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정판)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웃기지만 씁쓸한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이라는 존재.

인간들을 가장 냉정하게 바라보는 존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아니다.
이름 없는 한 마리 고양이는 중학교 영어 교사인 구샤미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주인을 비롯한 인간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철저히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구샤미 선생과 지식인들, 학생들의 모습은
허영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비범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사회는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장자의 말까지 꿰고 있는 고양이라니,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범상치 않다.

작품을 읽다 보면 문득 이 고양이가 작가 나쓰메 소세키 자신을 투영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교양 있는 존재라 믿는 인간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에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힘으로는 절대 인간을 당할 수 없는 것이 고양이의 서글픔.
강한 힘은 권리라는 격언까지 있는 이 세상에 사는 한,
고양이의 논리가 아무리 합당하다 한들 통하지 않는다."(153p)

고양이는 철저히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인간들의 일상을 바라본다.
인간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행동들도,
조금만 시선을 비틀어 보면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작품은 끊임없이 드러낸다.
특히 집에 도둑이 드는 상황에서도 고양이는 끝까지 개입하지 않은 채 인간들을 관찰한다.
그 무심한 태도는 마치 인간 사회를 기록하는 카메라처럼 느껴져 더욱 인상 깊다.

또한 이 작품은 메이지 시대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급격한 서구화 속에서 인물들은 새로운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애쓰기도 한다.

특히 구샤미 선생은 서구 문명을 무조건적으로 추앙하는 사람들을 비꼬며 사회와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 모습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지식인의 초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웃으며 읽다가도 문득 멈칫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나쓰메 소세키 역시 영국 유학 시절 깊은 정신적 불안을 겪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어쩌면 고양이의 탈을 빌려 작가 자신의 고민과 시선을 드러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작품은 중간중간 다소 장황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 사회를 비꼬는 고양이의 시선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웃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씁쓸함을 느끼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은 스스로를 완전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고양이의 시선으로 비춰진 인간들의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어 했던 본연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