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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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죽음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리고 아름다운 노년에 대해서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삶을 누리며 살아간다는 것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당연히 따르는 법. 그 죽음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한번 태어난 인생은 언젠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삶을 멋지게 잘 살고 싶은 만큼 죽음 또한 잘 마무리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최근 몇 년간 뼈저리게 느꼈다.



요양원에서 일어난 사고 이후의 엄마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참 많은 것을 느꼈고 배웠던 시간이었다. 죽음을 선택할 순 없지만 스스로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느꼈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보다는 양질의 삶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느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노년의 삶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 늘 숙제같이 느껴졌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충분히 정리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웰다잉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래전 오송에서 열렸던 국제바이오산업 엑스포에 갔던 적이 있다. 생명 연장의 시대다~ 120세 시대가 펼쳐진다는 둥 그런 문구와 함께 동물복제와 인간복제 등 미래산업에 대해 전시를 하면서 영화 속 미래가 현실로 펼쳐지며 앞으로 더 나은 행복한 미래가 펼쳐진다고 소개하는 것을 보며 불편함을 느꼈었다. 생명 연장이 인간의 큰 희망일지는 모르지만 무조건적인 생명 연장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단순히 숨만 붙여놓은 그 삶을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쓰러지고 돌아가시기까지 몇 년간의 고통스러웠던 엄마의 삶을 지켜보면서 지금껏 살아왔던 것보다도 어쩌면 남은 노년의 삶을 위해서 더 애쓰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는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지켜보고 여러 사례들을 겪으면서 직접 느꼈던 상황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는지, 예전 같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도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노화를 인한 자연사는 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고 편안하게 여생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드물게 되었다. 대부분 병원에서 링거와 수많은 줄들을 주렁주렁 달고 임종을 맞는 것이 예사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버금가게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중환자실의 실태와 죽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 또 다른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연명의료결정법과 법률적 문제 등 의사로서 환자들을 봐오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죽음에 관한 조언을 하고 있다.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 노년의 삶에 대한 안내서와 같다면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그런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실용서와도 같다.

누구나 죽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나처럼 책 속의 현실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공감하며 읽고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일 것이며 죽음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미리 공부한다 생각하고 읽어보면 크게 도움이 될 책이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현실의 문제이므로.





자연은 싸워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다. 우리 삶의 어떤 순간에도 죽음은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죽음을 배우는 시간>의 가장 첫 메시지다. - P6

사회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는지,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점점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되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막연하게 "이러다가 나빠지면 병원에 모시고 가면 방법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을 한다. 의사들의 사망진단서에는 더이상 노환이 사망 원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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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7
안토니스 파파테오도울로우 지음, 이리스 사마르치 그림, 성초림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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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마음 설레는 일이다.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는다는 것도 설렘 가득한 일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소소한 것까지 마음을 나누며 뭔가를 끄적이며 서로를 이해하고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먼 곳에 있는 그리운 이를 향해 깊은 밤을 지새워가며 편지를 쓰기도 했던 그 시절. 나는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곤 한다. 누군가는 내가 느끼는 그 기분을 공감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지금도 가끔 손 편지를 쓰고 있다.

요즘은 무엇이든 편리하고 빠른 세상이 되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를 걸고 우표를 사서 편지를 부치던 시절은 이미 잊힌지 오래다. 지금은 메일과 핸드폰과 문자와 톡이 대신하는 세상이 되었다. 편리해진 만큼 감동은 줄었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 다 좋을 순 없다.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이 책의 첫 문장부터가 마음 설레게 했다.

전화도 이메일도 없던 시절 우체부 아저씨가 편지를 배달하는 섬마을의 이야기다. 그림과 문장에서 문득 영화 "일 포스티노"가 절로 연상되었다. 그림책을 넘기면서 나는 작은 섬 칼라 디소토와 그 섬을 돌며 우편배달을 하는 마리오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림책은 우편배달부 코스타스 씨의 마지막 출근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편배달 일을 하며 그는 자신의 지나온 우편배달부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모든 우편물을 다 배달하였다고 생각하였을 즈음 우편 가방 안에 편지 한 통이 남아 있었다. 주소만 덜렁 있는 그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해변으로 향했고... 그 마지막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슴 찡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마음 따뜻한 이야기에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림책은 어린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다. 아이들 어릴 적에 읽어 주었던 책이 아직도 책장에 꽂혀 있다. 가끔 꺼내서 읽어보기도 하고 그림이 좋아서 보는 책들도 있다. 이 책의 그림은 꼴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림도 내용도 예쁜 그림책이다. 국제 콤포스텔라 그림책 수상작이기도 한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는 "고마움"이란 단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내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게 만든다. 시대는 변하고 세상은 달라졌지만 나는 여전히 편지를 쓸 것이고... 내 아이들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편지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때론 말로 하는 표현보다 글로 전하는 마음이 더 크게 와닿을 때가 있기 때문에.

책장을 덮고 나면 내 주변의 고마운 이들이 떠오를 것이고 고마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다.


반가운 소식들은 아주 가벼워서 코스타스 씨는 한 번에 백 개라도 들고 갈 수 있었어요.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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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리여우화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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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포자다.

살면서 수학이라는 과목에 1도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고 유난히 숫자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는 "이거 얼마 주고 샀어?"라고 물으면 정확한 가격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숫자엔 젬병이다. 학창 시절 수학선생님이 그러셨다. 자기는 수학이라는 과목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아니 대체 어느 맥락에서? 수학이 매력적이라고?? ) 도무지 납득되지 않아 별종으로 생각했던 수학선생님. 그녀는 수학이 매력적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수학은 명확한 답이 있다고. 그래서 좋아한다고. 정답이 있어서 좋댄다. 국어 같은 과목을 제일 싫어한다고 했다. 정확한 답이 없으므로. 그때 난 오히려 반대였다.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고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국어야말로 진짜 멋진 과목이라고. 정해진 답이 있다는 자체도 별로였기에 수학은 정말 싫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때의 수학 선생님의 마음을 좀 알 거 같다. 정답 없는 인생에서 명확한 답을 구할 수 있는 수학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인생을 살아보니 흐릿하게 보이는 미래, 불안정한 삶, 애매한 태도 등등 이러한 세상 속에서 속 시원히 답이 나오는 수학이야말로 얼마나 유쾌하고 매력적인가.

이 책은 수포자인 나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제목이었다. 수학이 재밌다고? 정말?? 믿어볼까? 그런 심정으로 책을 받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요즘은 지역별로 어린이들과 학생들을 위해 수학체험관이나 수학 문화관 등이 생겨나고 있다. 취재 목적으로 이러한 곳들을 갔었는데 그때 난 수학이 얼마나 흥미롭고 매력적인지 살짝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놀이로 접근하는 수학은 어렵지 않고 신기하고 놀라운 체험이었다. 어른인 나에게도 그 시간들이 재미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수학에 관련된 기존 출간된 책들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해 두겠다. 대부분 초보를 위한 수학 책이라면 이 책은 두께도 꽤 두툼하지만 내용면에서도 굉장히 심오하고 깊은 단계까지 다루고 있다. 나 같은 수포자들에게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솔직히 많았다. 공부하는 심정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내가 무식한 건지 책의 수준이 너무 높은 건지...ㅎㅎ)

이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으며 갈수록 레벨도 높아간다.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재밌는 수학의 세계를 맛보기에 좋다.






수포자들은 흔히 말한다. 수학 못해도 잘만 사는데 뭘~~ 하고 말이다. 그치만 수학을 알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수학 문제나 책에서 봤을 법한 싸우지 않고 케이크를 나눠 먹는 방법, 과학적으로 소파 옮기기,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큰 수, 공평하게 보이는 가위바위보 게임 등 일상 속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도 많다. 그리고 수학의 3대 상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등 몰랐던 수학의 세계를 알아가는 기분이다.

중간중간 삽화나 사진까지 곁들여 설명을 해 두어서 읽기 편하고 예시 이야기들로 펼쳐지는 수학 이야기는 흥미롭다.

책 뒷면에 이 책을 추천하는 이들이 모두 대학교수들인 걸 감안하면 수포자들에게는 살짝 어려운 책을 수 있지만 오히려 수학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나 수학과 대학생들은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수학 책일 것이라 생각한다.


‘거의‘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했는가? 수학시험지에 ‘선생님, 제가 이 문제를 거의 풀었어요‘라고 쓴다면 선생님이 "네가 푼 문제의 부분 측도가 0인지 증명해봐!"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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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생기는 기분
이수희 글.그림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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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가 있다. 15년 동안 외동딸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란 언니. 15년 만에 태어난 동생. 15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언니와 나.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자매지만 15년이라는 간극으로 언니와 나는 각자 외동딸처럼 자랐다. 어느 정도 자라났을 땐 언니는 이미 성인이 되어 독립을 했기에 자매지만 함께한 시간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동이 아님에도 외동처럼 자라 형제가 많은 집의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언니랑 싸웠다며 투덜대는 친구들의 푸념을 듣노라면 '나도 언니랑 싸워봤으면 좋겠다'싶었다. 언니와의 나이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다 보니 우린 집안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형제들 간의 다툼 이런 것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한 마디로 싸울 레벨조차 되지 못했다.

이제는 내가 두 딸을 둔 엄마가 되었다. 두 딸은 5살 터울이 나는 자매지간인데도 함께 잘 놀고 서로 잘 통하는 걸 보면서 내가 어릴 적에 누리지 못한 것들을 두 딸들은 함께 누린다는 생각에 절로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곤 한다. 형제, 자매, 남매 지간이라면 흔한 풍경일 텐데 그걸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부러움의 한 풍경이 되기도 한다. 언니가 있지만 언니와 지지고 볶고 싸우고 투닥거리는 걸 경험해보지 못한 나는 내 딸들을 통해 형제간의, 자매간의, 남매간의 일상적인 풍경과 정을 느끼곤 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 언니는 결혼을 했다. 그렇다 보니 우린 여느 자매들처럼 함께 일상을 나누는 시간이 없었다. 엄마처럼 늘 챙겨주는 언니와는 멀리 떨어져 지내지만 우린 여전히 친하고 싸워본 적이 없는 그런 자매지간이다.

나는 동생의 입장이고 언니가 되어 본 적은 없기 때문에 언니의 마음을 생각하거나 헤아려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내 딸들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한 번도 언니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15년 동안 외동딸로 살다가 갑자기 동생이 태어났을 때의 혼란과 충격은 얼마나 컸을까... 싶다.

얼마 전 폭우가 내리던 날 구조해 온 아기 고양이가 우리 집에 생활하게 되면서 기존에 살고 있던 우다다 패거리들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느낀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예쁜 짓만 골라가며 하는 두부는 가족 모두의 마음을 빼앗기에 이르렀고 아무래도 집에 있는 다른 아이들은 소홀해지게 마련이니까. 그런 섭섭함이 아이들의 눈빛에서, 행동에서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고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더 애정을 쏟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불안해하지 않게 해줘야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기가 태어났으니 그것도 15년 만에 태어났으니 얼마나 예쁘고 눈에서 꿀이 떨어졌을까... 아기는 손도 많이 가니 당연히 언니는 살짝 뒷전이 되었을 것이다. 엄마는 과거를 돌아보며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그때 언니가 많이 섭섭했을 거라고. 게다가 사춘기 시기인데 아기가 태어나 아기에게만 신경을 썼으니... 말은 안 했지만 얼마나 속상하고 섭섭했을까... 하고 말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었다. 엄마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겠다 싶었다. 미워할 만도 할 텐데 언니는 어려도 한참 어린 동생을 많이 사랑해 줬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해 주고 있으니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은 이수희 작가의 4컷 만화로 이루어진 책이다. 단순한 그림체에 소소한 에피소드들이지만 나는 이 책의 내용들을 보면서 특별한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언니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되었고 언니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었다.





작가와 동생은 10살 터울이지만 그래도 함께 자라면서 많이도 싸우고 같이 놀고... 함께 성장한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다. 싸우다 보면 서로 앙금이 남기도 하고 서먹해지기도 하기에 이 책에서는 동생과의 멀어진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언니의 마음도 적혀 있어 따스함을 전해준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쑥스러워 표현하지 못하고 가족이니까 당연히 알겠지~ 하는 마음에 그냥 묵혀두고 지나치는 수많은 감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현재 그리 사이좋은 자매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안부를 묻고 용건 없이도 전화를 해서 수다를 떨 수 있는 사이이길 글에서나마 바라는 언니의 마음을 보면서 우리도 가족이니까 좀 더 표현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4컷 만화와 중간중간에 솔직하게 쓰인 이야기들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책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나 형제, 자매, 남매를 둔 이들에게는 공감을 넘어 가끔 묵직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을 책이다. 동생이 있고 언니나 오빠가 있는 이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라떼는 말이야~~"처럼 그 시절을 추억하며 떠올리기에 충분한 책이다.



우리는 사이좋은 자매가 될 수 있었다. 그럴 수 있는 순간들이 함께 자라는 과정 곳곳에서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지났고 동생은 자랐다. 나의 사춘기가 끝났을 때 동생의 사춘기가 시작된 것처럼, 우리는 수학 시간 칠판에 그려진 평행선처럼 각자 끝없이 길게 자라고 있었다. 그래도 다시 그때처럼 전호ㅘ벨이 울렸으면 좋겠다. 너의 이름을 확인한 나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을 것이다. 오늘 학교는 어땠냐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언니는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가끔은 우리만 아는 농담에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통화하자, 수진아. 언니가 이제는 잘할 수 있어.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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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옆집 -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조윤민.김경민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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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직장 생활을 끝내고 또 다른 시작을 해야 하는 퇴직 이후의 삶.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직금으로 받은 목돈을 가지고 작은 가게라도 열어 창업을 하려고 한다. 지난 세월 동안 숱하게 본 바로는 수십 년 동안 직장 생활만 하다가 처음으로 개인 사업을 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퇴직금이라는 거금을 날려가며 다들 깨닫더라는 것이다. 오래전 우리 가게 옆 작은 점포엔 새로운 가게가 들어왔다. 중년의 아저씨가 주인장인 아로마용품을 파는 작은 가게였다. 퇴직 후 퇴직금으로 점포를 얻어 시작한 새로운 인생이라는 걸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하는 내 사업이라 아저씨는 열정적으로 장사에 임했다. 아침 일찍,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아침 9시인가 10시에 문을 열고 저녁에는 8시쯤 문을 닫았던 걸로 기억을 한다. 평소 직장 생활하듯 그렇게 가게를 운영하던 사장님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걱정도 되었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가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활하는, 직장 생활의 흐름대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그 사장님에겐 손님 구경하기가 하늘이 별 따기였다. 대학가는 대부분 12시가 넘는 오후 시간대가 되어서야 생기가 감돌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침 시간대는 그야말로 황량한 폐허 같은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새벽 늦게까지 젊음을 불태우는 거리기 때문에 장사를 할 때에도 그러한 점을 고려해서 했어야 했는데 따박따박 비싼 월세를 주고서 사람 없는 시간대에 부지런히 문을 열고 사람들이 서서히 활기 넘치게 다닐 시간에 문을 닫아버리니... 결국 몇 개월을 못 버티고 문을 닫고 말았다.

아로마용품 가게의 사장님 상황을 하나의 사례로 들었는데 이처럼 정보도 없이 무작정 차리면 뭔가 되지 않겠나 하고 개인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실정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빤히 결과가 보이는데도 그걸 계산하지 못하고 무모하게 덤벼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내 가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며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젊은이들도 꽤 많다. 그렇지만 막상 대부분은 후회를 하게 마련이다. 성공할 것 같지만 인생에 있어 그리 쉽사리 성공이 주어지기도 어렵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할지 모르고 뼈저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세탁소 옆집은 일반적인 에세이가 아니라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열정적으로 사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부업으로 차린 맥줏집의 성공 이야기이다. "직장을 왜 그만둬?"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업으로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사이드 허슬(Side Hustler)이란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로 회사 밖에서 성장을 도모하는 별도의 프로젝트 활동을 뜻하는 말이다. 말하자면 직장을 다니면서 회사 일 외에 재미난 일을 본업과 병행하여 하는 부업 같은 개념이다. 개성 넘치고 성향이 비슷한 두 사람이 만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맥주집을 열게 된다. 세탁소 옆에. 그래서 이름도 세탁소 옆집이다. 신선하고 기발하고 재미난 이들의 사업은 사이드 허슬러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선사하고 응원해 주는 그런 책이기도 하다. 각자의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세탁소 옆에 차린 맥줏집에서 또 다른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즐기는 삶은 그야말로 지금 2,30대들이 꿈꾸는 삶이 아닐까 싶을 만큼 멋지고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뽐뿌질을 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수많은 삽질을 통해 실패한 경험과 그 실패를 바탕으로 한 단계씩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생기게 된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좋아하고 즐기면서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그 모인 사람들을 통해 아이디어가 생기면서 점점 더 확산이 되어가는 세옆 월드. 한 마디로 단순히 세탁소옆집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꿈꾸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주간과 야간의 삶이 전혀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맥주를 좋아해서 아예 맥주 가게를 차린 그녀들의 창업 이야기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세계 각국의 맥주를 만나러 떠난 비즈니스 투어와 맥주축제 등의 이야기였다. 술을 잘 못 먹지만 나는 여행 중에 만나는 특별한 술들은 꼭 맛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역마다 나는 전통주라든지 그 지역의 맥주나 수제 맥주 등 평소 맛볼 수 없는 그런 것들은 놓치기 아까운 기회니 말이다. 그래서 양조장 견학이나 와이너리 투어 등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녀들이 색다른 맥주를 만나러 떠났던 여행 이야기에서는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그녀들이 좋아하는 사워 맥주를 나도 맛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세탁소옆집에 직접 가서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도전은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여 자신이 좋아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삽질은 또 다른 삽질을 부른다. 이 책을 읽고 삽질을 하되 제대로 된 삽질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이 책은 수많은 사이드 허슬러를 꿈꾸는 이들에게 정보와 아울러 희망을 주는 책일 것이다. 또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귀한 정보들이 곳곳에 숨어 있으니 한 번쯤 읽고 참고하면 좋을 책이다. 또한 창업 이런 거 다 제쳐두고 열정적 에너지와 재미나게 사는 삶을 만나보고 싶은 이들도 읽어보면 흥미로울 책이다.

책장을 덮으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삽질은 뭐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삽질은 절대 다 성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삽질 한 번에 배움 한 번은 가능하다. 삽질의 중독성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삽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함부로 열지 마시라. 계속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또다시 삽질을 계속할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기니까. - P99

세탁소 옆집의 경험과 회사에서 쌓아가는 커리어가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는 성장하고 배우고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던 감사함을 더 자주 느낄 것이다. 세상만사 계획처럼 돌아가지 않는 건 알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험은 더더욱 감사한 덤일 테고. - P259

이 년 동안 우리는 크고 작게 성장했고 다양한 경험을 사람을 통해 얻었다. 세탁소옆집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할 값진 경험이다. 사이드 허슬을 한다고 했을 때 그냥 파트타임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정의했다. 세탁소옆집을 운영하면서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생계를 보장받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 힘들어서 퇴사를 할 수도 있고 이직을 할 수도 있지만 세탁소옆집을 하면서 돈 버는 게 쉽지 않다고 느꼈고, 나를 고용해주는 회사나 대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경험이기도 했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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