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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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하던 김초엽 작가의 신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여러 사건들을 담은 단편집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미래는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 현대 사회에서 조금 더 발전한 모습에 가깝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지않다. 사람들은 여전히 외모의 흉터를 이유로 차별하고, 우울과 분노 같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 또, 실제 물리적 물건이 없으면 프로그램의 분실조차 찾지 못하는 모습은,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였다. 이 작품은 각자의 결점을 안고 살아가는 세계 속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성인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를 떠나 지구를 경험하게 되고, 그중 지구행을 선택한 이들을 제외한 사람들만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이러한 설정 속에서 한 소녀는 순례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에 의문을 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직접 지구로 향한다. 그러나 지구에 도착한 소녀는 얼굴의 상처 때문에 ‘결점 있는 존재‘로 낙인찌히며 차별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행복만이 존재하던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고, 지구에서의 삶을 선택한다. 왜 그녀는 완벽해 보였던 세계가 아닌, 결점과 고통이 공존하는 곳을 택했을까?

❝우리는 행복하지만, 이 행복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 ❞ (19p)

그저 행복하기만 하면 완성될 것이라 믿었던 세상은,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갈망하게 만들고 삶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 이 책은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 더 편리하고 완벽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의 어두운 면이 여전히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181p)

다른 행성으로 떠나지 못해 가족들과 이별하게 된 할머니의 이 말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삶은 진화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두가 함께 나아가지 못한다면 기술은 또 다른 ‘고립된 피해자‘를 만들어낼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기술의 발전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각각의 단편이 지닌 소재와 완성도가 매우 장편 소설로 완성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너무도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라 더 깊은 세계관과 또 다른 결말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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