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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1등급 고미정이 망하면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우신영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4월
평점 :
짠내 나는 아이들의 대치동 탈출기.
일명 '대치동 키즈'로 살아온 고3 고미정.
그녀는 꿈도 희망도 없는 일상 속에서, 그저 학원과 학원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버틴다.
시험 성적이 점점 떨어질수록 부모의 무관심은 더욱 깊어지고,
불안정한 삶 속에서 미정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그런 미정에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영만은 낯선 온기를 건넨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서툴지만 진심 어린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
그녀에게 그것은 처음으로 받아보는 '관심'이었다.
망해버린 성적을 뒤로한 채, 두 사람은 엄마를 향해, 더 나아가 세상을 향해 작은 반항을 시작한다.
그 반항은 거창하지 않지만, 그동안 눌려 있던 삶을 처음으로 뒤집어보려는 시도에 가까웠다.
수능을 망한 미정에게 영만은 말한다.
"엄청 장한 거야. 망했다는 건 뭔가 해 봤다는 거니까."
그 한마디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칭찬을 받아본 적 없던 미정의 마음에 깊게 스며든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던 아이는,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부모의 말을 묵묵히 따르던 수동적인 존재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영만을 통해 변화하는 미정의 모습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도, 명예도 아닌,
그저 지친 순간에 건네는 한마디와 조용한 위로.
어쩌면 그렇게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는지도 모른다.
작품 속 대치동 아이들의 모습은 처참하리만큼 현실적이다.
하루 대부분을 학원에서 보내고,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쉴 틈조차 없이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삶.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어른들이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친구와의 추억도, 삶의 기쁨도 점점 사라져 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일까, 아니 정말 스스로 선택한 삶일까.'
이 작품은 대치동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요구해온 방식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담이 아니다.
어딘가를 읽고 나면 웃기보다는, 오히려 가슴 한편이 서늘해진다.
꿈과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아이들이
식어버린 컵라면과 당분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는 현실.
그 속에서 미정의 '망함'은 끝이 아니라,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