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 잡지를 통해 발표된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단편들을 묶은 책이다.그래서일까.작가에 의해 탄생한 괴담들은독자를 막다른 어둠 속으로 몰아넣는 것만 같았다.이 작품이 독특하게 느껴졌던 것은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을 법한 ‘괴담’을‘소설’로 완성해 냈다는 점이다.어딘가에 떠도는 으스스한 이야기들에 뼈와 살을 붙여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냈기에그 공포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사실 나는 겁이 많아서 호러 장르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조금 센 척을 하자면, 스토리보다는 무섭게 만드는 연출만으로독자를 놀라게 하는 장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그런데 이 작품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이거 실제 사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그 의심 자체가 공포가 되어 돌아왔다.단편들에는 사람이 아닌 존재와 이상현상이 등장하지만결국 공포의 시작에는 ‘사람’이 있었다.타인을 악랄하게 괴롭히고,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사람들.인간이 만들어낸 왜곡된 감정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이야기 속 반전도 인상적이었다.나름대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가며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해 보지만,작가는 나의 예상을 비웃듯 전혀 다른 결말을 내놓는다.예상과 결말의 넓은 간극이 공포로 채워지는 순간이었다.분명 어느 곳보다 편안함을 느껴야 할 집조차어딘가 섬뜩하게 느껴졌다.왜 우리는 괴담에 끌릴까?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그 과정에서 조금씩 살이 붙으며 만들어지는 괴담. 어쩌면 그 불확실함 때문에괴담은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하나의 떠도는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하고,그것을 완벽한 하나의 ‘소설 괴담’으로 만들어낸 작가의 능력에박수를 보내고 싶다.‘아, 괜히 호러 소설의 대가라 불리는 게 아니구나.’겁이 많은 나도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 것.그게 이 작품이 가진 가장 무서운 힘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