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우주 - 더 잘 머물고 싶어 유영하는 삶의 기록
정영한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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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나'를 만나는 시간.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뭘까.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이다.

나는 파워 J다.
여행이라면 세 달 전부터 일정을 꼼꼼히 계획하고,
한 달 전에는 반드시 필요한 예약은 물론 계획이 틀어졌을 때의 대안까지 준비해 두는 편이다.
한 번 가는 여행인 만큼, 다시 찾지 않아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정도로 마음껏 보고 오자는 주의였다.

그런데 30대에 들어서 어느덧 서른다섯이 된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즐겁기만 했던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어느 순간 버겁고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끔은 시간과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나운서이자 유튜버, 그리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영한 작가의 산문집은
여행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건넨다.

작가는 여행을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이 아니라,
한 공간에 천천히 머물다 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고,
때로는 그런 시간이 우리를 다시 설레게 만든다.

그 모습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요즘의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출장을 가는 남편을 따라 도쿄로 갈 예정이다.
물론 10여 년을 살다 온 곳이라서 이제는 여행지라는 느낌보다 익숙한 동네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작가가 말한 여행을
직접 경험해 보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는 카페나 공원에 앉아 책을 읽는 일.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탐탁지 않게만 여겼던 이번 도쿄 일정이 조금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책 곳곳에는 작가가 직접 여행지에 담아낸 사진들도 실려 있다.

사진마다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그 도시가 가진 생동감이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사람만이 담아낼 수 있는 여유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
가보지 못한 도시 한가운데에 잠시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
나아가고 있는 방향 키를 조정하기 위해서,
흘러가는 젊음을 여행의 장면으로 조금이나마 묶어 두기 위해서."(28p)

작가는 여행에서 마주한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낯선 풍경도, 스쳐 지나가는 시간도 자신의 삶과 연결해 바라본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삶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레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 도쿄에서는 계획표보다 그 순간의 마음을 조금 더 따라가 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그 여행이 끝난 뒤에는,
내가 기억하는 도쿄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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