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옆집 -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조윤민.김경민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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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직장 생활을 끝내고 또 다른 시작을 해야 하는 퇴직 이후의 삶.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직금으로 받은 목돈을 가지고 작은 가게라도 열어 창업을 하려고 한다. 지난 세월 동안 숱하게 본 바로는 수십 년 동안 직장 생활만 하다가 처음으로 개인 사업을 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퇴직금이라는 거금을 날려가며 다들 깨닫더라는 것이다. 오래전 우리 가게 옆 작은 점포엔 새로운 가게가 들어왔다. 중년의 아저씨가 주인장인 아로마용품을 파는 작은 가게였다. 퇴직 후 퇴직금으로 점포를 얻어 시작한 새로운 인생이라는 걸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하는 내 사업이라 아저씨는 열정적으로 장사에 임했다. 아침 일찍,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아침 9시인가 10시에 문을 열고 저녁에는 8시쯤 문을 닫았던 걸로 기억을 한다. 평소 직장 생활하듯 그렇게 가게를 운영하던 사장님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걱정도 되었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가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활하는, 직장 생활의 흐름대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그 사장님에겐 손님 구경하기가 하늘이 별 따기였다. 대학가는 대부분 12시가 넘는 오후 시간대가 되어서야 생기가 감돌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침 시간대는 그야말로 황량한 폐허 같은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새벽 늦게까지 젊음을 불태우는 거리기 때문에 장사를 할 때에도 그러한 점을 고려해서 했어야 했는데 따박따박 비싼 월세를 주고서 사람 없는 시간대에 부지런히 문을 열고 사람들이 서서히 활기 넘치게 다닐 시간에 문을 닫아버리니... 결국 몇 개월을 못 버티고 문을 닫고 말았다.

아로마용품 가게의 사장님 상황을 하나의 사례로 들었는데 이처럼 정보도 없이 무작정 차리면 뭔가 되지 않겠나 하고 개인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실정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빤히 결과가 보이는데도 그걸 계산하지 못하고 무모하게 덤벼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내 가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며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젊은이들도 꽤 많다. 그렇지만 막상 대부분은 후회를 하게 마련이다. 성공할 것 같지만 인생에 있어 그리 쉽사리 성공이 주어지기도 어렵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할지 모르고 뼈저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세탁소 옆집은 일반적인 에세이가 아니라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열정적으로 사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부업으로 차린 맥줏집의 성공 이야기이다. "직장을 왜 그만둬?"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업으로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사이드 허슬(Side Hustler)이란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로 회사 밖에서 성장을 도모하는 별도의 프로젝트 활동을 뜻하는 말이다. 말하자면 직장을 다니면서 회사 일 외에 재미난 일을 본업과 병행하여 하는 부업 같은 개념이다. 개성 넘치고 성향이 비슷한 두 사람이 만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맥주집을 열게 된다. 세탁소 옆에. 그래서 이름도 세탁소 옆집이다. 신선하고 기발하고 재미난 이들의 사업은 사이드 허슬러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선사하고 응원해 주는 그런 책이기도 하다. 각자의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세탁소 옆에 차린 맥줏집에서 또 다른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즐기는 삶은 그야말로 지금 2,30대들이 꿈꾸는 삶이 아닐까 싶을 만큼 멋지고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뽐뿌질을 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수많은 삽질을 통해 실패한 경험과 그 실패를 바탕으로 한 단계씩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생기게 된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좋아하고 즐기면서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그 모인 사람들을 통해 아이디어가 생기면서 점점 더 확산이 되어가는 세옆 월드. 한 마디로 단순히 세탁소옆집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꿈꾸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주간과 야간의 삶이 전혀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맥주를 좋아해서 아예 맥주 가게를 차린 그녀들의 창업 이야기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세계 각국의 맥주를 만나러 떠난 비즈니스 투어와 맥주축제 등의 이야기였다. 술을 잘 못 먹지만 나는 여행 중에 만나는 특별한 술들은 꼭 맛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역마다 나는 전통주라든지 그 지역의 맥주나 수제 맥주 등 평소 맛볼 수 없는 그런 것들은 놓치기 아까운 기회니 말이다. 그래서 양조장 견학이나 와이너리 투어 등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녀들이 색다른 맥주를 만나러 떠났던 여행 이야기에서는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그녀들이 좋아하는 사워 맥주를 나도 맛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세탁소옆집에 직접 가서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도전은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여 자신이 좋아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삽질은 또 다른 삽질을 부른다. 이 책을 읽고 삽질을 하되 제대로 된 삽질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이 책은 수많은 사이드 허슬러를 꿈꾸는 이들에게 정보와 아울러 희망을 주는 책일 것이다. 또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귀한 정보들이 곳곳에 숨어 있으니 한 번쯤 읽고 참고하면 좋을 책이다. 또한 창업 이런 거 다 제쳐두고 열정적 에너지와 재미나게 사는 삶을 만나보고 싶은 이들도 읽어보면 흥미로울 책이다.

책장을 덮으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삽질은 뭐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삽질은 절대 다 성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삽질 한 번에 배움 한 번은 가능하다. 삽질의 중독성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삽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함부로 열지 마시라. 계속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또다시 삽질을 계속할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기니까. - P99

세탁소 옆집의 경험과 회사에서 쌓아가는 커리어가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는 성장하고 배우고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던 감사함을 더 자주 느낄 것이다. 세상만사 계획처럼 돌아가지 않는 건 알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험은 더더욱 감사한 덤일 테고. - P259

이 년 동안 우리는 크고 작게 성장했고 다양한 경험을 사람을 통해 얻었다. 세탁소옆집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할 값진 경험이다. 사이드 허슬을 한다고 했을 때 그냥 파트타임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정의했다. 세탁소옆집을 운영하면서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생계를 보장받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 힘들어서 퇴사를 할 수도 있고 이직을 할 수도 있지만 세탁소옆집을 하면서 돈 버는 게 쉽지 않다고 느꼈고, 나를 고용해주는 회사나 대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경험이기도 했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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