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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
김개미 지음, 이수연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평점 :
[서평]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 김개미 글, 이수연 그림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 그리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이 아닌 새로 그려 넣으셨지만 참혹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빼앗긴 터전으로 다시 돌아가서 다시 예전과 같은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가족 누구도 다치거나 헤어지지 않고 무사히 안전한 곳에 도착할 수 있을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공포, 불안을 안고 산다는 게 얼마나 괴롭고 무서울까?
“가장 필요한 사람들 앞에 도착한 배는 너무 낡고 작은 배,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나야 하며 모든 배가 다 저편 항구에 닿는 건 아니다”라는 글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실제로 난민보트 침몰사고는 무척 빈번하고 구조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운명에 맡겨진다. 지난10년간 지중해에서만 3만명이 사망(2024.8.29 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의 기사)했다.
“기억해야 해. 가슴속에 사라지지 않은 구멍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로 전쟁을 직접 겪은 어르신들이 살아 계시고 남자들은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여전히 남과 북은 총을 겨누고 있고 1, 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사건도 실제 일어난 일이다. 다큐멘터리 제작 때문에 백두산함과 제2차 연평해전의 생존자 분들을 찾아뵙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눈앞에서 스러져갔던 동료들을 지금도 가슴에 묻고 살고 계셨다. 또 나라를 떠나 타국에 정착한 난ㅇ민들의 인터뷰도 기록했다. 목격하고 몸소 느낀 그 인간의 잔인함과 동료를 지키지 못한 절망감을 잊을 수 없지만 떠난 이들을 대신하여 더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
나도 초등학교 때 쿠웨이트에 살다가 걸프전이 발발해 이라크, 요르단을 거치는 피란길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지난 해 5월 31일 새벽 6시 32분 잘못 발송된 경계경보 문자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워 시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출발해야 하는 것인지 오만가지 불안이 나를 괴롭혔다. 폭탄과 총소리, 제트기, 길 거리 숨져있는 사람들, 대사관의 구멍난 태극기, 지하실에서 함께 숨어있던 아파트 주민들까지 모두 다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으면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저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북한에서 오물풍선을 날려보내고 있고 수많은 청춘들이 군입대를 해서 나라를 지키고 있다. 북한 인접지역에서는 매일 북한에서 틀어놓는 기괴한 소음을 들으며 산다.
그렇게 멀지 않은 주변 국가에서 전쟁중이고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이들이 죽고 가족과 집을 잃는다. 작고 낡은 배에라도 올라야 하는 이들의 간절함이 아프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즈음 써있는
“바다에 도착하면 모든 길이 숨어 버리지만 어떤 길은 거기서 시작돼.” 이 글귀에서처럼 바다 위 모든 난민보트가 안전한 곳에 잘 정박하기를,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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