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가족 돌개바람 61
강정연 지음, 정진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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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자가 바뀌었다! 상상만으로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런데 아예 그림자가 없는 사람으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니 안절부절 어쩌나 망설일 새가 없다. 무조건 그림자에게 협조해야 한다.

아들도 엄마도 얼마나 바쁜지 회사까지 찾아가서 엄마를 기다렸으나 비슷한 복장의 사람들 틈에서 엄마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어서 당황스럽다. 식탁에서 음식을 나누며 식구끼리 서로를 살피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이 각자 방으로 흩어진다.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그림자가 힘들다고 파업 선언을 하겠나.. 내가 아니면 세상이 멈출 수 있다는 불안감에 타인을 배려를 할 여유도 없다. 만난 적도 없는 인터넷상의 누군가를 따라잡기 바빠서 매일 마주치는 이웃과 살림의 지혜를 공유할 기회를 놓치며 산다. 함께 공부하는 학급 친구들과 의미 없는 이야기에도 깔깔 웃으며 추억을 만드는 일에도, 동료 직원들과의 일상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존중하고 업무 효율을 늘려보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바빠가족. 그림자가 경고하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경주마처럼 달려갔을 것이다.

나라고 바빠가족과 다를까?

일을 내려놓고 육아를 할 때에도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 부모교육을 닥치는 대로 신청해서 듣고, 일을 다시 시작한 뒤에는 감 떨어졌다 소리 들을까 봐 잠을 포기하고 일했다. 그러다 보니 늘 프로젝트 진행 중엔 집안일이고 가족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내 건강도 늘 상했다. 일할 때 살아있는 기분에 중독되어 무엇이 중요한지 놓치고 지냈다.

그러다 두 아이가 엄마랑 놀고 싶다. 엄마가 밤에 일 안 하고 우리랑 같이 잠들면 좋겠다. 엄마는 우리보다 일을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아차 싶었다. 늘 빨리하라고 다그치고 서두르는 엄마인데도 아이들은 엄마 눈길, 손길을 그리워하는구나.

나는 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가?

가족과 더 풍족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아닐까? 아이들에게는 (양적) 재정의 풍족함보다 (질적)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순간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되새긴다. 바빠가족을 읽은 뒤 2025년의 계획을 수정한다. 우리 가족 간의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말이다. 시간은 지나고 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 남편과 두 아이에게 더 많이 관심을 두고 마주하는 시간을 늘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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