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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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조금 독특한 이 책은 경제학 전공자에 경제부 기자로 활동하던 문소영 기자가 예술이 일상인 삶을 살고 싶었던 그 소망을 따라 미술 전문기자가 되었고 그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고 담은 이야기들을 글로 담은 에세이다. 책의 크기와 두께 모두 부담 없이 언제나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에다 42편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으니 여행할 때 딱인 책이다. 미술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라 하면 일단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염려란 거둬둬도 좋을 만큼 술술,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그런데도 가방에 늘 넣고 다니다 보니 표지는 다소 후줄근 해졌지만 후다닥 읽지 않은 것은 조금씩 아껴두고 읽고 싶은 그런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책의 첫 문장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에세이의 경우 첫 내용이 책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고.

이 책의 첫 문장은

나는 늦게 꽃핀 예술과 학문 대가들에 엄청 관심이 많다.

였다.

그리고 첫 장의 제목도 <늦게 꽃핀 대가들>이었다. 일단 흥미로웠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를 만났을 때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이 책 역시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윤석남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마흔 언저리에 "이대로는 살 수 없을 거 같아서, 그저 살기 위해서" 붓을 들었다고 한다. 팔순의 미술가 윤석남 작가의 사진에 담긴 작품을 보면서 언젠가 꼭 이 작가의 작품은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대기만성형 대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프랭크 매코트는 "계속 끄적거리세요! 뭔가가 일어날 겁니다. (Keep scribbling! Something will happen.)"라고 했다. 방황할망정, 느릿느릿 갈망정, 그냥 늘어져 있어서는 안 되는구나. 뭔가를 끈질기게 하며 게을러야지, 무기력하게 게으른 건 안 되는구나, 죽기 전에 한번 꽃 펴 보려면.

아마도 이 글에서 우리는 작가가 제목에서 말하는 <광대하고 게으르게>의 의미를 짐작하게 된다.

 

 

 

 

미술 전문 기자의 글이라고 미술 관련된 작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 영화, 방송 등 사회적 이슈와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생각들과 문제점 등을 예술적 시선으로 표현하고 다루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이다. 읽으면서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문제들과 현실에서 느끼는 질문들을 예술적 소재들을 적절히 버무려 재미나고 이해되기 쉽게, 통찰력 있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예술이 단지 예술적 작품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작품의 세계를 드넓혀 삶에 녹아드는 예술적 삶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모처럼 아주 유쾌하면서도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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