 시켜주길 바라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유진의 아내이자 캄빌리와 자자의 엄마는 남편의 부당한 태도와 억압적이고 가학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거나 의견을 내지도 못하며 그저 말없이 순종하며 살아가는 여인이다. 심지어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아이까지 유산을 했어도 그저 참을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억압된 상태로 그릇된 종교적 이념에 갇혀 교육돼 왔고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독실한 카톨릭 가정이라는 이름 하에 행해지는 아버지의 행동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종교적 규율을 어겼을 때에는 매질과 학대가 이어지고 그런 가학적 행위를 함으로써 죄를 씻어낸다고, 벌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진리 안에서 누려야 할 진정한 자유가 이 가족들에게는 율법이라는 족쇄에 매여 고통과 그저 참고 견뎌야 하는, 자유가 아닌 통제와 억압이 되고 만다. 아버지 유진은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가 카톨릭으로 개종하지 않았다고 이교도로 몰아 아이들을 할아버지 집에 15분 이상 머물지 못하게 하는 등 유교적 사상이 깊이 배인 우리나라의 정서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들을 하게 된다. 그는 종교적 잣대를 이용해 철저히 자신의 아버지를 배척하고 심지어 혐오스러워하며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불효막심한 모습을 보인다.

1등을 하지 못했다 하여 뜨거운 물을 붓는 등 아이들은 학대를 당하고 모든 생활은 규율과 정해진 규칙대로 틀에 맞춰 생활해야 하는 등 한 마디로 그는 가정에 군림하는, 자신의 말이 곧 법이고 자신이 곧 하느님인 것이었다. 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느끼는 하나님의 모습처럼 두렵고 떨린 존재였고 광야 생활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셨던 하나님처럼 자신 또한 가족들에게 먹을 것과 돈을 주는 하나님인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끼는 감정은 고구마를 한가득 입에 넣고 있는 듯 답답함이었다. 이런 억압된 삶 속에서 살아간다면 누구라도 미쳐버리지 않을까... 하지만 캄빌리와 캄빌리의 오빠 자자는 어릴 적부터 그런 생활만 해왔던 터라 그것이 당연한 줄로 알지만 이페오마 고모 집에 며칠 머물게 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자유롭고 행복해하며 식탁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 사촌들의 행복한 삶을 보면서 자신들과 다름을 깨닫게 되고 자자는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이 책은 캄빌리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관찰자 입장에서 써 내려가고 있지만 캄빌리는 소극적이고 그저 관찰자의 입장일 뿐이다. 여전히 아버지의 그늘이 안심되고 아버지에게 칭찬받기를 바라는, 아버지가 곧 하나님이라는 존재로 인식하면서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죽고 난 후에는 그러한 감정이 아마디 신부에게로 넘어간다. 절대적이고 엄격했던 존재에서 부드럽고 자상한 존재로 바뀌었을 뿐 캄빌리는 아마디 신부에게도 순종하고 무조건 적으로 믿는 행동을 보이며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자는 특이한 보라색 히비스커스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틀을 깨고 변화를 꿈꾸며 성장하기 시작한다. 억압과 폭력을 견디다 못한 엄마는 남편을 독살하게 되고 자자는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아버지를 독살한 것이라고 자백하게 된다. 책은 감옥에 갇힌 자자가 곧 출소를 앞두면서 끝을 맺고 있다.

잘못된 신념과 종교적 이념으로 고통받았던 가족의 이야기는 마음 아프기도 하고 안타깝게 느껴졌지만 변화를 꾀하고 시도한 자자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그들의 달라질 삶을 응원하게 된다. 지금까지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것들이 틀리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고 성장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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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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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술술~ 흥미롭게 읽히는 책인 <살인 현장은 구름 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로 일반적인 장편 소설이나 단편소설과는 조금 다른, 옴니버스 형식을 지닌 소설이다. 사건의 배경은 모두 비행기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과 각 에피소드별로 사건을 해결하는 그 중심 역할을 하는 것 또한 승무원인 A코와 B코로 조금 독특한 구성을 띠고 있다.

사건 중심에 있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 또한 재미나다. 신일본 항공 승무원 하야세 에이코는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스튜어디스의 이미지와 흡사한, 갸름한 얼굴에 미인형으로 냉철하면서도 모든 일에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대처하는 스타일인 반면 하야세 에이코와 동기인 후지 마미코는 A코와는 정반대 캐릭터의 인물이다. 승무원치고는 뚱뚱한 편이며 얼굴도 동그랗고 눈도 동그랗고 성격도 반대 타입으로 단순하면서도 낙천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먹는 것 또한 무지 좋아한다. 완벽해 보이는 A코 옆에는 허점 투성이인 B코를 항상 옆에 붙인다는 것이 사내의 정설로 되었고 두 사람은 의외로 호흡이 잘 맞아서 직장 동료일 뿐만 아니라 같은 아파트에 사는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이 조금 특이한 두 콤비가 탑승객들 사이에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해결사로 나서게 된다. 일반적인 형사 시리즈가 아닌, 비행기나 여행 등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구성해 둔 것도 흥미롭고 두 캐릭터들의 활약이 은근 코믹하면서도 재미나서 읽으면서도 추리소설의 느낌보다는 누군가에게 일어난 엉뚱하면서도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듣는 기분이 들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바로<분실물에 유의하세요>였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정말 충분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절묘하게 또 글로 써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어쨌든 7개의 에피소드들은 모두 흥미롭고 재밌는 데다가 색다른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라 인상적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승무원들을 만나 직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들은 게 아닐까 싶었다. 사건이 비행기 안, 여행지 그리고 승무원이 연관된 탑승객 이야기라 여행을 가면서 읽으면 어쩜 더 흥미로울지도 모르겠다. 은근 매력적인 A코와 B코의 활약을 앞으로도 종종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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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삼국지 1 -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모두가 빠져드는 이야기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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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누구나 알고 있고 한 번쯤은 읽기를 시도했거나 읽다 포기하기도 한 책일 것이다. 어릴 적에 삼국지를 처음 접했다. 일부는 흥미롭기도 했지만 내 기억으로는 삼국지를 전부 다 읽진 못하고 중간에 읽다 말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삼국지를 조금이라도 읽었거나 혹은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삼국지는 왠지 꼭 한 번쯤은 읽어야 할 거 같은 책이라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했던 책인지라 <설민석의 삼국지>출간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직접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방송을 통해서 만난 설민석의 역사 이야기는 무척 재미나서 점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흥미를 유발하고 좀 더 알아가고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드는 힘을 가진 설민석의 강의를 책으로 만나는 삼국지가 궁금했었다.

 

 

1권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에피소드들과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삼국지는 복잡하고 어렵고 인물도 너무 많아서 헷갈리기 쉬운데 그러한 점들을 배려해 아주 이해하기 쉽도록 해두었고 주요 인물들로 축약해서 보여줌으로 복잡하고 혼란스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전쟁을 하고 땅을 서로 빼앗고 뺏기고 하는 과정에서도 지도로 쉽게 그려두어 이해를 도왔다.

 

 

각 주요 장마다 인물의 관계도를 그려두어 각 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책은 무엇보다도 술술 읽힌다. 쉽고 재미나게 쓰여있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앞장과 뒷장에는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각기 성격이라든지 특징을 세세하게 적어두어 책을 읽다가도 인물이 궁금하면 책 표지를 펼쳐보면 되기에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어려운 고사성어나 용어들을 배제한 것은 아마도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지 싶다. 이 책은 일단 책 자체가 크고 활자도 큰 편인데다가 중간중간에 일러스트까지 더해져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에게도 크게 부담 없이 읽기 좋은 편이다.

 

 

1권에서는 적벽대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끝을 맺고 있어 2권에 대한 궁금증과 이어질 적벽대전의 클라이맥스가 어떻게 될지 독자로 하여금 어서 빨리 2권을 읽을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면서 책을 맺고 있다. 1권의 책장을 덮으며 2권을 검색하니 아직 책이 출간되기 전이다. ㅠㅠ 8월 20일에 2권이 출간된다고 하니 아마도 <설민석의 삼국지> 1권을 읽은 이들이라면 2권이 어서 속히 나오길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하도 오래전에 삼국지를 접했기 때문에 잊은 것도 있겠지만 삼국지! 하면 유비와 관우와 장비 그리고 조조나 제갈공명 정도의 인물에 대해서 아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특징과 더불어 성격, 캐릭터, 역할 등을 보다 잘 알 수 있었고 인물들을 통해 삶의 처세와 지혜 등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릴 적에 보았던 삼국지와 성인이 된 후 다시 읽는 삼국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책이 무겁기도 하고 커서 여행 중에는 가지고 다니기 불편해서 짬 나는 시간 집에서 읽다 보니 생각보다 꽤 오래 잡고 있었다. 내용 자체만 보자면 술술 읽히는 책이라 앉은 자리에서 다 읽기에 충분할 텐데 말이다. 이 책에 흥미있는 이라면 남은 여름, 시원한 곳에서 <설민석의 삼국지>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 북캉스를 즐기는 것도 아주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방대한 삼국지의 내용을 단 2권의 책으로 만들다 보니 다루지 못한 부분이나 원전과 조금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안내하고 있어서 기존의 삼국지를 읽은 이들이 의아해 할 부분에 대해서도 해명을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삼국지를 이렇게 쉽고 재미나게 만들어냈다는 것에 감탄을 했고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꼼꼼함과 세심함이 역시 설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만 생각되던 삼국지를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입문서로는 최고라는 생각이다. 읽을 책도 많은데 "삼국지"? 에이~~ 언제 읽어~~ 했던 마음이 조만간 다른 삼국지를 도전해 볼 마음이 이 책 덕분에 생겼다. 아이들에게도 설민석의 삼국지는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적을 궁지에 몰면 아군에게도 피해가 옵니다. 그러니 뒷문을 열어 퇴로를 만들어 줍시다. 우리는 뒷문에 매복해 있다가 적장만 잡아 참수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렇듯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 빠져 나갈 틈 정도는 만들어주는 것이 사람을 상대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요? 이 이야기는 비단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식간에도, 부부 간에도, 연인 간에도, 친구 간에도 모두 해당될 수 있죠. 상대의 실수나 치부를 모른 척하고 그 실수를 너그러이 덮어주는 아량은 굳건한 자기 사람을 만드는 비결일 것입니다. - P281

"내가 예전에 유비와 나눈 얘기가 있지. 나는 천하를 얻기 위해서는 지략과 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네. 그때 유비가 고개를 저으며 천하를 얻으려면 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 그때 나는 유비를 비웃었어. 그런데 오늘에야 깨달았네. 가장 아끼는 장군의 마음 하나 얻지 못하는데 어찌 천하를 얻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 앞길을 막는 자가 있다면 손권도, 원소도 아닌 유비일 걸세.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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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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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조금 독특한 이 책은 경제학 전공자에 경제부 기자로 활동하던 문소영 기자가 예술이 일상인 삶을 살고 싶었던 그 소망을 따라 미술 전문기자가 되었고 그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고 담은 이야기들을 글로 담은 에세이다. 책의 크기와 두께 모두 부담 없이 언제나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에다 42편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으니 여행할 때 딱인 책이다. 미술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라 하면 일단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염려란 거둬둬도 좋을 만큼 술술,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그런데도 가방에 늘 넣고 다니다 보니 표지는 다소 후줄근 해졌지만 후다닥 읽지 않은 것은 조금씩 아껴두고 읽고 싶은 그런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책의 첫 문장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에세이의 경우 첫 내용이 책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고.

이 책의 첫 문장은

나는 늦게 꽃핀 예술과 학문 대가들에 엄청 관심이 많다.

였다.

그리고 첫 장의 제목도 <늦게 꽃핀 대가들>이었다. 일단 흥미로웠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를 만났을 때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이 책 역시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윤석남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마흔 언저리에 "이대로는 살 수 없을 거 같아서, 그저 살기 위해서" 붓을 들었다고 한다. 팔순의 미술가 윤석남 작가의 사진에 담긴 작품을 보면서 언젠가 꼭 이 작가의 작품은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대기만성형 대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프랭크 매코트는 "계속 끄적거리세요! 뭔가가 일어날 겁니다. (Keep scribbling! Something will happen.)"라고 했다. 방황할망정, 느릿느릿 갈망정, 그냥 늘어져 있어서는 안 되는구나. 뭔가를 끈질기게 하며 게을러야지, 무기력하게 게으른 건 안 되는구나, 죽기 전에 한번 꽃 펴 보려면.

아마도 이 글에서 우리는 작가가 제목에서 말하는 <광대하고 게으르게>의 의미를 짐작하게 된다.

 

 

 

 

미술 전문 기자의 글이라고 미술 관련된 작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 영화, 방송 등 사회적 이슈와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생각들과 문제점 등을 예술적 시선으로 표현하고 다루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읽으면서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문제들과 현실에서 느끼는 질문들을 예술적 소재들을 적절히 버무려 재미나고 이해되기 쉽게, 통찰력 있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예술이 단지 예술적 작품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작품의 세계를 드넓혀 삶에 녹아드는 예술적 삶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모처럼 아주 유쾌하면서도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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