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최지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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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5. 루이자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 아르테 🏅[9/10]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달달한 버터 향과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칠면조 고기로 풍성한 식탁을 마주하며산타 할아버지에게 받을 선물을 기대하는 아이들로 분주할 이때그러나 1861 12월의 밤은 여느 겨울밤과 같지 않았다남북전쟁으로 피폐해진 미국은 도시와 외곽지   없이 온통 앓는 소리로 가득했다.


가난한 이웃집에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도 모른   어머니가 아니다어머니는  자매를 불러 모아 식탁에 오를 아침 식사를 이웃과 나누자고 한다어머니가 도착하길 기다리며 굶주린 배를 감싸던  자매는 잠시간의 고민 끝에 어머니를 따라나선다어머니의 선행이 알려지며 이웃의 로런스 할아버지는 생각지도 못한 성찬으로 어머니와  자매에게 보상한다전쟁터에 자원해 나간 아버지와 선행을 일삼는 어머니는  자매의 우상이다.


1861 12크리스마스 에피소드로 시작되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은 메그베스에이미  자매의 이야기를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풍경과 시대상 그리고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을 인간 군상의 서사와 어머니의 훈화를 통해 교훈을 남긴다굵직한 서사와는 상반되는 섬세한 묘사는  자매와 더불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살아  쉬게 한다루이자 메이 올컷의 필치로 태어난 인물들을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자매의 맏이인 열여섯 살의 메그는 아름다운 커다란  눈과 투명한 피부통통한 몸매에 하얀 손을 지닌 미인이다예쁜 것을 좋아하며 때로 허영기를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동생들을 챙기며 맏이로써 역할을 다한다.

둘째열다섯의 조는  키에 비쩍 마른 몸매 팔다리를 어쩔  몰라 덜렁거리는 모습이 마치 망아지 같다그러나 날카로운 눈매만큼은 그녀가 얼마나 진취적이며 열정적인지 말하고 있다메그와는 상반된 외모와 성향의 그녀는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며 사회의 편견과 제약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많은 여성들의 우상적 인물이다.

셋째전장으로 떠난 아버지에게 ‘작은 평온이라고 불리는 열셋의 베스는 장밋빛 피부와 반짝이는 눈망울평화로운 성격에  수줍음이 서린 소녀다언젠가 자신만의 음악을 하게  날을 꿈꾸며 대부분의 시간을 평온한 세계 속에 살아간다.

 자매의 막내 에이미는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결이 고운 금발의 머리와 푸른 백설 같은 피부로 한눈에 보아도 아름다운 그녀는 항상 몸가짐에 신경 쓰며 귀족처럼 행동한다.


 지붕 아래서 일어나는  자매의 이야기는 이웃집 로리의 등장으로 더욱 풍성해진다전쟁으로 흉흉한 민심에도 활기가 넘치는  자매는 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역경을 헤쳐 나간다집필로부터 150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전시도 아니고 시대상도 바뀐 현재의 우리 모습이 과연  시절의  자매와 얼마나 다른가에 대하여 생각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면모가 그대로 드러남에도여성중심서사로 끌어감에도 소설은 시대와 문화성별세대를 떠나 인간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가감 없이 전달한다출판사에 따르면 한동안 그저 ‘소녀들의 이야기 불과한 문학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작품으로 치부되던 『작은 아씨들』은 20세기를 거치며 페미니즘 비평의 관점에서 재평가 받았다고 하는데소설을 마주하면 정작 페미니즘을 위한 과한 설정은 전혀 눈에 띄지 않으며다만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여 당연하게 받아들일  있는 문제들을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유쾌하게 풀었다.


시대의 비극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손에서 희극으로 재탄생한다단순하면서도 섬세한 문체 덕분일까작가의 비판은 어쩐지 아름다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읽는 내내 입가의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던 『작은 아씨들』은 작가의 문체와  닮은 단순하고 굵직한 서사와 각각의 에피소드의 섬세함을 통해시련을 극복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우리는 결국  자매와 닮아있다힘들었던 지난날마저 소중한 추억으로 아름답게 변모시키는 것이야말로 『작은 아씨들』의 가장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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