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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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잃을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다는 폭풍 속에 홀로 서 있다. 언니와의 이별과 엄마의 죽음 이후, 혼자 남겨진 그녀는 상실로 인한 슬픔을 마음 깊숙이 끌어안고 살아간다. 여행에서 돌아온 집에서 엄마를 죽은 채 발견한 기억은 그녀에게 깊은 죄책감으로 남아, 끊임없이 그녀를 흔들어 놓는다. 결국 그녀는 그 집을 떠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 정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씩 자신의 폭풍과 정면으로 마주하기 시작한다.

이다는 타인에게 의지하고 관계를 맺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두 번의 상실 이후, 그녀의 삶은 늘 불안정하고 슬픔으로 잠겨 있는 듯 보인다. 그런 그녀는 마리안네와 크누트 부부와 함께 지내게 되고, 라이프와의 만남을 통해 점차 변해간다. 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녀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관계를 시작하는 용기를 내게 된다. 끝이 존재하더라도, 그럼에도 다시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선택하며 한 걸음 나아간다.

작품에서 말하는 '폭풍'은 이다의 내면을 상징한다. 상실로 인해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그 한가운데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애써 외면하고 도망치던 그녀가 스스로와 마주하는 순간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런 점에서 이다는 누구보다도 용기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다는 언니 틸다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엄마의 죽음 이후에도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가고, 언니마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점점 그 날카로움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다시 혼자가 되는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점차 깊어지는 관계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변화를 보며, 삶을 뒤흔드는 폭풍은 결국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딪히고 무너져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조차, 결국은 지나간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쉽게 잊고 사는 이 사실을, 이 작품은 조용히 일깨워 준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폭풍을 마주하게 된다. 가족의 죽음, 불확실한 미래에서 오는 두려움처럼 삶을 뒤흔드는 순간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순간일수록 폭풍을 피하지 말고 마주하라고 말한다. 물론 그것은 결코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두려움을 안은 채 다시 앞으로 걸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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