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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꽃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평점 :
선과 악, 그 경계에 선 자를,
당신이라면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어느 날, '세상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고, 그 의학 기술을 공개하고 싶다'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이영환. 단, 조건이 있다. 223명을 대상으로 한 인체 실험으로 사람을 죽인 죄에 대해 법적 처벌을 면제해달라는 것이다. 만약 그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까지 말한다.
"제가 223명을 죽여서 2개월 정도 갇혀 있었네요. 그 2개월이라는 시간 사이에 적어도 전 세계에서 60만 명이 암으로 죽었어요. 그리고 제가 그 60만 명을 살릴 수 있었죠. 지금! 223명 때문에 60만 명이 죽었어요. 판사님, 저는 죄가 없습니다."(87p)
'인류의 구원'을 내세워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이영환의 주장에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그를 변호해 면제를 받아주면 원하는 사람을 치료해 주겠다는 제안에, 딸을 살리고 싶은 재준은 자신의 신념을 거슬러 그를 변호하기로 결심한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 이영환.
그에 말대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희생은 정말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당신이라면, 용서할 수 있을까.
비윤리적인 인체 실험이라는 죄와 완벽한 치료법 사이에 선 이영환은 끝내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죄로 인식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죽였으면서도, 그는 당당하고 뻔뻔하다. 그 모습에 나는 분노를 느꼈다. '정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서, 그의 논리와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 그리고 치료를 바라는 사람들까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아이를 잃은 부모로서 그의 사형을 외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병든 아이를 살리기 위해 그의 면제를 요구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오히려 이런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영환은 정말 단순한 '악인'일까?
"아니! 제 어머니를 죽인 놈이 지금 저를 살릴 유일한 사람이라고요!! 어떻게 어머니를 죽인 새끼한테 살려 달라고 빕니까... 근데 저... 살고 싶어요... 살려 줘요..."(142p)
만약 내가 그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인간은 결국 자기 자신과 가족밖에 보지 못하는 존재일까.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면서까지, 나의 생존을 택하게 되는 존재일까.
이 소설은 반복해서 질문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구원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존재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