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다섯 살 우제는 친구 근수, 유찬과 함께 ‘데몬스‘를 결성해 같은 반 아이들을 악랄하게 괴롭힌다. 이들은 ‘좀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완이를 주요 타겟으로 삼아 괴롭힘을 이어가던 중, 어느 날 우제는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를 당한다. 사고 이후 우제는 얼굴에 큰 흉터가 남고 다리까지 온전하지 않게 되면서 점점 학교를 멀리하게 된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강한 엄마의 압박에 못 이겨 드문드문 학교에 나가지만, 그곳에서 그는 근수와 유찬의 괴롭힘이 어느새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완이를 향한 괴롭힘이 점점 심해지는 모습을 우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얼마 전에 문득 떠오른 기억이 맞는다면, 나 역시 초등학생 때 김완이 같은 아이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걸 새까맣게 잊고 똑같은 짓을 했을까? ❞ (105p)라며 자책한다. 조금씩 과거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 우제. 거칠고 냉혹한 현실 앞에서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문득 왕따 베테랑인 김완이는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버텨 냈을까 의문이 든다.❞(109p) 우제는 괴롭힘의 대상이 자신이 되어서야 비로소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끝내 알 수 없는 것일까.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나 역시 학창 시절, 무리에서 밀려나 하루하루를 두려움 속에서 버텼던 경험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반 아이들의 ’무관심‘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나 또한 우제처럼 점점 정신이 피폐해져 갔다. 뒤늦게 과거가 밝혀지며 은퇴하는 유명인들을 보며, 일부 사람들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지금은 반성하고 있을 것’이라며 쉽게 옹호의 말을 건넨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그 폭력의 피해자였다면, 과연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할 수 있을까.☕️ 우제는 결국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유찬 역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던 친구들에게 사과한다. 다소 이상적이라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작은 따뜻함을 느꼈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무거운 책임을 우리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내 어깨를 짓누를 듯하다.