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다커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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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추악한 진실, 그리고 죽음.


만조가 되면 그 누구도 오갈 수 없는 대저택 시글라스. 그곳에 82세 생일을 맞은 할머니의 초대로 다커 가족이 오랜만에 모두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만조로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는 불길한 어둠이 드리우고, 할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가족들은 하나씩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벽에 쓰인 기괴한 시구.

누가, 왜, 이곳에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가.

데이지 다커는 어린 시절부터 심장병을 앓아 여러 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인물이다. 할머니, 아빠 프랭크와 엄마 낸시, 첫째 언니 로즈, 둘째 언니 릴리, 릴리의 딸 트릭스, 그리고 막내 데이지와 어릴 적부터 다커 가문과 함께 자란 코너까지. 총 여덟 명이 모인 가족의 재회에는 반가움이나 온기가 없다. 그들은 저마다 어두운 비밀과 목적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불길한 죽음은, 감춰졌던 추악한 진실의 민낯을 서서히 드러낸다.


폭풍이 몰아치는 폐쇄된 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음산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족들은 무관심과 불신, 날카로운 말로 서로를 경계하며 자신의 비밀을 지키려 한다. 그 모습은 마치 새끼를 지키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는 맹수와도 같다. 그러나 심리적 불안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독자는 그들이 왜 그렇게 날카로움으로 무장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 중에 비밀이 없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우린 비밀을 지키려고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아."(188p)


인물들 사이에 어두운 안개처럼 드리운 진실은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가며 하나씩 밝혀진다. 그리고 완전히 드러난 진실은, 모든 인물에게 치가 떨릴 만큼의 고통을 안긴다. 이들을 과연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가장 친밀한 존재가 서로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어버린 다커 가족. 이들에게 벌어진 사건은 단순한 가족 간의 살인이 아니라, 오랜 세월 곪아 썩어버린 '진실'이 터져 나온 결과였고, 나를 불편하게 했다.

나 또한 어두운 비밀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들이 품은 어둠의 깊이는 나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가족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저리를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며, 내가 피해자가 된 것처럼 그들을 쉽게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침묵을 선택했던 이들은 결국 각자의 죗값을 치른다. 피로 묶인 관계는 끝내 사랑이 될 수 없었고, 다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가장 잔혹한 가해자가 되었다.

이 작품은 묻는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온 비밀은, 과연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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