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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5년 12월
평점 :
평등 그 이상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의 광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
정신평등운동으로 '평등'이 절대 규범이 된 시대, 개인의 언행과 신념은 예외가 없다. 시험, 단어 사용, 서열 등 모든 것이 통제되는 사회가 펼쳐진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부모 아래에서 자란 피어슨은 교리와 가족으로부터 도망쳐 에머리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둘도 없는 단짝이 된 두 사람은 평등에 미친 시대 속에서 결국 서로 다른 신념을 선택하게 된다.
피어슨은 사회적 규범과 자신의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하는 반면, 에머리는 변화를 자신의 목표 달성에 적극 활용한다. 그런 에머리를 보며 피어슨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고, 결국 두 사람은 되돌릴 수 없는 각자의 길로 나아간다. 뒤틀린 시대, 두 친구는 과연 어떤 태도로 자신의 신념을 지켜 나갈 수 있을까.
작품 속 정신평등운동은 의미만 놓고 보자면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운동처럼 보인다.
"태어날 때 우연히 얻은 지적 능력으로만 타인을 평가하지 말라는 교훈"(164p)은 차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결과, 기술이나 지식이 없어도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된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표식은 더 이상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외치는 불평등의 제거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작품 속 사회는 개인 간의 차이와 능력, 개성을 문제 삼고, 결국 모두를 가장 낮은 기준에 맞추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이 사회는 독자에게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의 풍자는 독자로 하여금 씁쓸한 실소를 짓게 만든다.
"사람에 대해 머리가 '안 돌아간다'는 표현을 쓰면 안 되듯, 시곗바늘에 대해서도 '안 돌아간다'라는 표현을 쓸 수 없었다. 사람은 '단순'할 수 없었고, 수학 문제도 마찬가지였다."(202p)
A를 A라고 부를 수 없고, B를 C라고 말해야만 하는 시대. 두 주인공이 단순히 사상이 달라져 멀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적·도덕적 입장이 다른 개인의 관계가 거대한 사회적 신념 앞에서 어떻게 균열되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작품 속 사회와 인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독자가 스스로 현실의 문제를 더 날카롭게 바라보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