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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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1. 사샤 스타니시치 『출신』 : 은행나무


행동 내의 일정한 규칙을 우리는 행동양식이라 한다행동은 무한정한 것이 아니고 종에 따라 또는 행동의 종류에 따라 일정한 틀을 지니고 있으며그것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다그러나 우리가 행동을 자율과 강제이분법적으로 나눈다면 어떨까그것은 단지 행동의 제약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 행동을 함에 발생되는 모든 근본적인 것들을 바꾸어 놓을  있다.


고학력자였던 부모님은 내전으로 황폐해진 도시에서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모두가 궁핍한 난민 생활은 어른들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지옥 같다. 1992 그러니까 화자가 열네 살이 되던 보스니아 내전을 피해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이주한 난민인 그에게 세상은 꽤나 지독하다.

작가 사샤 스타니시치가 독일 이주를 앞두고 국적 취득을 위해  자필 이력서는 삶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내전의 참상은 물리적인 의미에서 ‘파괴’ 정도로 표현될  있으나화자에게 그것은 ‘파괴된 도시 아니라 ‘사라진 기억 되어버린다어렴풋한 기억 속에 존재하는 추억의 조각들을 맞추며 화자는 아마도 () 세계를 경험한 것이리라.


내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해버린 화자의 고향 비셰그라드 그리고 사라져가는 조상들의 마을 오스코루샤의 기억들은 화자가 소년에서 청년으로비셰그라드에서 하이델베르크로 이주하며 점차 사라져 간다화자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바라보며 지난 기억들의 조각 모음을 시작한다아직 화자가 어렸고 삶이 풍족했던 내전 이전의 시기를 떠올려 본다그가 경험한 많은 것들은 마치  장의 사진이나 매우 짧은 단편 소설처럼 기억의 아득한 곳에 남아있다.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모아 장편 소설로 만들었기에 처음 『출신』을 접하고서  책의 제목에 호기심이 일었다화자로부터 많은 것을 앗아간 보스니아 내전과 이후로 이어진 궁핍한 난민 생활을 보며 자칫 우울한 분위기의 전쟁 소설쯤으로 치부할  있으나  소설은 생각보다 유쾌하게 흘러간다작가 사샤 스타니시치는 내전으로 인한 이주를 경험한 사람이다강제적 행동(이주) 추억의 해체로 작용하고 해체 후에 다시 조립되어가는 기억의 공간에는 작가의 깊은 통찰이 담긴다.


일반적으로 나는 소설특히 장편소설을 리뷰할 때에 전반적인 이야기를 압축하는 작업으로 시작하는데 사샤 스타니시치의 『출신』은 결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이것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며 단편적 에피소드를 엮은 장편소설이다또한 읽는 내내  편의 재미난 장편 소설로도 읽히지만 한편으로는 묘사가 풍부한 에세이로도 읽혔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는 ‘출신이란 잃어버린 기억의 공간이다. ‘출신 엄마의 따뜻한 품이고아빠의 어색한 미소이며때로 어린 시절 동무들과 뛰놀던 공간  자체일  있다.


열네 살의 작가가 전쟁을 피해 낯선 곳으로 이주하며 겪은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그에게 ‘나의 정체성 대한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작가의 질문은 그러나 모든 것이 익숙한 하나의 조국하나의  아래 살아온 우리 역시 피할  없는 질문이다낯선 언어와 낯선 사람낯선 문화 속에 사샤 스타니시치는 펜을 쥔다『출신』에 담긴 작가의 통찰을 통해 우리는 폭넓은 사유를 경험한다이미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는 지금우리에게  이상 ‘출신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지금이지만 우리에게 그것은 공간을 넘은 언어이며 문화이고 사람이자 기억이다자전적 소설인 만큼 화자와 비슷했을 작가의 삶을 상상하며 작가가 답한 상실과 인간애에 관한 아름다운 서사를 통해 지난날의 기억들을 돌이키며 나에게 ‘출신이란 어떠한 의미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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