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낙천적인 아이 오늘의 젊은 작가 50
원소윤 지음 / 민음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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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윤 작가는 꽤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출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자전적 성장소설인 이 작품은, 그런 독특한 삶을 살아온 작가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해, 어딘가 뒤틀린 가족 관계를 거쳐,
끝내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삶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사건과 인물의 등장으로 전개되는 일반적인 소설과는 달리, 짧은 에피소드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그 흐름은 마치 그녀의 공연을 몰래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티켓 구매 안 하셨죠?"라는 말이 날카롭게 던져지는 듯해 서늘해진다.

농담 같기도, 진담 같기도 한 이야기들.
알쏭달쏭하게 흘러가다가도, 그 안에 숨겨진 서늘한 진심과 마주하는 순간 더 이상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작품의 초반부에서는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이중적인 모습과 또래 친구와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3년만 해도 너무 길다고 느꼈던 내가 89년은 너무 짧다고 항의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별은 너무 많은데 그 이별들은 활용할 수가 없다."(32p)

어릴 적부터 세상의 아이러니를 일찍 깨달은 화자.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가 거짓이라고 말해주는 듯, 익숙했던 것들의 민낯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그 당돌함은 당혹스럽지만, 어쩐지 외면할 수 없는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글로 읽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좀처럼 웃으며 읽을 수 없었다.
웃음의 포인트는 분명 존재하는데, 이상하게도 웃음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상상 속에서 그녀의 표정과 몸짓은 잘 떠오르지 않고, 텍스트로만 남은 이야기는 오히려 더 무겁게 가라앉는다.

'슬픔은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말처럼 슬픔은 딛고 일어선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깊게 남은 상처는 어느 순간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나를 붙잡는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없애기보다, 그것을 감추는 법을 배우게 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꽤 낙천적인 아이'란, 정말로 낙천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누가 더 아픔을 잘 숨기며 살아가는지, 보이지 않는 내기를 하듯 견뎌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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