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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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와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하루.


멈춰버린 시간 속에 갇혀버린 타라.

1편에서는 시간을 다시 움직일 여러 방법을 찾아보고,
남편과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헛된 것임을 깨닫게 된 그녀는 결국 홀로 유럽 여러 도시를 떠돌기 시작한다.

2편은 11월 18일을 반복해 살아가는 타라가 시간이 흐를수록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더욱 집중한다.
그녀는 여러 도시를 오가며 시간과 공간, 그리고 계절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던 타라는 점차 달라진다.
스스로 답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을 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희망을 잃어가는 과정처럼 보여 더욱 마음이 아팠다.

여전히 자신을 세상을 갉아먹는 괴물이라 여기며,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그 모습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하나둘 끊어내는 것처럼 보였고,
멈춰버린 세상의 무게를 혼자 감당하려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타라가 점점 '계절의 변화'에 집착하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타라는 겨울과 봄, 여름의 흔적을 찾아 여러 도시를 떠돈다.
좁은 감옥에 갇힌 사람이 작은 틈새 하나를 찾듯,
그녀는 시간이 아직 흐르고 있다는 단서를 놓치고 싶지 않아 보였다.

급기야 그녀는 수많은 역사 속에서도 그 답을 찾으려 한다.
로마제국의 발전이 한순간에 멈춘 이유를 찾기 위해 도서관의 자료를 뒤지지만
끝내 명확한 해답은 발견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타라를 보며,
이제 그녀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보다 멈춘 시간을 살아내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는 무한한 시간이 결코 자유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간이 바뀌고 계절이 달라져도 타라는 여전히 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변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뎌내는 타라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타라는 멈춘 시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2편은 출구 없는 시간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변화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다음 3편에서는 타라가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그리고 그 시간이 그녀를 어디까지 바꾸어 놓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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