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북스에서 만든 명화 그림책 시리즈는 미술관 도록만큼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림 옆에 적힌 유머러스한 글은 아이들과 어른 모두 그림 속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고 뒷 이야기를 상상케 만든다. 딸랑딸랑 방울을 달아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개구쟁이 개. 이웃 마을 까치도 구경 온 패셔니스타 호랑이의 “유행은 돌고 도는 거야”. 고요한 밤을 헤엄치는 거북이.우거진 연잎 우산 사이로 헤엄치는 사이좋은 청둥오리 가족. 맑은 꽃을 맑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아기 사슴. 민화 속 많은 동물의 이야기가 가득 가득 담겼다. 아이들과 민화를 보고 떠오르는 작품의 해석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답은 없다. 각자 보이는 대로, 서로의 감상을 나누다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상상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외출했다 돌아온 집. 발 디딜 틈 없이 난장판이다. 이렇게 만든 이가 누군지 의심 가는 이가 있고, 분명하게 범인이 있지만 달이는 몇 마디 질문을 던진 후 곧바로 탐정이 되기로 한다. 그리고 밤이를 조수로 임명한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부터 탐정이 되겠습니다.” 페이지에서 셜록 홈즈보다도 더 카리스마 넘치는 달이 탐정을 만날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 비밀문서로 조사 장면이 나오고 추궁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범인은 자백을 한다. 하지만 달이 탐정은 모르는 척 다음 조사로 넘어간다. 범인의 범죄 현장을 재연하는 페이지는 게임 또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같은 영화 장면을 보는 듯하다. 하나씩 증거를 모으며 탐정놀이를 진행하던 달이는 범인과의 잡기 놀이로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마무리를 한다. 우리 집의 난장판 원인은 둘째다. 둘째는 어지르기 바쁘고 첫째는 놀던 곳을 정리하는 좋은 습관을 가졌다. 신랑은 치우고 버리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고 나는 작은 낙서도 아이들 작품이라고 모은다. 온 가족이 비슷한 듯 다 다르다. 면지 가득 그려진 외계인 또는 괴물의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 집 둘째도 매일 한무리의 괴물을 그려두기 때문이다. 깔끔한 첫째와는 다르게 온갖 곳에 스티커를 붙여 두는 바람에 떼고 또 떼어내다 실패한 우리 부부는 믿고 싶지 않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렇게 놀이 형식을 빌려 아이와 같이 스티커도 떼고, 집안을 정리하고 치우는 걸 해봐야겠다. 매일 엄마랑 놀고 싶은 아이들과 이왕이면 제대로, 주인공처럼 흠뻑 빠져서 놀아보기로 한다. 어쩌면 내가 더 신나서 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학동네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도둑을잡아라 #노인경 #밤이랑달이랑시리즈
이현영 작가님의 <대단한 날개>는 우리 집에 들어오면 질색하며 내쫓기 마련인 파리가 주인공이다. 파리의 천적들이 나오지만 파리는 그들의 위험을 모른체하지 않고 돕는다. 그들이 다시 괜찮아진 뒤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는데 뒤는 생각 않는다. 위험천만해보이는 파리의 모험을 따라가며 ‘괜찮을까?’ 걱정하는데 역시나 파리를 만만히 보는 개구리가 등장한다. 개구리는 대놓고 파리의 모험담을 비웃고 깔보기에 더 밉상이다. 다른 천적들은 위험 속에 놓였기에 무형의 존재인 바람의 손길이라도 빌리고 싶은 때 다가온 파리가 반가워했을테다. 그러나 개구리는 아주 편안한 일상 속 먹잇감으로 보일 수 밖에 없겠지. 파리가 튼튼한 두 날개로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쥐어 짜 구해낸 천적들의 이야기를 허풍으로 흘려들은 개구리는 결국 위험 속에 놓인 후에야 정신을 차린다. 새학기를 앞두고 친구들간의 대인관계에서 더 신경쓸 일이 많아지기에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보다 약하다 해서 무시하다니!”, “파리 용감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 자녀와 부모의 관계에서도 오히려 두 아이에게 내가 배울 때가 많다. 나도 내 잣대로 두 아이를 평가하고 내 계획대로 아이들을 이끌지 않아야겠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아이들의 행동에 눈길을 두며 살펴야겠다. 우리 가족은 작디 작아 티도 안날 거 같은 착한 일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슈퍼맨도 평소에는 조용하고 수줍은 모습으로 세상의 잣대에 맞서 싸우지 않고 흐르는 대로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리해도 괜찮다. 평소 용감하게 잔다르크처럼 나아가지 않아도 괜찮다. 평소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일을 실천하며 살아내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진정한 영웅이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자신이 가진 최고의 힘을 끌어내어 돕는 사람 아닐까? 작은 날개 프로젝트🪰매일 한 가지씩 작은 도움을 찾고 실천해보았다. 아주 작아서 ‘착한 일했어요.’ 이야기하기 민망한 일들에서도 실천이 쉽지 않았고, 해내면서 기뻐 춤추는 이는 나였다. 많은 이들이 매일 작은 일부터 서로 도우며 살면 세상이 정말 아름다워지겠다. 내가 했던 착한 일 리스트-신랑하고 눈 맞추며 다정하게 대화하기(신랑이 말이 많아짐. 이 사람도 관심이 필요했구나)-첫째가 질문했을 때 한번에 못 알아들어도 한숨 쉬지 않고 다시 자세하게 설명해주기(어릴 때 시계, 도형 이해 못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첫째는 더 잘하는 거란 걸 잊지말자)-둘째가 만든 그림 인형 갖고 실감나게 역할놀이하기(하루 1시간도 집중해서 못 놀아주는 건 문제있다. 더 노력하자)-일할 때 ‘왜 내가 더?’ 생각하지 않고 ‘내가 먼저’라고 생각하며 기록하고 기획안 쓰기(회의 시간 단축과 더불어 함께할 앞으로를 생각할 때도, 지금도 계셔서 든든하다 소리를 들었다)-추운 날 다른 사람에게 순서를 양보하다(당장은 드러나는 반응은 없었지만 친밀해진 뒤에도 서로 배려하며 지내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북극곰 제공 도서입니다. #북극곰 #도서출판북극곰 #북극곰북클럽 #대단한날개 #이현영작가 #영웅그림책
숲 언저리 소박하고 작은 오두막에 함께 사는 이사우라와 아를로, 고슴도치 카푸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고슴도치 카푸가 아파서 먹지도, 놀지도 않으니 정성을 다해 돌보았으나 차도가 없었고 카푸를 도울 땅의 요정을 생각해낸다. 그러나 땅의 요정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고민하다 자신들에게 남은 것 중 좋은 것을 골라 준비한다. 숲속 곳곳에 숨은 요정들과 덤불 뒤 가만히 기다리는 두 아이의 기대와는 다르게 여러 마리 동물이 각자 자기 몫만큼만 나누어 먹었다. 작은 개미까지 다녀갈 동안 두 아이와 요정은 지켜만 볼뿐이다. 이제 집에는 식사 거리가 없는데 동물들이 다가왔다. 가엽고 불쌍하다 한탄하다가도 행운이 올 거라고 긍정의 힘을 내 소나기가 내리는 숲으로 다시 향한다. 배고픔을 참으며 새롭게 모은 선물이 사라졌어도 그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웅크려 잠든 두 아이의 애타는 마음이 담긴 그릇 속 선물을 요정이 보고 고마워한다. 요정도 두 아이에게 필요할 선물을 남겼지만 카푸의 아픔은 해결되지 않아 두 아이는 발을 구른다. 그리고 또 다른 요정이 받은 것 없지만 카푸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주며 카푸를 일으킨다. 내가 받은 것이 없더라도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흔쾌히 내어줄 수 있는지? 내가 굶주리고 가진 것이 없어도 욕심내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조금씩 나누면 정말 모두가 행복해질까? 카푸는 왜 아팠던 걸까? 다른 동물들과도 함께 지내고 싶어서였을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서 그림책을 덮었고 둘째는 자기가 생각한 요정의 모습을 상상해 그려왔다.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고 걱정하는 우정과 배려, 헌신. 그리고 소중한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주는 것이 진정한 선물임을 아이들이 느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