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벌렁코의 코딱지 수사 저학년은 책이 좋아 44
장희주 지음, 조현숙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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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벌렁코가 탐정이 되어 도서관의 책을 오염시킨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소설이다. 한참 똥, 코딱지 등 더럽지만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단어에 깔깔대는 만4세의 둘째가 첫째보다 먼저 책을 발견하고는 벌렁코 손에 든 코딱지가 재밌다며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빨리 읽어달라고 재촉까지 한다.

초등학생이 된 첫째와 유치원생 둘째는 서로 생각하는 범인을 계속 추리해가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명씩 제외해가면서 수사노트를 적어가는 방식이라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두 아이가 무릎 꿇고 앉아 집중한 모습을 보니 나도 어릴적 추리소설을 읽으며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나서 웃음이 났다. 그림도 귀엽고, 각각의 캐릭터 서사에 집중하고 공감하니 더 재밌다. 독후 활동뿐 아니라 감상을 나누는 재미를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 장르 구분없이 가족이 같은 책을 읽어야겠다.

유치원생인 둘째가 똑같이 코를 파서 책에 묻힐까봐 걱정이 되는지 도서관 이용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서 한참을 설명하는 첫째다. 둘째는 건성으로 듣는 듯하지만 집에서도 책 읽을 땐 먹을 거 금지로 규칙을 정해두었으니 책을 오염시키지 않고 규칙을 잘 지켜주리라 믿는다.

학교 도서관과 동네 작은도서관을 사랑방처럼 편하게 오갈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그리고 이렇게 재밌는 책을 만드는 작가, 출판사 직원분들과 추천도서를 소개해주시는 사서 선생님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 세상의 책을 꾸준히 궁금해하고 사랑하며 다독하는 아이들이 되어주길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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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 네 마음
김효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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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느 날은 신이 나서 묻지도 않은 일을 이야기하는가하면 어느 날은 시무룩하거나 툴툴대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질문이 많아진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부모가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으니 두 아이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잔소리를 하거나 다른 집 아이를 두둔했다가 아이를 울게 만든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첫째 아이는 다른 친구들보다는 엄마 딸인 우리를 안아주고 괜찮은지 물어봐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볼게.

가방 속에 자기만의 비밀공간이 있고, 아이들이 하루 동안 열심히 그리고 만든 작품이 담겨있다. 초등학생인 첫째는 알림장과 서류, 가끔 시험지도 들어있고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가 들어 있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아이들 가방을 들여다보는 것에 반발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내 가방에 손 대지 마세요!” 까칠한 반응을 보일 날이 오겠지? 허락없이 자신이 만든 작품을 버린 아빠에게 또 버렸냐고 지금도 화를 내긴 하지만 말이다.

머지않아 그런 날 오겠네.. 씁쓸한 마음이 들던 참에 아이들과 김효정 작가님의 <알고 싶어 네 마음>을 같이 읽게 되었다. 나만을 기다리고 내 마음을 알기 위해 가방 속 탐험을 하는 친구가 있다는 게 부럽다고 이야길 나누었다. 또 아빠가 들어올 때 반가워하며 달려가 안기는 모습을 보더니 “우리도 아빠 오면 이렇게 달려가는데 우리랑 똑같다.” 자랑스레 어깨를 으쓱한다.

가방 속에 담겨진 물건마다 이유가 있고, 쓸모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엄마와 아빠 가방을 허락없이 만지면 안된다고 이야길해두어서 아이들이 우리 부부 가방에 손을 댄 적이 없지만 엄마의 파우치 속 화장품이 너무 궁금한 둘째는 가끔 파우치 구경을 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화장을 하지 않는 터라 기대한만큼 화장품이 없어 실망하면서도 이건 어떻게 쓰는 거야. 누가 선물 준 거야? 물으며 엄마를 멋지게 만들어주는 파우치가 좋다는 둘째다.

자신의 가방 속 물건을 꺼내 보여주는 왓츠인마이백을 통해 각 사람의 성격, 취향을 유추해본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에 담기는 물건도 다 다르다. 두아이도 외출을 할 때면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필요한 소품을 잔뜩 담아 무거워서 축 처지는 가방을 들고 뿌듯해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나는 한마디를 외친다. “무겁다고 엄마, 아빠한테 들어 달라고 해도 안 들어줄 거니까 필요 없는 건 두고 가.”

그림책을 읽고 나서 가방 속 물건들이 쓰이지 않을 날도 있지만 늘 곁에서 나 대신 아이들의 하루를 지켜봐준다는 생각이 드니 안심이 됐다. 첫째 아이의 알림장에 써 놓은 엄마의 편지가 큰 힘이 된다니 그또한 다행이다.

가방 속 탐험을 통해 두아이,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루 마무리하고 다음날을 위해 가방정리를 하면서 담백하게라도 서로의 일상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겠다. 평가하거나 잔소리하는 것 없이 그냥 잘 들어줘야지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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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가족 돌개바람 61
강정연 지음, 정진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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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자가 바뀌었다! 상상만으로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런데 아예 그림자가 없는 사람으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니 안절부절 어쩌나 망설일 새가 없다. 무조건 그림자에게 협조해야 한다.

아들도 엄마도 얼마나 바쁜지 회사까지 찾아가서 엄마를 기다렸으나 비슷한 복장의 사람들 틈에서 엄마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어서 당황스럽다. 식탁에서 음식을 나누며 식구끼리 서로를 살피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이 각자 방으로 흩어진다.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그림자가 힘들다고 파업 선언을 하겠나.. 내가 아니면 세상이 멈출 수 있다는 불안감에 타인을 배려를 할 여유도 없다. 만난 적도 없는 인터넷상의 누군가를 따라잡기 바빠서 매일 마주치는 이웃과 살림의 지혜를 공유할 기회를 놓치며 산다. 함께 공부하는 학급 친구들과 의미 없는 이야기에도 깔깔 웃으며 추억을 만드는 일에도, 동료 직원들과의 일상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존중하고 업무 효율을 늘려보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바빠가족. 그림자가 경고하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경주마처럼 달려갔을 것이다.

나라고 바빠가족과 다를까?

일을 내려놓고 육아를 할 때에도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 부모교육을 닥치는 대로 신청해서 듣고, 일을 다시 시작한 뒤에는 감 떨어졌다 소리 들을까 봐 잠을 포기하고 일했다. 그러다 보니 늘 프로젝트 진행 중엔 집안일이고 가족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내 건강도 늘 상했다. 일할 때 살아있는 기분에 중독되어 무엇이 중요한지 놓치고 지냈다.

그러다 두 아이가 엄마랑 놀고 싶다. 엄마가 밤에 일 안 하고 우리랑 같이 잠들면 좋겠다. 엄마는 우리보다 일을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아차 싶었다. 늘 빨리하라고 다그치고 서두르는 엄마인데도 아이들은 엄마 눈길, 손길을 그리워하는구나.

나는 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가?

가족과 더 풍족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아닐까? 아이들에게는 (양적) 재정의 풍족함보다 (질적)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순간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되새긴다. 바빠가족을 읽은 뒤 2025년의 계획을 수정한다. 우리 가족 간의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말이다. 시간은 지나고 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 남편과 두 아이에게 더 많이 관심을 두고 마주하는 시간을 늘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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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
김개미 지음, 이수연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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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 김개미 글, 이수연 그림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 그리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이 아닌 새로 그려 넣으셨지만 참혹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빼앗긴 터전으로 다시 돌아가서 다시 예전과 같은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가족 누구도 다치거나 헤어지지 않고 무사히 안전한 곳에 도착할 수 있을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공포, 불안을 안고 산다는 게 얼마나 괴롭고 무서울까?

“가장 필요한 사람들 앞에 도착한 배는 너무 낡고 작은 배,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나야 하며 모든 배가 다 저편 항구에 닿는 건 아니다”라는 글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실제로 난민보트 침몰사고는 무척 빈번하고 구조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운명에 맡겨진다. 지난10년간 지중해에서만 3만명이 사망(2024.8.29 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의 기사)했다.

“기억해야 해. 가슴속에 사라지지 않은 구멍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로 전쟁을 직접 겪은 어르신들이 살아 계시고 남자들은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여전히 남과 북은 총을 겨누고 있고 1, 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사건도 실제 일어난 일이다. 다큐멘터리 제작 때문에 백두산함과 제2차 연평해전의 생존자 분들을 찾아뵙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눈앞에서 스러져갔던 동료들을 지금도 가슴에 묻고 살고 계셨다. 또 나라를 떠나 타국에 정착한 난ㅇ민들의 인터뷰도 기록했다. 목격하고 몸소 느낀 그 인간의 잔인함과 동료를 지키지 못한 절망감을 잊을 수 없지만 떠난 이들을 대신하여 더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

나도 초등학교 때 쿠웨이트에 살다가 걸프전이 발발해 이라크, 요르단을 거치는 피란길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지난 해 5월 31일 새벽 6시 32분 잘못 발송된 경계경보 문자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워 시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출발해야 하는 것인지 오만가지 불안이 나를 괴롭혔다. 폭탄과 총소리, 제트기, 길 거리 숨져있는 사람들, 대사관의 구멍난 태극기, 지하실에서 함께 숨어있던 아파트 주민들까지 모두 다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으면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저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북한에서 오물풍선을 날려보내고 있고 수많은 청춘들이 군입대를 해서 나라를 지키고 있다. 북한 인접지역에서는 매일 북한에서 틀어놓는 기괴한 소음을 들으며 산다.

그렇게 멀지 않은 주변 국가에서 전쟁중이고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이들이 죽고 가족과 집을 잃는다. 작고 낡은 배에라도 올라야 하는 이들의 간절함이 아프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즈음 써있는
“바다에 도착하면 모든 길이 숨어 버리지만 어떤 길은 거기서 시작돼.” 이 글귀에서처럼 바다 위 모든 난민보트가 안전한 곳에 잘 정박하기를,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문학동네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뭉끄3기 #많은사람들이바다로가 #김개미글 #이수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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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잠에게
박새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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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늘의 잠에게 박새한 그림책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살고 있는 박새한 작가의 그림책을 펼치면 새카만 밤하늘에 별이 총총 떠 있다. 그리고 책을 만든 이들의 이름이 수놓여있는데 그 글자들이 가지런하지 않지만 쏙쏙 눈에 박힌다. 이런 소개라니 무척 인상적이다.

검은색의 음표 같기도 한 모양새의 잠. 세상을 한바퀴 돌면서 자기 자신만을 재우지 못하고 모든 살아있는 것을 재운다. 그저 다가갔을 뿐인데 모두 잠든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잠들지 못한다.

다른 이와 잠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답해주는 이가 없고 공감하는 이 없기에 슬프고 공허하다. 그 외롭던 시간을 지나고 또 지난 뒤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제서야 까무룩 지쳐 잠든다.

나도 잠이 없는 편이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면 가만히 눈감고 누워 양을 세어봐도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다. 즐거움 또는 슬픔, 화남 등 감정이 최대치일 때도 잠이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잠 못 이루다 보니 각성 상태가 되어 이러다 큰일나지 싶던 순간도 있었다. 임신했을 때도 주치의 선생님께서 제발 6시간 이상 자야한다고, 일을 줄이고 잠을 자라고 당부하셨다.

주변에도 나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몇명 있다. 계속 잠을 안자다가는 하늘의 별이 되어 만나게 될지 모른다고 서로를 걱정하며 안부를 주고 받는다.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잠이 더 가까이 다가와주길 욕심내어 본다. 살아 숨쉬는 동안 휴식을 선물하고, 내일의 행복을 기대하며 꿈꾸게 만들어주는 잠, 고마워!

#문학동네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뭉끄 #오늘의잠에게 #박새한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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