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뫼 작가의 <사과>를 처음 만난 건2026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을 통해서였다.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서로의 ‘차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결별한 연인의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다.그런데 다시 읽으니 이상하게도‘끝남’보다 ‘왜 끝났을까’에 더 마음이 갔다.두 사람이 어떤 명확한 이유로 멀어졌다는 설명은 없다.대신 선호가 출장을 간 사이 그의 방에서 생활하게 된 애리가선호의 사적인 공간을 하나씩 들여다보며자신과는 다른 그의 세계를 조금씩 발견하게 되는 듯하다.처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이두 번째 읽을 때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이 이야기는 관계의 ‘끝남’ 자체가 아니라서로의 ‘다름’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여러 장소와 회사를 옮겨 다니며 온전한 정착을 이루지 못하는 애리.회사를 다니면서 카페 일도 병행하는 애리는손님으로 만난 선호와 연인인 듯 아닌 듯 애매한 관계를 이어간다.반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바닷가 건물에서함께 미래를 그리자는 선호는,애리와 달리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는 인물이다.두 사람의 관계는 명확한 단어로 정의되지 않는다.단순히 손님과 직원 이상의 관계인 것은 분명하지만그렇다고 연인이라고 단정 짓지도 않는다.그렇다면 이 애매한 관계의 간극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바로 ‘흙이 묻은 감자’와 ‘사과’가 아닐까.애리는 선호가 자신을 ‘흙이 묻은 감자를 굳이 씹어 먹는 사람’으로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느낀다.자신이 먹고 있는 것은 감자가 아닌 ‘사과’라는 걸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애리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감자와 사과는 색도, 모양도, 맛도 엄연히 다르다.애리와 선호의 차이 역시 단순한 취향이나 생활방식의 차이만은 아니었을 것이다.애리는 자신이 사과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관계 자체를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닐까.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온전한 감자나 온전한 사과 그 자체로 바라보지 못했다.이번 수상작품집에는 박솔뫼 작가를 비롯해여러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담겨 있다저마다의 색깔이 뚜렷해서 어느 한 작품만을 고르기 어려울 정도였다.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는 소위 ‘문학상 수상작’ 특유의 결이아주 잘 맞지는 않는 것 같기도 하다.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숨겨진 의미를 파헤치고해석하는 과정이 때로는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이번에는 한 번 더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재독을 통해 작품의 세세한 부분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