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처음부터 꽤 익숙하고 편안하게 읽혔다.어딘가 기묘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하고,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이야기.그 중심에는 ‘게르마 전기관’이라는조금 특별한 영화관이 있다.주인공 스미레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뒤등교를 거부하게 되고,결국 학교를 나가는 대신 이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나는 이런 주인공 설정부터 흥미로웠다.보통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학생이라고 하면어딘가 어둡고 우울한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상처를 가진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처럼 그려지기도 한다.그런데 스미레는 자신 역시 아픔을 가진 사람이면서도영화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사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자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오히려 자신에게 아픔이 있기 때문에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고,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다는 점이스미레라는 인물을 더욱 인상적으로 만들었다.이야기의 중심에는 상점가에서 벌어진하나의 행방불명 사건이 있다.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도 꽤 흥미로웠고,그 반전을 따라가는 과정 역시 재미있었다.그렇다고 추리에만 집중해야 하는 작품은 아니었다.큰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그 안에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와또 다른 사건들이 하나씩 뻗어 나온다.처음에는 서로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이던 것들이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하나의 큰 줄기인 영화관으로모인다는 점이 좋았다.사람의 주마등을 영화처럼 보여주는 영화관.삶의 마지막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누군가는 영화처럼 바라보고,그곳에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이어진다니.그러한 설정 덕분인지‘죽음이란 뭘까’라는 질문을 무겁게 생각하기보다조금은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무거운 소재를 지나치게 어둡거나 비극적으로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 작품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솔직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일본 특유의 언어 감각이나, 유머, 감동을 전달하는 방식이한국 독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것 같은 부분도 있었다.작가가 의도했을 법한 장면이 온전히 와닿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조금 아쉬움도 남았다.그럼에도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독특한 소재와 구성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