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1. 사샤 스타니시치 『출신』 : 은행나무

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3191. 사샤 스타니시치 『출신』 : 은행나무

행동 내의 일정한 규칙을 우리는 행동양식이라 한다. 행동은 무한정한 것이 아니고 종에 따라 또는 행동의 종류에 따라 일정한 틀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행동을 자율과 강제, 이분법적으로 나눈다면 어떨까. 그것은 단지 행동의 제약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 행동을 함에 발생되는 모든 근본적인 것들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고학력자였던 부모님은 내전으로 황폐해진 도시에서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 모두가 궁핍한 난민 생활은 어른들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지옥 같다. 1992년 그러니까 화자가 열네 살이 되던 해, 보스니아 내전을 피해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이주한 난민인 그에게 세상은 꽤나 지독하다.

작가 사샤 스타니시치가 독일 이주를 앞두고 국적 취득을 위해 쓴 자필 이력서는 삶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내전의 참상은 물리적인 의미에서 ‘파괴’ 정도로 표현될 수 있으나, 화자에게 그것은 ‘파괴된 도시’가 아니라 ‘사라진 기억’이 되어버린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 존재하는 추억의 조각들을 맞추며 화자는 아마도 무(無)의 세계를 경험한 것이리라.

내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해버린 화자의 고향 비셰그라드 그리고 사라져가는 조상들의 마을 오스코루샤의 기억들은 화자가 소년에서 청년으로, 비셰그라드에서 하이델베르크로 이주하며 점차 사라져 간다. 화자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바라보며 지난 기억들의 조각 모음을 시작한다. 아직 화자가 어렸고 삶이 풍족했던 내전 이전의 시기를 떠올려 본다. 그가 경험한 많은 것들은 마치 한 장의 사진이나 매우 짧은 단편 소설처럼 기억의 아득한 곳에 남아있다.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모아 장편 소설로 만들었기에 처음 『출신』을 접하고서 이 책의 제목에 호기심이 일었다. 화자로부터 많은 것을 앗아간 보스니아 내전과 이후로 이어진 궁핍한 난민 생활을 보며 자칫 우울한 분위기의 전쟁 소설쯤으로 치부할 수 있으나 이 소설은 생각보다 유쾌하게 흘러간다. 작가 사샤 스타니시치는 내전으로 인한 이주를 경험한 사람이다. 강제적 행동(이주)은 추억의 해체로 작용하고 해체 후에 다시 조립되어가는 기억의 공간에는 작가의 깊은 통찰이 담긴다.

일반적으로 나는 소설, 특히 장편소설을 리뷰할 때에 전반적인 이야기를 압축하는 작업으로 시작하는데 사샤 스타니시치의 『출신』은 결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것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며 단편적 에피소드를 엮은 장편소설이다. 또한 읽는 내내 한 편의 재미난 장편 소설로도 읽히지만 한편으로는 묘사가 풍부한 에세이로도 읽혔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는 ‘출신’이란 잃어버린 기억의 공간이다. ‘출신’은 엄마의 따뜻한 품이고, 아빠의 어색한 미소이며, 때로 어린 시절 동무들과 뛰놀던 공간 그 자체일 수 있다.

열네 살의 작가가 전쟁을 피해 낯선 곳으로 이주하며 겪은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그에게 ‘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작가의 질문은 그러나 모든 것이 익숙한 하나의 조국, 하나의 땅 아래 살아온 우리 역시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낯선 언어와 낯선 사람, 낯선 문화 속에 사샤 스타니시치는 펜을 쥔다. 『출신』에 담긴 작가의 통찰을 통해 우리는 폭넓은 사유를 경험한다. 이미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는 지금, 우리에게 더 이상 ‘출신’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된 지금이지만 우리에게 그것은 공간을 넘은 언어이며 문화이고 사람이자 기억이다. 자전적 소설인 만큼 화자와 비슷했을 작가의 삶을 상상하며 작가가 답한 상실과 인간애에 관한 아름다운 서사를 통해 지난날의 기억들을 돌이키며 나에게 ‘출신’이란 어떠한 의미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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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0. 김선미 『살인자에게』 : 연담L

살인자에게 - 김선미 장편소설
김선미 지음 / 연담L / 2020년 2월

3190. 김선미 『살인자에게』 : 연담L

사업 실패에서 이어진 생활고, 사채업자로부터의 빚독촉은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사건으로 번진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버지의 손에 죽은 건 어머니뿐이었다. 아버지가 휘두른 칼을 맨손으로 막아내고 도망 친 형 진혁과 어머니가 끝끝내 숨을 거둔 침대 밑에서 모든 참상을 지켜보아야 했던 진웅. 그리고 동반자살이 실패하자 흉기로 자해했으나 결국 목숨을 건지고 수감 생활 중인 아버지까지 어머니를 제외한 모두가 뜻하지 않게 살아남았다.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수감으로 진웅과 진혁은 할머니 댁에 맡겨진다. 너무 조용해서 주민 모두가 무료한 삶을 살던 마을에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진웅 형제가 오고 얼마 지나지 않을 무렵이었다. 저수지 부근에서 놀던 어린 소녀가 익사체로 발견된 후 용의 선상에 오른 형 진혁은 다만 증인의 진술을 차치하더라도 아버지의 일가족 동반자살 죄에 더해 마을 사람들의 의심을 산다.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귀가 조치된 진혁은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에 서울로 떠난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 들썩이는 건 일 년에 한 번이나 있을 일이다. 유등 축제로 마을 전체가 분주한 가운데 마을에는 도저히 반길 수 없는 손님이 차례로 방문한다. 바로 진웅의 아버지와 형이다. 일가족 동반자살 미수 및 살인죄로 기소된 아버지는 복역을 마치고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고향땅을 밟았지만 이미 서울에서 자리를 잡은 형 진혁은 그렇지 않았다. 불쾌한 기색에도 불구하고 사나흘만 가족과 함께 보내라며 보채는 할머니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진혁은 불길한 마음에도 마을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싶은 할머니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이니 함께 성묘를 가자고 제안한다. 성묘 이야기에 반가운 사람은 없었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기에 진웅, 진혁 그리고 아버지는 순순히 성묘 길에 오른다. 어색한 분위기를 느낄 새도 없이 성묘를 끝낸 그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폐허가 된 양계장에서 진웅과 가족들이 목격한 것은 다름 아닌 한 구의 시체였다. 출소한지 며칠 되지 않은 아버지, 저수지 사고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형 진혁, 둘의 마을 방문에 또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시체의 최초 목격자이며 신고자인 아버지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다. 물론 조사 결과 살해에 사용된 도구에서 아버지의 지문이 나왔기 때문에 용의자 앞에 ‘유력’이라는 단서를 붙일 수 있었다. 이것으로 심증에 물증이 더해진 경찰은 유등 축제 기간 발생한 새로운 살인 사건에 집중하고 사체가 자신과 같은 반 친구임을 알게 된 진웅은 문득 십 년 전 저수지 소녀의 죽음을 떠올리며 비로소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다.

소설의 시작에 배치된 비극은 더 큰 비극을 예고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비극적 사건은 실패로 끝나지만 유년기의 형제에게서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를 빼앗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저수지 소녀의 죽음은 세상에 둘 밖에 남지 않은 형제마저 갈라놓고 만다. 지난 십 년, 오명의 시간들로 마을과 학교 내에서 고통받아야 했던 진웅은 엄마를 살해한 아버지, 살인 누명으로 마을을 떠난 형 진혁의 방문에 어색함에도 내심 설렜지만 잔인한 운명은 며칠 간의 해후도 허락지 않는다.

김선미 작가의 『살인자에게』는 일가족 동반자살 이후 십 년 만의 가족 상봉에 이어진 살인 사건에 대해 진웅을 시작으로 진혁, 아버지, 할머니로 화자를 옮겨가며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건의 진상에 다가간다. 화자가 옮겨짐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급기야 사건의 본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5일간의 충격적인 기록은 마지막 장의 화자인 할머니의 시선으로 극적인 반전을 맺고 십 년 전 일가족 동반자살에서 시작된 비극은 더 큰 비극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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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9. 이서윤, 홍주연 『더 해빙』 : 수오서재

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3189. 이서윤, 홍주연 『더 해빙』 : 수오서재

오랜만에 마인드컨트롤에 관한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나는 마인드컨트롤에 관한 책들을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나눈다. 긍정론은 십수 년 전 국내는 물론 세계를 강타한 『시크릿』 류의 책을 말한다. 어떤 것에 대한 견해를 긍정적으로 끌어가면 그 결과 역시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 동류의 책들에서 내세우는 주장이다. 반대로 부정론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미래 예측을 일단 부정적 시각에 두고 섬세한 분석과 기술을 통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다.

수오서재에서 출간한 『더 해빙』은 한국판 『시크릿』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신기한 것은 국내 서적이 미국에 선출간 되었다는 점이며 뿐만 아니라 전 세계 21개국에 판권 계약을 마쳤다는 점이다. 세계의 반응도 그렇지만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매주 순위를 갱신 중인 이 책을 읽으며 아직도 『시크릿』 류의 책들이 이만큼 인기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조심스럽게 예측해보자면 최근 출간된 자기계발서들의 추세는 부정론에 가깝다. 예전의 자기계발서에 비하여 보다 기술적이고 섬세하며 부정적인 미래 예측을 통해 현실에서의 삶을 유익하게 끌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국내를 넘어 세계 경기가 주춤하는 요즘, 다시금 『시크릿』 류의 긍정론이 출판계를 들썩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 소개할 『더 해빙』은 저자 홍주연이 구루 이서윤을 찾아가며 시작된다. 이서윤의 자기계발 기술을 홍주연이 전하는 방식인데, 마치 소설처럼 둘의 대화를 다루며 끌어간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쉽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구루 이서윤은 연세대 경형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마치고, 미국과 유럽 등지를 오가며 세계 각지의 운명학 대가들과 교류하며 삶의 법칙에 대해 통찰한다. 대기업의 오너나 주요 경영인들에게 자문을 하면 기업은 그녀의 조언에 따라 전략을 수정하거나 조직의 인사를 단행하고 투자를 결정한다. 기존의 저서로는 『오래된 비밀』과 『운, 준비하는 미래』 등이 있는데 『더 해빙』과 동류의 책일 것으로 짐작한다.

이 책의 핵심은 ‘돈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있다. 『시크릿』이 부를 포함한 성공과 행복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더 해빙』은 범위를 조금 더 축소시켜 ‘부’에 초점을 맞추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저자 홍주연은 구루 이서윤을 찾아가 Having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구루 이서유은 홍주연의 질문에 답하는데, 그녀의 답변은 거침없으며 막힘도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 바로 시원시원한 답변일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도움의 유무에 관계없이 구루 이서윤의 답변은 명쾌하여 독자로 하여금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다.

구루 이서윤은 Having에 대해 말하며 여러 고전에서 발췌한 내용이나 세계적인 유명인들의 명언을 인용하는데 그에 관한 그녀의 해석 역시 그럴듯하다. 『더 해빙』은 홍주연과 이서윤의 대화를 통해 Having을 실행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각 챕터의 중간에 우화, 사례, 구루 스토리, 케이스 스터디 등의 짤막한 글로 챕터의 내용을 보충하고 독자에게 재미를 배가시키는데, 개인적으로 본문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이다. 세계 경기는 처방이 힘들 만큼 경직된 상태고 기업과 개인 모두가 힘든 시기다. 『더 해빙』이 좋은 책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주춤하게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시크릿』 류의 책들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리뷰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힘든 시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들어줄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크릿』 류의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고민 없이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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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8. 김성희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 쌤앤파커스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3188. 김성희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 쌤앤파커스

기업은 사람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경영전략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전략은 바로 언스케일 전략이다. 흔히 탈규모라 불리는 이 전략은 이전 시대의 기업들이 규모와 덩치 불리기에 한창이던 것과 다르게 기업의 규모를 최소화하고 매출 보다 영업 이익 개선에 초점을 두는 전략이다. 탈규모의 첫 번째라고 해도 좋을 규칙 중 하나는 바로 인력을 줄이는 대신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을 분석해 보면 언스케일의 가장 핵심 전략은 비용 절감으로 보이지만 실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에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원 중 무한대 급의 효율을 갖은 자원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사람일 것이다. 좋은 팀워크는 좋은 제품(서비스)을 만들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면 좋은 기업이 된다. 선의 물레방아는 악의 물레방아와 마찬가지로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21세기를 끌어가는 100대 기업을 돌아보면 의외로 역사가 짧은 기업들이 많이 속해 있다. 그들은 적은 인력과 적은 자본으로 도전하였지만 기존의 그룹 형태를 갖춘 대기업 못지않은 영업 이익으로 회사의 가치를 올리고 있다.

나는 인적자원의 관리와 활용은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십 년 전만 해도 인적 관리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매출을 내는 것에 집중을 했지만 현재의 인적 관리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지금은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를 떠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으로 팀워크를 최상위 상태로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기업은 세대를 정확히 이해하고 세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건강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단기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행위보다 훨씬 우선순위에 있는 기업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김성희의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는 흔히 센 세대로 불리며 야망이 있고, ‘더 높이’를 외치며, 명분을 통한 일 중독, 집단주의와 선배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권하는 도제식 업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베이비부머 세대부터 신세대로 불리며 자율적이고 ‘더 빨리’를 외치며, 공정, 제로섬, 실용주의, 상호 교류 등의 키워드에 속하는 MZ 세대,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더 오래’를 외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와 MZ 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 불리며 개인주의와 양다리로 양쪽 세대 모두에게 외면받는 X 세대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의 특징을 분류하고 나아가 세대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방안에 대하여 섬세하게 기술한다.

한 우물만 파는 것이 마치 장인이 되는 길인 것처럼 ‘퇴사’란 단어를 낯설어 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다르게 MZ 세대에게 퇴사 후 이직이란 일종의 경쟁력이 되어가고 있다. 한 회사에만 머무르는 것은 오히려 경력 지체라고 생각하는 그들을 붙잡아 기업의 고급 인력으로 키워낼 수 있는 역량이야말로 기업 미래 가치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스펙을 자랑하는 MZ 세대는 더 이상 한 우물을 파지 않는다. 오히려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스타트업에 속하여 자신을 시험하는쪽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저자 김성희에 따르면 이는 3세대가 생각하는 ‘일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를 소개하며 오너의 입장으로 리뷰 했지만 실상 이 책은 직책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또한 세대에 관계없이 세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여 기업 내 팀워크를 최상위로 만들기 위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직책이나 세대를 떠나 사회생활을 하는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다.

저자 김성희의 신간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를 통해 관리자와 직원 모두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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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5. 루이자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 아르테 🏅[9/10]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최지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3175. 루이자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 아르테 🏅[9/10]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달달한 버터 향과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칠면조 고기로 풍성한 식탁을 마주하며,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을 선물을 기대하는 아이들로 분주할 이때, 그러나 1861년 12월의 밤은 여느 겨울밤과 같지 않았다. 남북전쟁으로 피폐해진 미국은 도시와 외곽지 할 것 없이 온통 앓는 소리로 가득했다.

가난한 이웃집에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도 모른 채 할 어머니가 아니다. 어머니는 네 자매를 불러 모아 식탁에 오를 아침 식사를 이웃과 나누자고 한다. 어머니가 도착하길 기다리며 굶주린 배를 감싸던 네 자매는 잠시간의 고민 끝에 어머니를 따라나선다. 어머니의 선행이 알려지며 이웃의 로런스 할아버지는 생각지도 못한 성찬으로 어머니와 네 자매에게 보상한다. 전쟁터에 자원해 나간 아버지와 선행을 일삼는 어머니는 네 자매의 우상이다.

1861년 12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로 시작되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은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네 자매의 이야기를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풍경과 시대상 그리고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을 인간 군상의 서사와 어머니의 훈화를 통해 교훈을 남긴다. 굵직한 서사와는 상반되는 섬세한 묘사는 네 자매와 더불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살아 숨 쉬게 한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필치로 태어난 인물들을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네 자매의 맏이인 열여섯 살의 메그는 아름다운 커다란 두 눈과 투명한 피부, 통통한 몸매에 하얀 손을 지닌 미인이다. 예쁜 것을 좋아하며 때로 허영기를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동생들을 챙기며 맏이로써 역할을 다한다.

둘째, 열다섯의 조는 큰 키에 비쩍 마른 몸매, 긴 팔다리를 어쩔 줄 몰라 덜렁거리는 모습이 마치 망아지 같다. 그러나 날카로운 눈매만큼은 그녀가 얼마나 진취적이며 열정적인지 말하고 있다. 메그와는 상반된 외모와 성향의 그녀는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며 사회의 편견과 제약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많은 여성들의 우상적 인물이다.

셋째, 전장으로 떠난 아버지에게 ‘작은 평온’이라고 불리는 열셋의 베스는 장밋빛 피부와 반짝이는 눈망울, 평화로운 성격에 늘 수줍음이 서린 소녀다. 언젠가 자신만의 음악을 하게 될 날을 꿈꾸며 대부분의 시간을 평온한 세계 속에 살아간다.

네 자매의 막내 에이미는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결이 고운 금발의 머리와 푸른 눈, 백설 같은 피부로 한눈에 보아도 아름다운 그녀는 항상 몸가짐에 신경 쓰며 귀족처럼 행동한다.

한 지붕 아래서 일어나는 네 자매의 이야기는 이웃집 로리의 등장으로 더욱 풍성해진다. 전쟁으로 흉흉한 민심에도 활기가 넘치는 네 자매는 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역경을 헤쳐 나간다. 집필로부터 150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전시도 아니고 시대상도 바뀐 현재의 우리 모습이 과연 그 시절의 네 자매와 얼마나 다른가에 대하여 생각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면모가 그대로 드러남에도, 여성중심서사로 끌어감에도, 이 소설은 시대와 문화, 성별, 세대를 떠나 인간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가감 없이 전달한다. 출판사에 따르면 한동안 그저 ‘소녀들의 이야기’에 불과한 문학적으로는 큰 가치가 없는 작품으로 치부되던 『작은 아씨들』은 20세기를 거치며 페미니즘 비평의 관점에서 재평가 받았다고 하는데, 소설을 마주하면 정작 페미니즘을 위한 과한 설정은 전혀 눈에 띄지 않으며, 다만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여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들을 네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유쾌하게 풀었다.

시대의 비극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손에서 희극으로 재탄생한다.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문체 덕분일까, 작가의 비판은 어쩐지 아름다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읽는 내내 입가의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던 『작은 아씨들』은 작가의 문체와 꼭 닮은 단순하고 굵직한 서사와 각각의 에피소드의 섬세함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결국 네 자매와 닮아있다. 힘들었던 지난날마저 소중한 추억으로 아름답게 변모시키는 것이야말로 『작은 아씨들』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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