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담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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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흉담, 사람을 헤치는 이야기.'
이 단어만으로도 불길한 기운이 스며들고, 그 감정은 점점 커져 결국 호기심마저 삼켜버린다.
궁금하지만, 쉽게 다가서기 망설여지는 이야기다.

차미조는 아버지 차문수의 기괴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공포소설가인 전건우를 찾아간다.
온몸에 할퀸 자국이 남은 채 발견된 차문수.
두 사람은 저주 전문가인 정후와 함께, 죽음을 둘러싼 '흉담'의 근원을 추적하기 위해 K시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흉담을 퍼뜨린 노인을 만나게 되고, 결국 끔찍한 규칙과 마주하게 된다.

"자정까지 두 사람에게 흉담을 전하지 않으면, 악귀가 찾아온다."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살기 위해 누군가에게 공포를 넘길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그것을 끊어내려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독자에게로 향한다.

작품의 초반부는 현실감 있는 설정과 전개로 강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단순한 허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순간,
이 작품이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공포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이야기는 더 이상 안전한 바깥의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든 나의 현실로 스며들 수 있는 가능성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저주는 초자연적인 현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 시작에는 언제나 인간의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누군가를 향한 강한 증오심과 욕망은, 결국 파괴적인 형태로 되돌아온다.
왜 사람들은 그 결과를 알면서도 욕망을 내려놓지 못하는가.
이 질문은 작품 전반에 걸쳐 묵직하게 남는다.

또한 소설은 '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중요한 축으로 끌어온다.
실존했던 비극적 역사와 흉담이 맞물리며,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 현실의 잔혹함으로 확장된다.
억울함과 원통함이 쌓여 만들어진 저주라는 해석에 도달하는 순간,
작품은 다시 한번 방향을 비튼다.

그때 문득 깨닫게 된다.
원통함보다 더 깊고 집요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저주를 퍼뜨리려는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의 사투는 일단락된다.
그러나 인간이 지닌 어두운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그 흉담은 이미 누군가에게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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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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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잃을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다는 폭풍 속에 홀로 서 있다. 언니와의 이별과 엄마의 죽음 이후, 혼자 남겨진 그녀는 상실로 인한 슬픔을 마음 깊숙이 끌어안고 살아간다. 여행에서 돌아온 집에서 엄마를 죽은 채 발견한 기억은 그녀에게 깊은 죄책감으로 남아, 끊임없이 그녀를 흔들어 놓는다. 결국 그녀는 그 집을 떠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 정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씩 자신의 폭풍과 정면으로 마주하기 시작한다.

이다는 타인에게 의지하고 관계를 맺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두 번의 상실 이후, 그녀의 삶은 늘 불안정하고 슬픔으로 잠겨 있는 듯 보인다. 그런 그녀는 마리안네와 크누트 부부와 함께 지내게 되고, 라이프와의 만남을 통해 점차 변해간다. 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녀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관계를 시작하는 용기를 내게 된다. 끝이 존재하더라도, 그럼에도 다시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선택하며 한 걸음 나아간다.

작품에서 말하는 '폭풍'은 이다의 내면을 상징한다. 상실로 인해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그 한가운데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애써 외면하고 도망치던 그녀가 스스로와 마주하는 순간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런 점에서 이다는 누구보다도 용기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다는 언니 틸다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엄마의 죽음 이후에도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가고, 언니마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점점 그 날카로움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다시 혼자가 되는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점차 깊어지는 관계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변화를 보며, 삶을 뒤흔드는 폭풍은 결국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딪히고 무너져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조차, 결국은 지나간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쉽게 잊고 사는 이 사실을, 이 작품은 조용히 일깨워 준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폭풍을 마주하게 된다. 가족의 죽음, 불확실한 미래에서 오는 두려움처럼 삶을 뒤흔드는 순간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순간일수록 폭풍을 피하지 말고 마주하라고 말한다. 물론 그것은 결코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두려움을 안은 채 다시 앞으로 걸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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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책깃노블
함설기 지음 / 책깃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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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당신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어느 날, 갑작스러운 '대각성'이라는 폭발로 이상능력자가 된 수안.
평범한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그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갑작스럽게 초능력을 얻게 된 사람로 엄마를 잃고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다.
그녀는 그 상실의 슬픔을 '초능력자 격리파'의 주장에 기대며 버텨낸다.
만약 내가 수안의 상황이었다면, 나 역시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이상능력자가 된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두고 깊은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우연히 능력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게 되면서,
수안은 이상능력자로서의 삶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작품 속 인물 중 예리는 수안과 대비되는 존재다.
그녀는 능력을 얻은 이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힘을 기꺼이 내어준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안위보다 타인의 안전을 먼저 선택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런 예리와 친구 우정의 영향을 받아 수안 역시 서서히 변화해간다.


같은 능력이라도 누군가는 사람들을 구하고,
또 다른 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서, 어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나아가며, 정체를 숨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물론 그 선택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그러나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마주하는 순간,
누가 진정한 '악인'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게 된다.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고통받던 피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두려운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소외되는 사람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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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 드림
강민영.황모과 지음 / 스프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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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에 맞서기로 결심한 여자들의,
참지 않는 복수극!


이 작품은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 가정 폭력과 사회적 낙인, 강간으로 인권을 침해당하고, 끝내는 죽음까지 강요당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단편은 한국의 근대와 1960년대 인도라는 서로 다른 배경 속에서 전개되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은 서로 닮아 있다.


'남성을 위해, 남성을 위한 사회'에서의 여성들의 삶은 끔찍하다 못해 처참하다. 수많은 여성들을 겁탈하고 죽은 아들을 위해, 그의 어머니는 며느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 이유는 며느리의 죽음으로 아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열녀'라는 포상을 받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조선 시대에는 열녀를 장려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원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이처럼 강요된 죽음은 비단 조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도 역시 과거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성 인권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실은 쉽게 외면하기 어렵다.


두 작품 모두 이러한 여성들의 고통을 그리면서도, 현실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이 인상 깊다. 귀신 분장을 해 고통을 준 남성들을 놀라게 하고, 자줏빛 사리를 입고 과감하게 복수를 감행한다. 현실에서는 쉽게 일어나기 어려운 이러한 장면들은, 억눌린 감정을 대신 분출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꽉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우리, 같이 가서 복수할까요?"
"알지, 우리는 우리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거야. 잊지마."


그녀들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들을 억압하는 존재들로부터, 나아가 세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싸우기로 결심한다.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대와 언어가 다르더라도, 그녀들이 겪었을 고통은 충분히 공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혼자서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서로의 손을 잡았고, '함께'였기에 움직일 수 있었다. 강요된 순종에 맞서 연대를 선택한 그녀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억압에 맞서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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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 - 판다 할부지 강철원의 다정한 식물 수업
강철원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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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할아버지로 알려진 강철원 사육사님의 텃밭 이야기를 담은 이 에세이는, 텃밭을 가꾸는 과정 속에서 한 사람의 삶과 기억을 함께 들려준다.

다정하고 따뜻한 말들 속에는 작물을 심는 법과 요리법, 그리고 식물에 얽힌 기억이 함께 담겨 있다. 감자, 옥수수, 당근, 대파처럼 익숙한 식물과 아주까리, 까마중처럼 낯선 식물이 함께 자란다. 우연히 발견한 새끼 올빼미와 인간과의 경계를 지키는 고라니, 멧돼지의 이야기는 자연이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 또한 그 일부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사육사님에게 텃밭은 단순히 재배의 공간이 아니라, 추억과 경험을 함께 심는 곳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자란 감자, 푸바오와의 기억을 품은 당근, 그리고 아내와의 시간이 스며든 채소들까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가 텃밭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은 나 역시 겪어본 감정이기에 더욱 깊이 와닿는다.


긴 일본 생활 동안 한국 음식이 그리웠던 나는 한인타운을 자주 찾았다. 그러나 외식은 유학생으로서 부담이 컸고, 결국 한국에서 가져온 깻잎 씨앗과 마트에서 구입한 상추 모종을 키우기 시작했다. 사육사님처럼 제대로 된 텃밭은 아니었고, 베란다에 놓인 직사각형 화분 두 개가 전부였지만, 그곳은 나에게 드넓은 하나의 밭이었다.

초보 농부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깻잎과 상추를 삼겹살과 함께 먹었던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어린 새싹이 무거운 흙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단단해졌다. '연약한 너도 흙을 밀어내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구나. 나도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화분을 들여다보곤 했다.


이 작품은 텃밭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드러낸다. 욕심내지 않고, 때로는 인내하며 기다리고, 다음을 위해 모종을 솎아내는 과정은 인간관계와도 닮아 있다. 식물과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서로를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실패'를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텃밭을 통해 완전한 실패조차 받아들인다. 자연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알게 된다. 우리가 작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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