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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평점 :
사회적 규범과 욕망의 갈림길 앞에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보통 아이와는 다르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고이치는 우연히 미술 선생님 니키의 비밀을 알게 된다. 니키는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롤리콘'이자, 성인용 롤리콘 만화를 연재하는 만화가였다. 사회적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정체성을 숨긴 채, 그는 평범한 교사로 살아가고 있었다.
고이치는 니키의 작품을 훔치다 들키고, 니키의 도움으로 상황을 무마한다. 이후 고이치는 그의 비밀을 알고 있다며 니키를 협박하고, 두 사람은 '비밀'을 매개로 기묘한 관계를 맺게 된다.
왜 고이치는 니키를 협박했을까. 그 이유는 고이치 자신조차 분명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관계가 이어질수록 그의 감정은 점차 드러난다. 고이치는 자신처럼 '평범하지 않은' 니키가 평범한 인간의 얼굴로 살아가는 모습에 강한 동경을 느꼈던 것이다. 그는 인기 있는 노래를 억지로 듣고, 타인의 행동을 흉내 내며 다수에 속하려 애쓴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그는 끝내 '평범한 집단'에 들어가지 못한다.
니키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도 성인 만화를 그린다. 그 이유는 어쩌면 자신의 내면 속 욕망을 억누르기 위한 일종의 발악이지 않을까 생각됐다. 비밀을 숨기기 위해 또 다른 가면을 쓰고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고, 동시에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혐오와 연민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렇다면 '평범함'이란 무엇일까.
눈에 띄지 않고, 모두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이 과연 평범함일까.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좋은 삶일까. 소수로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무심코 믿어왔던 '보통의 기준'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느끼게 되었다.
니키는 아이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지만, 절대 행동으로 옮기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사회는 그의 내면까지 용납하지 않는다. 선택하지 않은 정체성으로 비난받는 그의 모습은 불편하면서도 씁쓸하다.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옷장 속에 숨기고 사는 방법도 있는데."(182p)
결국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을 옷장 속에 숨긴 채 살아간다. 비밀을 가진다는 사실 자체가 죄는 아니다.
사회가 금기시하는 정체성을 가진 채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드러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