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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이유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7월
평점 :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라는 마지막 메시지는
결국 두 사람을 '연고'라는 이름으로 다시 이어주었다.
작가는 어느 날, 오래전 관계가 끊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는다.
세 아이와 임신한 아내와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 날.
그 평범했던 일상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이미 오래전에 끊어졌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와의 인연.
하지만 '무연고'라는 이름 아래 감춰져 있던 관계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무연고자로 남기려 했던 아버지.
그리고 이제는 아버지의 이름을 받아 마지막을 정리해야 하는 아들.
작가는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하나씩 꺼내 보며,
끊어진 줄 알았던 관계의 흔적을 조용히 되짚어 나간다.
소설처럼 시작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문득 이 모든 것이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브런치스토리에 하나씩 남겨 두었던 고백 같은 문장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독자 앞에 놓였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아니다.
아버지가 스스로 관계를 끊어냈던 삶을 보며,
작가는 오히려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단단히 붙잡게 된다.
네 아이를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내어주는 아내,
홀로 어린 아들을 키워 낸 어머니,
그리고 화려하지 않지만 소중한 행복이 깃든 일상.
작가는 그 모든 것이 결국 '연고'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잔잔한 넋두리를 듣는 듯한 글을 읽다 보면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삶을 애써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자연스레 전해진다.
나 역시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왔지만,
그 인연의 무게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았다.
오면 오는 대로,
떠나가면 떠나가는 대로.
그저 흐르는 시간에 맡긴 채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을 뿐이다.
그런데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지금도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존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도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작가의 브런치스토리까지 찾아 들어가게 되었고,
아내분의 글을 읽었다.
"죽음과 탄생이 서로의 문턱을 스쳐 지나가듯 맞닿았던 그 시간을,
이제 저는 이렇게 글과 기억 속으로 다시 불러내어 조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한 달 뒤 태어난 아이.
끝내 서로 만나지 못한 두 시간이 스쳐 지나간 그 순간을 떠올리니,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견뎌냈을지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는 제목만큼이나 묵직하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